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제안

4당 원내수석 협의 예정

국회 여가위로는 한계

실행에 다부처 협력 필수

 

국회에서 젠더폭력 대책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특별위원회(비상설) 설립이 추진된다. 앞서 정부가 ‘디지털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여당은 젠더폭력이라는 포괄적인 문제를 갖고 국회 협상 테이블에서 야당 측에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이하 젠더폭력특위)’ 설치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회의석상에서 제안하면서 공론화됐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민주당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 출범식 겸 당정간담회에서 “젠더 폭력이 정말 심각해져가고 있다. 사회 문화 문제를 다 포괄하고 있어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나날이 늘어나는 데이트 폭력과 성범죄 근절을 위해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성인여성의 절반이상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다. 스토킹, 몰카 같은 성범죄도 늘어나서 국민 걱정이 많다”며 “젠더 폭력은 피해자 뿐 아니라 가족에도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힌다. 강력하고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특위 설치를 제시했다.

민주당 젠더폭력TF에는 국회 여성가족위와 보건복지위 소속인 남인순·정춘숙 의원과 법제사법위 금태섭,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고용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박경미, 행정안전위 이재정·표창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홍익표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설치 건은 통상적으로 원내교섭단체 4당의 원내수석 간 회의에서 협의된다. 9월말 민주당이 먼저 발표를 했지만 국회가 10월 국정감사에 총력을 집중하게 되면 이 외의 사안에 대한 논의는 늦어질 수도 있다.

젠더폭력 문제는 다른 사안과 달리 정당들 간 이해관계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젠더폭력특위 설치는 야당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현재 미세먼지특위, 4차산업혁명특위, 국민의당은 사법개혁특위 구성을 제안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젠더폭력특위 설치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여성폭력 문제와 관련한 국회 특위 설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가 있지만 19대 국회에도 ‘아동·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이하 국회 성폭력대책특위)’를 설치한 바 있다. 2012년 당시 잇따라 발생한 심각한 성폭력 범죄로 인해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각각 당내 특위를 구성했고, 이후 국회 차원에서 합의해 3개월 간 운영했다.

현 시점에서도 각종 젠더폭력에 종합적인 입법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위가 필요하다는 게 민주당 측의 입장이다. 젠더폭력 대책과 집행은 다부처 협력이 필수적이어서 여성가족위원회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젠더폭력TF 단장을 맡고 있는 남인순 의원은 “예를 들어 가해자 처벌이나 단속은 법무부, 경찰, 몰래카메라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예방교육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피해자 보호는 여가부 등이 관련돼 있다”며 “해당 상임위도 법사위, 행안위, 문체위, 여가위 등 폭 넓고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복의 문제가 아니라 협업과 공유, 조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더폭력특위가 설치되면 성과를 내기 위해 입법권도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과거 현안을 중심으로 여러 특위가 만들어졌지만 입법권이 없으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2012년 국회 성폭력대책특위는 입법권을 갖고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 전면 폐지, △공소시효 배제 범위확대,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강화, 성교육․성폭력예방교육 확대 등을 이끌어냈고 △성폭력 예방 강화, △성폭력 범죄 가해자에 대한 보다 확실한 처벌, △피해자 보호 확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성과를 낸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국회 상임위는 아니지만 국회의장 자문기구 형태의 ‘여성·아동 미래비전자문위원회’가 운영된 바 있다. 당시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외부 자문위원장을 맡고 11명의 자문위원들이 참여해 6개월간 여성·아동의 권리 증진을 위한 입법 과제를 발굴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물로 ‘여성·아동 미래비전’ 보고서를 발간해 마무리하면서 입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