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 ③ 하예나 DSO 대표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 심포지엄

 

하예나 DSO 대표가 ‘한국 디지털 성폭력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DSO
하예나 DSO 대표가 ‘한국 디지털 성폭력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DSO

공창제도, 일본군‘위안부’, 집창촌, 여성에 대한 성적 재현, 디지털 성범죄…. 각각의 개별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결과를 낳는다. ‘여성이 성폭력·성매매 피해 대상이 된다’는 것.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 발달로 파생된 새로운 범주의 폭력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배경만 달리할 뿐, 여성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성매매 및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9월 23일 오후 서울 중앙대 310관 B502호에서는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을 주제로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중앙대 사회학과 BK플러스사업팀이 공동 주관하고, 희망의씨앗, 콜라보(colabo), 십대여성인권센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의기억재단이 주최하며, 서울시 성평등기금이 후원했다. 4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나온 전문가 8인의 발언을 기록해 정리했다.

한국 디지털 성폭력의 실태…세 명 이상의 ‘가해자들’ 존재

디지털 성범죄는 통신 매체 이용한 집단 성폭력

“디지털 성범죄는 산업화된 폭력이에요. 디지털 성범죄 이미지·영상을 제작·유포하는 유포 가해자, 이를 방관자적 입장에서 소비하는 소비형 가해자, 유포 이미지와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거나 성폭력을 저지르는 참여형 가해자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디지털 성범죄는 ‘통신 매체를 이용한 집단 성폭력’이라고 할 수 있죠.

유포 가해자는 디지털 성범죄 이미지·영상을 공급하고, 수만 명의 소비 가해자가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보게 될 경우 트래픽 수가 증가합니다. 그로 인해 사이트 내 트래픽 수가 올라가면 유포 가해자는 ‘포인트’라는 영리적 이윤을 얻게 되죠. 포인트는 인터넷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과 같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영리적 이윤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있어요. 가해자들은 포인트를 얻기 위해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는데도 말이죠. 온라인상의 포인트를 영리적 이윤으로 정의하는 법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넷 서비스의 기본 플랫폼을 ‘웹’이라고 부릅니다. 구글, 야후, 네이버, 다음 등 검색 사이트는 ‘표면 웹(오픈 웹)’이라 하고, 검색 불가능 웹은 ‘다크 웹(딥 웹)’이라고 칭하죠. 검색사이트인 오픈 웹은 현실세계에선 길거리 혹은 문이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딥 웹은 닫혀있는 사이트로, 군사영역시스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영역입니다. 현재 한국은 오픈 웹에서 디지털성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서버를 기반으로 한 웹에서 디지털 성폭력 이미지는 정보통신망법 위배에 속해 규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둔 웹은 한국 정책에 따른 규제나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한국어 서비스로 운영되는 사이트라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면 디지털 성범죄 이미지를 차단하기 힘들죠. 웹하드 사이트에는 딥 웹 영역 내의 디지털 성폭력 사이트들이 연결돼있어 유도전략으로 인해 사진들이 유포되고, 어떤 검색어를 치더라도 여성 이미지가 나옵니다. 심지어 ㄱ, ㄴ, ㄷ 등 한글 자음만 쳐도 성적인 이미지가 나오는 상황이죠.

한국 웹은 어느 정도 검열되고는 있지만 비공개 카페나 블로그의 경우 딥 웹 영역에 있기 때문에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습니다. 딥 웹은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아동 청소년의 접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구글이나 해외 사이트는 전혀 제어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문제로 떠오르는 것은, 영어로 운영되는 사이트에도 한국여성들만 모아놓은 카테고리가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특정 토렌트 사이트에서는 ‘korean girl’이라고만 검색해도 불법유출 영상이 나열돼요. 독일어, 프랑스어 등으로 검색해도 마찬가지예요. 한국 여성들이 담긴 디지털 성폭력 영상이 세계적으로 배포되고 있는 것이죠.

디지털 성범죄 근절하기 위해선 해외 공조를 확대해야 해요. FBI는 아동 성범죄를 색인하기 위해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해킹해 악성코드를 심은 뒤 악성코드가 이용자들에게 배포되게 해 범죄자들을 잡았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충분한 수사와 적절한 방법을 이용한다면 딥 웹에서 활동하는 범죄자들까지 검거할 수 있습니다. 

유럽 의회에서 사이버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한 ‘부다페스트 사이버범죄 협약’에 한국도 가입해 디지털 성폭력에 공동 대처해야 합니다. 이 협약은 인터넷과 기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저지르는 범죄를 규제하는 최초의 국제 조약입니다. 저작권이나 컴퓨터 관련 사기 범죄, 아동 포르노, 증오 범죄 및 네트워크 보안 침해 등의 범죄 행위를 규정하고 처벌하는 조약이죠. 빠르게 발전하는 21세기 디지털 환경에서 국제적인 사이버 범죄를 막을 수 있도록 한국도 국제 공조 협약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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