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 심포지엄

공창제도, 일본군‘위안부’, 집창촌, 여성에 대한 성적 재현, 디지털 성범죄…. 각각의 개별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결과를 낳는다. ‘여성이 성폭력·성매매 피해 대상이 된다’는 것.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 발달로 파생된 새로운 범주의 폭력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배경만 달리할 뿐, 여성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성매매 및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9월 23일 오후 서울 중앙대 310관 B502호에서는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을 주제로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중앙대 사회학과 BK플러스사업팀이 공동 주관하고, 희망의씨앗, 콜라보(colabo), 십대여성인권센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의기억재단이 주최하며, 서울시 성평등기금이 후원했다. 4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나온 전문가 8인의 발언을 기록해 정리했다.

디지털성폭력 범죄, 미성년자까지 대상 확대돼 피해 심각

개인적 법익 침해 행위임을 분명히 하고

‘음란’이라는 사회적 법익 관련 개념 제거해야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 성매매/디지털 성폭력 법의 현황과 과제-처벌법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사회적 법익만을 옹호함으로써 강자 논리에 치우치고 있는 현 성매매·성폭력 처벌법을 비판하며 개선방안을 소개했다. 이날 개인 사정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장 부연구위원 대신 이하영 활동가가 발표문을 대독했다.  

“2017년 현재 한국 법체계에서 성매매와 성폭력에 관한 형사처벌 관련 규정은 완벽히 분리돼 있습니다. 성매매 처벌법은 선량한 성풍속이라는 ‘사회적 법익’ 침해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며, 성폭력에 관한 처벌법은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개인의 법익’ 침해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죠.

그러나 법체계상 성폭력과 성매매의 분리된 경계, 즉 성적 범죄행위의 보호법익 속성인 사회적 법익과 개인적 법익의 분리는 해당 법률 규정이나 실제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는 모호하며 중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매매 법과 성폭력 법은 분리돼있지만 현실에선 구분하기 어렵고 구분돼선 안 된다는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이러한 모호함이 가진 문제점은 디지털 성폭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다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불특정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에 대한 처벌법은 선량한 성풍속이라는 사회적 법익 침해에 대한 처벌이라는 기본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매매처벌법에서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 처벌을 강화하고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비범죄화와 보호·지원을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성판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처벌적 규정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으며, 성매매처벌법상 입법 목적을 실현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성매매처벌법의 법체계적 구조가 구윤락행위등방지법과 유사한 상황에서는 성매매피해자 규정에 대한 축소해석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아청법상 성매수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에 대한 대상청소년 규정 적용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현재 디지털성폭력 관련 현행 처벌법 규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①성폭력처벌법 및 아청법 ②성매매처벌법 ③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바로 그것입니다. 근데 이 법률들은 디지털성폭력의 침해적 속성과 사회적 법익 침해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 적용이 불일치한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온라인상의 젠더폭력 관련 현행법상 처벌규정은 대부분 음란물제작 및 유포 혹은 성매매와 관련된 처벌규정으로 피해자가 없는 범죄이자 사회적 법익 침해와 관련된 죄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반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처벌규정은 피해자가 있는 범죄이며, 개인적 법익 침해행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성폭력은 대부분 피해자가 특정되며, 음란물 제작 또는 유포행위 자체가 특정 개인의 인격권과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있는 범죄이자 개인적 법익 침해 행위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사법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더라도 증거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으며, 형사법적 공백과 신체 노출 사진,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유포 가해자들을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사이버 공간에 유포된 촬영물 삭제는 피해자 개인의 몫이며,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촬영물 삭제를 요청한다 하더라도 15일간의 심사기간 동안 P2P 사이트나 SNS를 통해 광범위한 유포가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를 막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특히 이러한 종류의 성폭력 범죄는 성인 여성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등 미성년자까지 그 대상으로 확대돼 피해가 매우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 성폭력 관련 규정 내용이 주로 음란물의 개념을 활용하기 때문에 디지털 성폭력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 처벌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닙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와 관련해 법원이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해당 행위의 속성이 음란행위에 해당하는지 그 여부를 심사하는데, 음란의 개념은 피해자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은 ‘사회질서’라는 사회적 법익에 따라 구축된 개념입니다. 결국 디지털성폭력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임에도 이에 대한 형사제재는 음란물과 관련된 죄로만 가능하게 됩니다.

따라서 디지털 성폭력과 성매매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적 폭력으로서 젠더폭력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젠더폭력은 사회적 법익이라는 표현 안에 숨어있는 불합리하고 폭력적인 사회구조의 결과로 발생하는 개인적 법익 침해의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갖고 가면서 현재 구분돼있는 성매매와 성폭력 처벌법을 통합해야 합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성적 행위와 관련된 범죄는 심각한 개인적 법익 침해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성폭력이나 성매매, 성폭력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법익 침해행위라는 평가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성폭력 등 성적 행위와 관련된 범죄에 드리워진 사회적 법익 침해행위 판단 기준을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디지털 성폭력과 성매매 처벌에 대한 법적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범죄행위들이 개인적 법익 침해임을 분명히 하고 사회적 법익과 관련된 개념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음란이라는 법적 개념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질 등의 성품, 보호받을만한 정조를 판단하는 과거의 법해석을 변경해야 하며, 피해 내용을 기준으로 구성요건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구매자의 경우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폭력으로 실행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형사적 제재도 필요하지만 젠더 폭력의 구조를 이해하고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강제적 성격의 보호처분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대비해 성판매자의 경우 자발성과 이익수취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개인적 법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며, 보호처분과 같은 강제적 제재가 부여될 경우 성매매로 인한 피해를 가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판매자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동의에 따른 보호와 지원을 통해 탈성매매를 하도록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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