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OUT ⑤] ‘성매매 여성’ 착취구조 눈감은 일본의 ‘성노동론’
[디지털성범죄 OUT ⑤] ‘성매매 여성’ 착취구조 눈감은 일본의 ‘성노동론’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0.05 14:20
  • 수정 2017-10-05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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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오노자와 아카네 릿쿄대 교수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 심포지엄

 

공창제도, 일본군‘위안부’, 집창촌, 여성에 대한 성적 재현, 디지털 성범죄…. 각각의 개별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결과를 낳는다. ‘여성이 성폭력·성매매 피해 대상이 된다’는 것.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 발달로 파생된 새로운 범주의 폭력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배경만 달리할 뿐, 여성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성매매 및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9월 23일 오후 서울 중앙대 310관 B502호에서는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을 주제로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중앙대 사회학과 BK플러스사업팀이 공동 주관하고, 희망의씨앗, 콜라보(colabo), 십대여성인권센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의기억재단이 주최하며, 서울시 성평등기금이 후원했다. 4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나온 전문가 8인의 발언을 기록해 정리했다.

 

성매매 여성의 주체성 강조하는 일본의 성노동론,

일본군‘위안부’ 주체성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돼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이어져 

오노자와 아카네 릿쿄대 교수는 ‘일본의 성노동(Sex Work)론’을 주제로 일본에서 전개되는 성노동론의 문제점과 그 영향에 대해서 발표했다. 발표에 앞서 오노자와 교수는 성노동론을 ‘성매매를 그 외의 노동과 다르지 않은 노동으로 간주해 그 합법화와 영위를 목표로 함으로써 성을 파는 여성을 차별하는 현실을 타파하는 이론’으로 규정했다. 그는 “성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차별하는 것을 반대하고, 그들의 주체성을 중시한다”며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위험과 착취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본에서 유통되고 있는 성노동론에는 비판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성노동론이 대두돼 현재는 학문 또는 실천 활동으로 넓게 유통되고 있어 성매매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게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성매매를 비판적으로 여기는 것이 성을 파는 여성을 차별하는 것과 혼동되고 있죠. 또 성노동론에서 주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조선인 ‘위안부’의 주체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돼 있습니다. 이는 일본군을 자발적으로 지지했다고 주장하는 『제국의 위안부』(저자 박유하)를 높게 평가하는 것 그리고 성매매 피해자 지원활동을 비판하는 것과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3

먼저, 일본의 사회학자와 역사학자의 성노동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섹스라는 일의 곤혹’(아사히신문, 1994년 6월 22일 석간)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AV에 출연한 여성이 합의하지 않은 섹스를 강요받고 그 비디오가 상품으로 유통되는 인권 침해를 문제 삼기 위해선 성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그는 성이 인격과 결합돼있고 성의 침해는 인격 침해와 같다는 사고방식은 청교도주의를 기반으로 한 것이며, 이는 ‘성매매 여성’ 차별로 연결된다고 말합니다. 또 성을 인격에서 독립시켜 성적 욕망이 권력과 엮이지 않는다면 ‘성노동 자유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하죠. 

일본의 또 다른 사회학자 아오야마 가오루는, 우에노가 성매매의 현실을 연구하지 않고 성노동론을 주창한 것과 달리, 태국과 도쿄에서 필리핀 여성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해 그에 입각한 성노동론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금전과 맞바꿔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가치관이 사회 전반에 퍼져 성노동하는 이들의 마음속에도 자리한다면 여성들의 일은 불법화와 비정규화 되기 쉬워지고, 사회적인 차별로 연결돼 나아가 지하 경제 속에서의 과혹한 착취로 연결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아오야마는 성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본 점령과 젠더』라는 책을 낸 역사학자 히라이 가즈코씨는 일부일처제를 모범으로 하는 근대 가족의 침투와 미국의 청교도주의의 영향이 매춘부 차별로 이어졌다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문제는 매매춘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걸 비참하게 하는 노동조건이나 사람들의 성 도덕관에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위의 연구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어째서 여성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성매매 그 자체가 아니라 노동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요. 또 그들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권력관계, 노동과 섹슈얼리티의 차이를 말하는 이론적 분석이 매우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닙니다.

이어 성노동론 활동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가나메 유키코씨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SWASH(Wex Work and Sexual Health)는 성노동자를 위한 지원인력 양성 강좌, 성매매 가게 주인 대상 강연, 노동자 상담 등을 하고 있습니다. 가나메씨는 출장 성매매 여성이 밀실에서 일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살인사건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점, 성매매를 한다는 점을 약점 잡혀 도촬이나 협박 등의 위험을 겪을 수 있다는 중요한 점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성매매 그 자체는 다른 노동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성매매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 성 구매를 긍정한다는 것이 가나메씨의 한계입니다.

화이트핸즈 대표인 사카쓰메 신고씨는 장애인의 사정을 돕고, 성 산업과 사회를 잇는 섹스 회담, 새로운 성의 공공성 확립 등을 주장합니다. 그는 ‘마법 같은 직장’이라고 칭하며 손님에게 젖을 먹이는 가게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또 차별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뚱뚱이, 추녀, 할멈’ 등을 모은 초저가 업소를 소개하고 이것을 ‘사회복지에 가까운 성 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진=박유하 교수 저서 제국의 위안부(2013, 뿌리와이파리) 표지.
사진=박유하 교수 저서 '제국의 위안부'(2013, 뿌리와이파리) 표지. ⓒ여성신문 DB

앞서 소개한 사회학자 우에노씨와 아오야마씨, 성노동론 활동가 가나메씨와 사카쓰메씨는 모두 AV업계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들은 AV업계 건전화를 주장하며 AV업계 옹호를 위해 설립된 단체 AVAN에 고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죠. AVAN은 AV 출연 배우를 회원으로, 프로덕션과 제작사를 준회원·찬조회원으로 두고 있는 단체입니다. AVAN 홈페이지에 소개돼있는 우에노의 발언을 소개합니다. ‘에로스를 즐기고 싶지만 이로 인해 상처받거나 폄하되고 싶진 않다. 성 표현을 일로 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다. 그런 여성이나 남성을 지키기 위해 이 단체가 설립됐다. AVAN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지가 좋다고 생각해 자문을 맡기로 했다.’

일본의 성노동론은 ‘위안부’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성노동론에서 성매매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게 『제국의 위안부』를 향한 긍정적인 평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있죠. 『제국의 위안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책인데, 우에노 치즈코는 이 책을 ‘(위안부) 피해자들의 주체성을 살리는 책’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전시 성노예제 문제라는 역사인식이 일본사회에선 더욱 크게 부정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사회에서는 성매매와 AV 피해에 대응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 인식을 정착시키기 위해 안이한 성노동론을 배제하고 성매매에 대한 비판이론과 실천 활동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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