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입법 펼치기] “‘김지영법’으로 성차별적 사회 구조 개선 합니다”
[젠더 입법 펼치기] “‘김지영법’으로 성차별적 사회 구조 개선 합니다”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0.10 22:23
  • 수정 2017-10-13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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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임금격차, 일·가정양립 제도 개선

집무실은 공용회의실로 내주고

좁은 회의실을 공부방으로

“정치인, 말과 행동 일치 중요”

김영란법, 태완이법, 조두순법, 신해철법…. 법안의 별명으로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작명법은 부르기 편하고 기억되기 쉬워 흔히 사용된다. 최근엔 소설 주인공의 이름을 딴 ‘김지영법’이 등장했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3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힌트를 얻은 법안 명이다. 김지영은 가상인물이지만 우리 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제기하는데 큰 공을 세운 상징적 인물이다. 법안 역시 성차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제도를 담고 있다.

‘86년생 김수민 의원’은 여성이며 20대 국회 최연소자다. 현역 국회의원 300명의 표준을 만든다면 남성, 기혼, 50대 후반, 2~3선, 수도권 기반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데, 김 의원은 그 표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9일 찾아간 국회 의원회관 727호에서도 그의 특징을 엿볼 수 있었다. 디자인회사 창업가 출신답게 평범하지 않은 인테리어는 예상했지만, 의원 집무실을 통째로 회의실로 내놓고 입구 옆 좁은 회의실을 집무실로 쓰는 모습은 파격적이었다.

고향인 충북 청주에 다녀왔다는 김 의원에게 “정치인도 집안일 시키고 결혼 압박 하느냐”고 묻자 “당연하다”면서 손사래쳤다. 그는 전기포트에서 직접 물을 끓여 차를 냈다. 손님이 와도 가급적 보좌진을 통하지 않고 직접 건넨다고. 정치인의 권위의식 혹은 30대 여성의 새침함도 없이 소탈했다.

일명 ‘김지영법’은 그가 최근 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두 건을 통칭한다. 김 의원은 “소설을 읽으면서 이 문제들을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고 느껴 법 개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는 성별임금격차 문제 해소를 위해 동일임금 근로자의 임금정보를 사측에 청구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법률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명시돼 있고, 다른 법률에서도 임금·근로조건 등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임금격차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에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판단기준을 제공해 동일임금 준수노력을 촉진하고자 했다”고 입법 취지를 소개했다.

다른 하나는 일·가정 양립 실현을 위해 남성 근로자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신청을 적극 권장하는 노력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김 의원은 “현행법은 여성의 취업 확대에 관한 내용과 모성 보호만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기본계획 수립에 남성 근로자의 부성 보장에 관한 사항, 남녀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제도 활용 촉진에 관한 사항을 반영하도록 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이라는 법의 취지를 살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 졸업 전 창업을 해서 성과를 냈고, 미혼이라는 점에서 성별임금격차나 부부 가사분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느냐고 묻자 김 의원은 단호한 표정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입법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현실이 훨씬 더 심하다”고 했다.

“저는 여고, 여대를 나왔고, 여자들끼리 회사를 창업해서 여자들끼리 지냈어요. 굉장히 운이 좋게도 여성이라 불합리한 강요를 받은 겪은 기억은 별로 없어요. 그렇지만 각종 통계는 물론이고 20~30대 또래 여성들은 물론, 국민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책보다 현실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죠. 일하는 여성에게 성차별을 느끼냐고 물어보면 100이면 100이라고 답변할 거예요. 김지영씨의 남편은 그래도 아내를 이해하려는 착한 남편 아닌가요.”

김 의원은 일부에선 우리 사회에서 성평등이 이뤄졌고,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 받는다고 주장하는 상황에 대해서 단호하게 말했다.

“남성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그걸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30% 여성 할당을 하자고 하면 역차별이라고 해요. 남자들 또한 오랜 가부장적 환경에서 만들어진 피해자일 수 있죠. 차별-역차별을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봤으면 해요. 청년실업 문제도 똑같아요. 대학 교수가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취업이 안되냐며, 공부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본인 책임, 개인 문제라는 기득권층의 꼰대 마인드죠.”

 

소설에서 드러나듯 성차별이 너무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어서 김 의원은 크고 작은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놀라게 된다고 덧붙였다.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어딜가든 커리어우먼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문득 ‘커리어맨’이라는 단어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돌 경연 방송 ‘프로듀스101’에서 여자팀 남자팀 노래 가사에 대해 대상과 주체의 차이를 지적한 칼럼을 읽고 저도 배웠고요. 사람의 인식이 기울어져 있지만 공기처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고 뉴턴이 중력을 깨우칠 수 있었던 건 눈과 마음을 열어놓고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인터뷰 중간 중간 입법가로서 역할과 책임을 수차례 강조한 김 의원에게 막내 국회의원으로서는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국회라는 조직 내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굳이 나이나 세대를 기준으로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다만 원칙 같은 몇 가지를 소개했다. 입법 활동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고 있는지,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등을 꼽았다. 또 특히 새 시대를 위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가령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한계가 크기 때문에 국내총행복(GDH)으로 바꿔야 한다는 담론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국민의 삶의 목표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행복이니까요. 그런데 국회는 노력조차 하지 않죠. 50대 후반의 2,3,4선 의원들이 앞으로 이 부분을 얼마나 혁신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변화의 수용성이 높고 탄력적인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기 쉬울 거라고 봐요. 가치관도 분명 다르고요.”

김 의원은 직접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내일티켓’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시작해 참여인원이 1000명을 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목소리를 듣고 정책도 만든다. ‘행복한 내일로 가기 위한 티켓’이라는 의미다.

김 의원은 리베이트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1·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이 사건을 겪으며 한 개인으로서 얻은 것이 있다면 미움받을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정치인으로서 큰 위기가 아닐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옳음’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일조하고, 올바른 사회의 규칙과 기준을 세우는 데에 도구로 쓰였다는 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김지영법)

①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동일노동 근로자의 임금정보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 임금정보를 청구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남성 근로자의 배우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신청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등 남성의 가사·육아·출산에 대한 관심과 기여 증진을 독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남성 근로자의 부성을 보장해야 함을 명시

김수민 의원 프로필

△1986년생 △2010년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졸업 △2012~2016년 브랜드호텔 대표이사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7번 당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2017년 5월~ 국민의당 원내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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