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생리대 파문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발표한 조사에서 총 4개 제품의 검출량이 잘못 입력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발표한 조사에서 총 4개 제품의 검출량이 잘못 입력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발표한 생리대 화학물질 전수조사 결과 일부 제품의 수치가 잘못 발표됐다며 지난 10일 이를 정정했다. 식약처는 “수치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잘못 기재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발표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달 28일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 제품을 대상으로 위해물질 10가지에 한해 검출실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위해물질이 모두 ‘불검출’된 생리대는 수입 2종 제품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0일 또다시 제품 모두에서 1개 이상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가 검출됐다고 번복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조사에서 총 4개 제품의 검출량이 잘못 입력됐다. 잘못 입력된 제품은 에리에르인터내셔널코리아의 △엘리스 크리닉스 날개형 슈퍼 롱 오버나이트 △엘리스 초안심 날개형 슈퍼 롱 오버나이트, 헬코스메티칼연구소의 △오 레이디 오가닉 코튼 새니터리패드(대형) △오 레이디 오가닉 코튼 새니터리패드(중형) 등 4개다.

식약처는 △엘리스 크리닉스 날개형 슈퍼 롱 오버나이트와 △오 레이디 오가닉 코튼 새니터리패드(대형) 2개 제품에서 VOCs 10종 모두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정된 자료에는 △엘리스 크리닉스 날개형 슈퍼 롱 오버나이트에서 에틸벤젠, 스티렌, 자일렌 등이 검출됐다. 또한 △오 레이디 오가닉 코튼 새니터리패드(대형)에서는 에틸벤젠, 자일렌이 검출된 것으로 표시됐다.

이에 식약처는 10일 홈페이지에 해명자료를 내고 “발표자료 작성과정에서 동일업체의 유사제품 간 결과값이 잘못 기재된 것임을 확인했다”며 “발표 당일 결과 값 오류를 확인한 즉시 관련내용을 수정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 행동네트워크’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식약처에 모든 유해성분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를 촉구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 행동네트워크’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식약처에 모든 유해성분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를 촉구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식약처 “생리대, 인체 위해한 수준 아냐”

여성단체 “유해화학물질 전부 조사해야”

VOCs는 쉽게 증발하는 유기화합물을 뜻한다. 벤젠, 톨루엔, 아세톤,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수백 종의 유기화합물이 VOCs로 분류된다. VOCs는 우리가 매일 숨 쉬고 마시는 공기나 물 등 자연에도 존재하며, 담배 연기, 자동차, 건축내장재, 천연섬유(목화 등) 또는 화학합성섬유와 그로부터 제작된 의류, 기타 생활용품 등에서도 검출될 수 있다. 일부 VOCs는 노출량, 노출경로, 노출기간 등에 따라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약처는 “생리대 제조 특성상 VOCs는 어느 정도 포함될 수 있으나, 조사결과 생리대의 VOCs 검출량은 건강에 위해한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일회용 생리대, 면생리대,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리대 등 모두 인체 위해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10종의 VOCs 위해성 평가 결과로 생리대의 안전을 완전히 담보할 수 없지만 10종 VOCs에 대한 위해평가 결과가 충분한 안전역을 확보하고 있어 유통 생리대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환경연대는 국내에 판매되는 생리대에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식약처 발표에 대해 “10종의 시험 결과만을 토대로 안전하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성명에서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유독 물질에 대한 정부의 확대 조사를 요구하며 안전한 제조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여성환경연대는 “대상 항목이 한계가 있는 만큼 유해화학물질 전부를 조사해야 한다”며 “해외보고서에 따르면 유기화합물 말고도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퓨란, 잔류 농약,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DEHP), 향료의 유해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고 한다”며 “생리대 조사가 좀 더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리대 2~3시간마다 교체하라는 보건당국

“직장인 여성들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

‘유해 생리대’ 논란으로 안전한 생리대를 찾는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늘고 있다. 이들은 면생리대, 생리컵 등의 대안을 찾는가 하면 수입산 생리대를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력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은 결국 찜찜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일회용생리대를 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당국은 최근 일회용생리대를 둘러싼 인체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 올바른 생리대 사용법을 안내했다. 이에 따르면 생리대는 양이 많은 날을 기준으로 개인의 특성에 맞게 2~3시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 또 생리대를 바꿔줄 때마다 외음부를 깨끗하게 씻어야 하며, 불가능한 환경이라면 티슈 혹은 물티슈 등을 이용해서라도 닦아주는 것이 좋다.

실제 의료계 등에 따르면 월경 기간 중 유발되는 피부질환은 대부분 생리대 교체시간과 관련이 있는데, 양이 많은 날을 기준으로 2~3시간에 한 번씩 교체해야 세균 번식으로 인한 감염과 피부 트러블을 막을 수 있다. 자주 교체해야 하는 이유도 월경 시 피부가 연약해지기 때문이다. 장시간 사용한 생리대의 분비물이 피부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게 되면 피부질환을 유발한다. 따라서 양이 적더라도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기가 변화되거나 양이 감소해 걱정이 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월경주기가 변한다거나 양이 감소한다는 의미는 주기가 규칙적인 여성이 통상 3개월 동안, 주기가 불규칙적인 여성이 6개월 동안 주기나 양이 지속적으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는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

보건당국이 안내한 올바른 생리대 사용법에 대해 직장인 김지혜(25)씨는 “매일 2~3시간마다 생리대를 교체했다가는 생리대값이 남아나지 않겠다”며 “하루에 열 번 이상은 생리대를 갈아야 한다는 말인데,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에 인체 위해성이 높은 VOCs이 함유됐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 28일 국내 유통(제조·수입), 해외직구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총 61개사의 666개 품목을 대상으로 1차 위해평가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총 84종의 VOCs 가운데 생식독성과 발암성 등 인체 위해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에틸벤젠과 스티렌, 톨루엔, 헥산 등 10종을 대상으로 우선 조사한 결과, 생리대 종류에 따라 양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위해하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식약처는 12월까지 나머지 74종의 VOCs에 대한 2차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2018년 5월까지 농약 14종 등을 포함해 92종에 대한 위해평가를 추가로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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