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OUT ①] 10대 여성 교묘하게 성매매로 이끄는 ‘일본 JK비즈니스’
[디지털성범죄 OUT ①] 10대 여성 교묘하게 성매매로 이끄는 ‘일본 JK비즈니스’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0.02 20:52
  • 수정 2017-10-10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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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니토 유메노 ‘콜라보(colabo)’ 대표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 심포지엄

 

이나영 중앙대 교수가 9월 23일 오후 서울 중앙대 310관 B502호에서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을 주제로 열린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SO
이나영 중앙대 교수가 9월 23일 오후 서울 중앙대 310관 B502호에서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을 주제로 열린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SO

공창제도, 일본군‘위안부’, 집창촌, 여성에 대한 성적 재현, 디지털 성범죄…. 각각의 개별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결과를 낳는다. ‘여성이 성폭력·성매매 피해 대상이 된다’는 것.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 발달로 파생된 새로운 범주의 폭력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배경만 달리할 뿐, 여성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성매매 및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9월 23일 오후 서울 중앙대 310관 B502호에서는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을 주제로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중앙대 사회학과 BK플러스사업팀이 공동 주관하고, 희망의씨앗, 콜라보(colabo), 십대여성인권센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의기억재단이 주최하며, 서울시 성평등기금이 후원했다. 4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나온 전문가 8인의 발언을 기록해 정리했다. 

성판매 하는 소녀 뒤에는 그들 관리하는 어른들 있어

JK비즈니스를 엔터테인먼트로 소개해 성매매 끌어들여

일본군‘위안부’ 문제 제대로 알게 된 성매매 피해자들 “나랑 똑같다”

학대·성폭력 피해를 입은 소녀들을 돕는 일본의 여성인권단체 ‘콜라보(colabo)’의 니토 유메노 대표는 ‘일본 JK비즈니스와 소녀들의 현실’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니토 대표는 이날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가부장제 일본 사회 속에서 어떻게 공명하는지 함께 짚었다. 콜라보는 야간 순찰, 상담, 식사·목욕·의류 제공 등 기초 지원을 비롯해 임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저는 고등학생 당시 가정폭력 피해를 겪은 당사자였어요. ‘난민 고등학생’이던 시절 거리를 떠돌 때 제게 말을 건 어른은 두 종류뿐이었죠. ‘성 구매자와 성매매 알선자’. 지금도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에게 말 거는 건 위험한 어른들 뿐이에요. 시부야나 신주쿠 등 번화가에서는 매일 밤 100여명 정도가 길에서 소녀·소년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말을 걸어요. 소녀의 경우 성매매업자나 JK비즈니스, 불법 유흥업소나 아동 성매매 알선 업체가 붙죠.”

 

VICE뉴스 다큐멘터리 ‘Schoolgirls for Sale in Japan’ 캡쳐
VICE뉴스 다큐멘터리 ‘Schoolgirls for Sale in Japan’ 캡쳐

일본의 JK비즈니스는 여고생 이미지를 이용해 남성 손님을 접대하는 서비스다. JK는 여고생(조시코세)을 뜻하는 일본어의 영어식 줄임말로, JK비즈니스는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성행하며 아동 성매매, 미성년자 대상 범죄 등의 온상으로 지적돼왔다. 여고생이 가게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카페’, 마사지를 해주는 ‘리후레’(Refresh), 손님과 가라오케나 식사를 하러 나가는 ‘산보’ 등의 영업 행태가 존재한다. 이는 대부분 성매매로 연결된다.

 

일본의 여성인권단체 ‘콜라보(colabo)’의 니토 유메노 대표가 ‘일본 JK비즈니스와 소녀들의 현실’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PPT 자료로 쓰인 사진은 여자아이들이 2m 간격으로 서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이다. ⓒDSO
일본의 여성인권단체 ‘콜라보(colabo)’의 니토 유메노 대표가 ‘일본 JK비즈니스와 소녀들의 현실’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PPT 자료로 쓰인 사진은 여자아이들이 2m 간격으로 서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이다. ⓒDSO

“아키하바라에서는 최근 몇 달 전까지 밤만 되면 여자아이들이 2m 간격으로 서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얼핏 보기엔 소녀들이 자기 자신을 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그들을 관리하는 어른들이 있죠. ‘팔려는 어른’과 ‘사려는 어른’이 분명히 존재해요. 그 아래서 여학생들은 상품화됩니다.

아이들은 지원을 받기 전 위험에 끌어들여져요. 아이들을 이용하려는 어른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문화를 배우고, 아이들의 생활을 부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 협력자인 것처럼 다가가죠.

18세 미만의 성매매가 단속되면서 여성 청소년 성매매는 이름을 교묘히 속이는 방식으로 횡행했어요. 처음에는 ‘메이드 카페’, ‘아이돌 카페’라는 식이었고, 이는 JK비즈니스로 이어졌죠. 초기에는 JK비즈니스를 연예프로그램 등에서 ‘엔터테인먼트’로 소개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이를 성매매, 성 상품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JK비즈니스를 엔터테인먼트처럼 다루는 미디어와 소녀의 성 상품화를 용인하는 사회의 책임이 큽니다. (성매매 업소) 경영자들은 조직적으로 교묘하게 소녀에게 성매매를 권유하고, 청소년들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SNS에 구인정보를 올리고 있습니다.

‘관광안내 아르바이트’라는 구인모집을 보고 면접 보러 갔다가 강제로 노래방이나 만화카페에서 일하게 돼 손님에게 성행위를 강요당한 이도 있습니다. 또 ‘대형 기획사가 운영하는 카페’나 ‘촬영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속여 포르노 영상 촬영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죠. 이로 인해 실제로 피해를 입은 소녀들이 존재합니다. JK비즈니스에는 경제적으로 빈곤하거나 가정·학교에서 곤란에 처한 빈곤층·불안정층 소녀뿐만 아니라 생활 안정층에 속하는 여학생들까지 발을 들이게 돼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연예프로그램에서 JK비즈니스를 엔터테인먼트의 한 종류로 소개했기 때문에 이것을 성매매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올 7월 도쿄도에서는 드디어 JK비즈니스를 금지하는 조례를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조례는 18세 미만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을 금지했을 뿐, 19세 이상이라면 괜찮다는, 사실상 JK비즈니스를 합법화했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구매자에 대한 규제, 소녀에 대한 케어,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교육 등 피해자를 위한 방안은 그 어떤 것도 없습니다. 일본에는 성을 파는 여성이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JK비즈니스를 금지하는 포스터는 아이들을 상품화해온 어른들을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여자아이들에게 ‘물건처럼 취급돼서 싫지 않니? 성매매 제의를 거절하지 않으면 더 무서운 일에 휘말린다’는 식으로 협박하고 아이들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JK비즈니스를 하는 아이는 좋은 아이, 하지 않는 아이는 나쁜 아이라고 이분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죠. 일본에선 그간 아동성매매를 원조교제라고 표현하며 ‘돈이 필요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들인 소녀’라는 맥락을 이용해 어른이 소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얘기해왔습니다. 성매매는 엄연히 폭력과 지배관계 하에서 이뤄지는 범죄임에도 돈이 개입한다는 이유로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UN이나 미국 국무성이 작성한 인신매매 관련 보고서에서도 (JK비즈니스를) 인신매매라고 지적한 것처럼, 빈곤이나 학대에 처해있는 소녀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척 하는 어른들에게 붙잡히고, 착취와 폭력 구조 하에 놓여 있다는 것, 여고생을 JK라는 기호로, 성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으로 상품화해서 소비하는 사회구조를 주목해야 합니다.

저희는 아동성매매의 진실을 알리고 싶어 작년부터 ‘우리는 구매당했다’는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학교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일본군‘위안부’ 관련 전시 보고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된 소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랑 똑같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서 용기를 얻은 소녀들은 ‘우리의 일’을 알리기 위한 전시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14~26살까지 24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사진과 글로 소개했습니다. 어른들한테서 들은 말 중 아주 싫었던 말을 모아서 전시했습니다. 성을 파는 여자들이 나쁜 게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은 활동을 하며 깨달았습니다. ‘일본에는 아동성매매는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없다’고 하는 이들이 똑같은 사람들이란 걸.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한일 합의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청소년들을 이렇게 말합니다. “왜 당사자들을 빼놓고 합의해? (일본은) 왜 사죄를 안 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그 역사를 제대로 기록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은 ‘위안부’ 피해 여성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만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일본의 여성 인권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성착취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는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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