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영화 ‘미옥’ 제작보고회

‘남성영화’ 홍수 속 단비 같은 여성 중심 영화

김혜수 “여성 영화 앞으로 가열 차게 나와줘야”

 

10일 오전 11시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미옥’ 제작보고회에서 주인공 나현정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0일 오전 11시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미옥’ 제작보고회에서 주인공 나현정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영화 ‘미옥’은 여성영화 가뭄 속 희망의 빗줄기가 될 수 있을까. 배우 김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느와르 영화가 다음 달 관객들을 찾는다. 남성 위주의 액션·느와르 장르가 주류였던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중심의 느와르가 탄생했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미옥’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10일 오전 11시 CGV압구정에서 영화 ‘미옥’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배우 김혜수는 “현정이라는 캐릭터와 캐릭터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에 끌렸다”며 “느와르라는 장르도 매력적이었지만 인물들의 욕망, 욕망의 목적, 캐릭터 간의 관계가 눈에 확 들어왔다. 각각의 캐릭터가 강렬했다”며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10일 오전 11시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미옥’ 제작보고회에서 주인공 나현정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가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0일 오전 11시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미옥’ 제작보고회에서 주인공 나현정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가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어 그는 “여성 액션영화가 많이 기획되진 않지만 그동안 간간이 그런 작품이 들어오면 두려움이 컸다. 엄청 겁쟁이라서 (액션은) 내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캐릭터와 스토리에 끌리니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게 되더라”고 말했다.

남성배우들이 군집으로 나오는 소위 ‘남성영화’가 쏟아지는 현재 한국 영화판에서 ‘미옥’이 갖는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한국에서 여성배우의 현실은 여러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게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유럽의 몇 개국을 제외하면 여성이 독단적으로 극을 장악하는 콘텐츠는 굉장히 적다. 이런 영화들이 앞으로 가열 차게 나와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우 문소리가 감독·각본·주연을 맡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예로 들며 “최근에 문소리씨가 본인이 배우로서 겪는 실상과 일하는 여성이 겪는 현실을 자기의 목소리를 담아 굉장히 잘 표현해냈다”면서 “그런 시도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화 ‘미옥’에서 나현정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영화 ‘미옥’에서 나현정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어 그는 “‘오랜만에 (여성 중심의) 느와르가 나왔다. 잘 해봐라’ ‘그동안 존재했던 남성 느와르를 뛰어넘어야 너의 영화는 가치 있을 것’이라고 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런 시도들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관객들과 호흡하는 방법을 모색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수가 맡은 나현정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내고 은퇴를 눈앞에 둔 조직의 언더보스다. 자신이 맡은 마지막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보통 사람과 같이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그에 의해 궁지에 내몰린 검사 최대식(이희준)의 계략으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김혜수는 “현정은 조직을 위해 비밀스럽고 음험한 일을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차가워 보이지만 속에는 불덩이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며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여성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영화 ‘미옥’에서 임상훈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영화 ‘미옥’에서 임상훈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영화 ‘미옥’에서 검사 최대식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영화 ‘미옥’에서 검사 최대식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번 영화의 각본·연출을 맡은 이안규 감독은 “느와르 영화를 보다보면 여성들은 대개 팜므파탈 아니면 톰보일 스타일의 주변인물로 그려지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걸 발견할 수 있다”면서 “남자 장르로 표방되는 느와르 안에 여성을 던져놓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멋진 남자 캐릭터는 많이 봤으니 이제 멋진 여자 캐릭터를 좀 보고 싶었고, 느와르 장르에서 살아 숨 쉬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제작 동기를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선균은 “작업을 하며 김혜수라는 배우가 왜 한국 영화의 중심에 있는지 깨닫게 됐다”며 김혜수의 독보적인 매력을 평했다. 영화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현정(김혜수)과 그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상훈(이선균)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검사(이희준) 등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전쟁을 그린 느와르 영화다. 

배우 이선균은 현정을 위해 밑바닥부터 올라와 조직의 해결사가 된 상훈 역을 맡았다. 어린 시절부터 결핍과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로 자신의 꿈이 곧 현정이라고 믿는 인물이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태도와 최검사의 새로운 제안으로 점차 혼란에 빠진다. 최검사는 권력에 눈이 먼 야심가로 검사장 딸과의 결혼으로 승승장구 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출세를 눈앞에 두고 현정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잡힌다. 그는 자신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상훈까지 이용하며 복수를 준비한다. 11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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