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여성문화인상 황혜정 미술작가

시각·촉각 활용해 스토리텔링

 

2017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 부문을 수상한 황혜정 작가 ⓒ황혜정 작가
2017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 부문을 수상한 황혜정 작가 ⓒ황혜정 작가

‘경계’란 때론 확신을 주다가도 불안감을 엄습하게 한다. 경계선 위의 우리는 불안하다. 불안이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고, 그 예민함이 경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이 감지능력을 우리는 ‘통찰’이라 부른다.

‘여성’이란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지 31년째라는 황혜정 작가는 “억울한 마음에 그 울타리를 탈출만 하려 했었던 것 같은데, 돌이켜보니 은근슬쩍 스스로 울타리 안으로 숨어 들어가 보호받고 안도한 적도 많았다”며 “여자와 남자, 아이와 어른, 좋고 나쁨 등 세상을 나누는 많은 ‘선’들은 세상을 ‘잘’ 살아가는데 명확한 확신을 주다가도, 문득 그 경계에 서서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무언가 잘못한 것은 아닐까 조급해진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홍익대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 왕립예술학교에서 텍스타일 석사를 마쳤다. 졸업 후에는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섬유미술을 전공한 그는 모든 작업을 촉감으로 연결한다. 콜라주와 드로잉 그리고 양모텍스츄어를 결합해 그림을 완성한다.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들을 모조리 내 바깥으로 밀어버린다. 그러다 발 하나 손 하나가 나에게로 넘어오는데 문득 이들이 진짜 ‘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이들을 따라 그들이 왔던 곳으로 들어가본다. 어둡고 꽉 막힌 그곳은 아늑하고 편안하다가도 금새 답답하고 두려운 기분이 든다. 나는 다시 처음의‘나’로 돌아간다. 경계선들이 군데군데 희미해 졌다. ambiguous lines,2128x1000(mm),pencil on paper,2017. ⓒ황혜정 작가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들을 모조리 내 바깥으로 밀어버린다. 그러다 발 하나 손 하나가 나에게로 넘어오는데 문득 이들이 진짜 ‘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이들을 따라 그들이 왔던 곳으로 들어가본다. 어둡고 꽉 막힌 그곳은 아늑하고 편안하다가도 금새 답답하고 두려운 기분이 든다. 나는 다시 처음의‘나’로 돌아간다. 경계선들이 군데군데 희미해 졌다. ambiguous lines,2128x1000(mm),pencil on paper,2017. ⓒ황혜정 작가

그가 지난 8월 연 개인전 ‘Ambiguous Lines’의 부제는 ‘경계선상의 자아들’이었다. ‘무성’의 뒤엉킨 나체들은 여자지만 남자 같은, 어른이지만 아이이고 싶은 마음을 보여준다. 그는 “비현실적이고 동물적인 형상들은 종종 ‘징그럽고 너무 야하다’는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작가가 남자인 줄 알았다’는 말도 들었다”며 “이러한 반응에 가끔은 ’여성‘으로서 살짝 겁이 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런 걱정과 달리 작업 속 자아들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다. 세상을 나누는 여러 ‘선’들을 파괴하며, 현실에선 맛볼 수 없었던 통쾌함마저 준다. 황 작가는 “일상에서 외면하고 부정했던 ‘나’들을 회복시키니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누그러졌다”고 표현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주로 개인적 자아 성찰을 다루는 제게 과분한 것은 아닐까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섰어요. 하지만 동시에 ‘성’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편안해졌던 제 이야기를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에 앞으로 작업을 하는 데 있어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더 당당하게,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solace(위안),wool,650x1070x700(mm),2014 ⓒ황혜정 작가
solace(위안),wool,650x1070x700(mm),2014 ⓒ황혜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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