“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남성의 항문암·생식기 사마귀 등의 원인 돼…

‘자궁경부암 백신’은 HPV가 여성에게만 책임 있다는

잘못된 인식 심어줄 수 있어”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용어인 ‘자궁경부암 백신’을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으로 고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질병관리본부에 ‘자궁경부암 백신 표기’에 대해 질의한 결과, 질병관리본부는 “6월부터 사업 홍보·안내 시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과학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과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가 여성에게만 책임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지난해 6월부터 국가예방접종으로 신규 도입돼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당국은 이를 줄곧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으로 소개해왔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HPV 백신을 홍보·안내할 때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초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과학적 용어도 아닌 명칭을 왜 사용해왔는지 의문”이라며 “자궁경부암 백신 주사라는 개념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를 비롯해 남성의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예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한 제약사는 HPV 백신을 광고하며 ‘여자가 나중에 내 애를 낳을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어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해 비판받은 바 있다”며 “늦었지만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으로 용어를 정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 의원은 “앞으로 관련 사업을 홍보·안내할 때 내용적으로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PV 백신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만12세 여아 HPV 백신 예방접종비 국가전액 지원’을 여성의 임신·출산과 연계해 홍보했으며, 질병관리본부는 ‘저출산 극복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HPV 백신을 지원한다’고 소개해왔다.

남 의원은 “HPV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여성만의 문제로 축소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질병 예방을 방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HPV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남성에게도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인유두종바이러스 관련 국내외 문헌조사 연구’ 중 ‘주요 국가별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도입현황’에 따르면 호주와 미국은 남성도 국가예방접종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HPV는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국가예방접종 대상을 결정하는데, 대한부인종양학회는 4가 백신(가다실) 접종대상연령을 만 9~26세 여성과 만 9~15세 남성을 대상으로, 2가 백신(서바릭스)은 10~25세 여성을 대상으로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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