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양성평등문화상] 시골엔 여자가 낄 데 없다? 지리산 여자들의 페미니즘 실험
[2017 양성평등문화상] 시골엔 여자가 낄 데 없다? 지리산 여자들의 페미니즘 실험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7.10.14 01:09
  • 수정 2017-10-19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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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특별상 여성주의 문화단체 ‘문화기획달’

문화예술 창작·교육 통해

풀뿌리 여성운동 펼쳐

 

‘문화기획달’이 2017년 주최한 자기방어캠프 워크숍에서 훈련 중인 참가자들 ⓒ문화기획달 제공
‘문화기획달’이 2017년 주최한 자기방어캠프 워크숍에서 훈련 중인 참가자들 ⓒ문화기획달 제공

페미니즘에 대한 흔한 오해는 그것이 ‘기득권자의 정치’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란 특별한 존재가 아닌, 새로운 삶의 지형을 그리려는 배제된 사람들이다. 남성 중심, 중앙 중심의 제도와 의식을 벗어나 여성의 관점, 지역의 관점에서 여러 활동을 펼치면서 성평등 생활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풀뿌리 여성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 양성평등문화상 ‘문화예술특별상’ 수상자인 ‘문화기획달’이다.

“지리산에 사는 여자들”이 모여 만든 문화기획달은 ‘여성주의 문화단체’를 표방한다. 다르게 살고 싶어서 지리산에 왔지만, 여기서도 여성은 ‘아웃사이더’임을 깨달은 여성들이 하나둘씩 연결돼 새롭고 재미있는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2014년 창립 이래로 “여성으로서의 경험과 생각을 문화예술, 창작 활동을 통해 펼”쳐왔다. 농촌 성문화 다시보기, 여성 글쓰기 포럼, 페미니즘 아트스쿨,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공동체라디오 제작교육 등을 벌였고, 여성 전용 창작생활공간 ‘살롱드마고’도 운영한다. 

 

 

‘문화기획달’의 지역독립잡지 계간 ‘지글스’ 2017 여름호 ⓒ문화기획달 제공
‘문화기획달’의 지역독립잡지 계간 ‘지글스’ 2017 여름호 ⓒ문화기획달 제공

특히 문화기획달의 첫 사업인 지역독립잡지 계간 ‘지글스’ 발행은 지역 내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지글스’란 ‘지리산에서 글 쓰는 여자들’의 준말이다. 지리산 주변에 사는 여성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지역 여성의 창작 활동을 응원하는 주민들과 독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책 제작에 참여한 여성들은 “내 삶은 ‘지글스’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요. 자기 욕망을 자유롭게 발화하는 경험, 이웃 여성들의 삶에 대한 공감,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서로 공유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부터는 여러 페미니즘 캠페인과 사업을 벌이고 있다. “농촌 지역의 가부장성을 폭로하고 여성들이 지역에서 보다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고자 하는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에서다. 올해는 ‘자기방어캠프-셀프디펜스 워크숍’, ‘댄스워크숍’ 등 여성과 몸을 주제로 한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수동성이나 조신함을 강요받고, 밖으로 뻗는 에너지가 좀처럼 허용되지 않았던 여성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몸을 자유로이, 적극적으로 쓰는 경험”을 하며 “자신 안의 힘과 자신감을 찾”는 시간이었다.

 

‘문화기획달’이 연 아트스쿨 풍경 ⓒ문화기획달 제공
‘문화기획달’이 연 아트스쿨 풍경 ⓒ문화기획달 제공

“농촌 지역에서 여성의 역할이란 ‘보조자’에 머무르거나, 사적인 영역과 연계돼 성역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아요.” 문화기획달 측은 “여성들이 여성 자신이 중심이 되는 경험을 함께하며 삶의 주도성을 찾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저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기존의 익숙한 남성 중심 조직과 다른 느낌이고, 지금 여기서 같이 살아가는 여성들의 욕구나 문화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 여기지 않을까 싶어요. (...) 지역 여성들에게 문화기획달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 배움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커뮤니티, 나아가 자아실현의 발판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엔 처음으로 성인 남성 대상 성교육도 열었다.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고 계속 참여하고 싶다는 피드백도 받아서 어쩌면 내년에는 같이 재미있는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운영비·인건비·잡지 제작비 예산 확보, 다양한 사람들 간 의견 조율·소통 등을 어떻게 지혜롭게 할까 늘 고민”이지만, 이들은 앞으로도 여성이 주체가 돼 지역 사회와 일상을 변화시키는 즐겁고 참신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농촌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하며 힘들거나 회의감이 들 때도 많았는데 지지받는 느낌이 들고, 누군가 애썼다고 토닥토닥 해주는 것 같기도 했어요. 우리의 활동이 개인의 경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도 있구나 싶어 어깨가 으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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