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티소 ‘작별’
제임스 티소 ‘작별’

그대 떠난 빈자리에

-이위발

바람이 불었다

그대가 초승달처럼 절정을 향해 치달릴 때

하늘은 그을린 솥단지 바닥처럼 시커멓고

구름장은 한군데도 틈새가 없었다

사납게 일렁이는 나뭇잎들의 물결에

손금 같은 산봉우리들이 비에

파랗게 질린 채 서 있었다

 

가을바람이 와일드하게 분다. 바람이 소프트해도 쓰러질 것 같은 가을이다. 아프려고 태어난 거 아닌데, 아파야 삶이더라. 아프려고 사랑하는 거 아닌데, 아프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더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도, 사랑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희생과 정성이 담기는 것.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애인이 떠난 자리의 대가는 혹독하다. 밤새 키스하고 서로를 어루만진 따스한 밤이 많았대도, 시인의 지극히 휴먼한 시처럼 하늘이 그을린 솥단지 바닥처럼 보일만치 눈앞이 캄캄하고, 한줄기 비에도 파랗게 질리도록 아픈 것이다. 그런 아픔을 겪는 게 무서워 사랑은 와도 겁난다. 그래도 솔로들에게 혼자 살라는, 잔혹한 말은 하지를 말라. 강력 파스처럼 쿡쿡 후벼 파던 외로움을 몰라서 하는 얘기지. 내 후배든 나든 누구든  솔로인 자들은 어떤 와일드한 바람이라도 쓰러지지 않을 사랑을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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