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노동자연대는 피해자에 대한 집요한 가해를 중단하라
[이렇게 생각한다] 노동자연대는 피해자에 대한 집요한 가해를 중단하라
  •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
  • 승인 2017.09.29 13:15
  • 수정 2017-10-1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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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성폭력 피해당사자로서, 피해호소를 외면하고 오히려 수많은 ‘2차 피해’를 가한 사회운동 단체인 노동자연대에 맞서서 지난 6년간 힘들게 싸워 온 여성이 있다. 나는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봐 온 사람이다.

지난 5월 피해자와 함께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 토론회에 갔다. 토론회장 앞에서 우리가 마주친 것은 토론회 제목과 거의 똑같은 제목의 책을 판매하고 있는 노동자연대 분들이었다. 그 책은 ‘피해자 중심주의나 2차가해라는 개념이 남용되면서 운동을 분열시켜왔다’고 주장하며 피해자와 노동자연대가 관련된 사건을 사례로 들고 있었다. 또 다시 피해자를 ‘연애결별에 대한 배신감에 상습적으로 성폭력 거짓 폭로를 한 여자’로 몰아갔다. 특히 노동자연대가 관련된 것도 아닌 ‘2015년 민주노총 내 데이트폭력 사건’까지 끄집어내서 피해자를 공격했다. 그 사건은 민주노총이 진상조사를 통해 가해자를 징계하고 공식 사과까지 한 사건인데, 노동자연대는 가해자가 나중에 법정에서 받아낸 판결을 근거로 그것을 뒤집고 있었다. 결국 이 책자는 여성주의자들과 특히 해당 사건을 직접 조사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비판을 샀다. 하지만 노동자연대는 지난 7월 그 책자를 책갈피 출판사를 통해 아예 정식도서로 출판했다. 피해자는 분노하고 절망했다.

모든 것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해자는 2011년 대학에 입학하며 노동자연대(당시 다함께)에 가입했고, 그해 7월 교지 MT에 갔다가 성폭력을 당했다. 교지편집장(노동자연대 전 회원)이 피해자가 거부하는데도 포르노를 보여주고 그 자리에 있던 노동자연대 회원이 거기에 동조(또는 방조)한 사건이다. 나중에 사건을 조사한 대학교 ‘양성평등센터’도 이것을 ‘성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이후 정치적 이견 등이 커지면서 피해자는 노동자연대를 탈퇴했다. 피해자는 나중에 교지편집장이 학내에서 운동을 주도하고 노동자연대 회원들이 적극 동참하는 것을 보면서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2012년 11월 온라인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며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바로 이것이 집요한 공격의 출발점이었다. 공론화 직후 노동자연대 학생팀장(운영위원)과 회원들은 집단적으로 SNS를 통해 피해자를 향해 인신공격, 막말 등을 했다.

이후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피해자가 명예훼손 고소를 당하도록 상황을 이끌었다. 어떻게든 피해자를 “문제 있는 여성”으로 몰아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는 수많은 ‘2차 피해’를 겪었다. 2014년 말 재판이 끝나자 노동자연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판결문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골라내 피해자를 공격하는 입장을 냈다. 피해자의 연애관계와 성폭력 경험을 강제로 아웃팅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고(“경계선 성격장애”로 규정했다), 노동자연대를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거짓말을 지어내고 있다고 했다. 이런 글들을 수십 개씩 쓰고 300쪽이 가까운 책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그 책에는 피해자의 개인적 SNS, 카톡, 문자 등이 “증거 자료”라고 실려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여전히 노동자연대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으며, 노동자연대는 지금까지 이에 대해 어떠한 사과나 입장 철회, 반성도 한 적 없다. 그리고 이제 여성주의 내에서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 가해에 대해 진지한 재검토를 통해서 성폭력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자’는 움직임이 등장하자, 기가 막히게도 노동자연대는 이것을 자신들의 잘못을 덮을 기회라고 보고 이번 책을 낸 것이다.

그 책에서 피해자는 ‘연애 결별에 대한 배신감에 거짓 폭로를 한 여성’으로 몇 번이나 등장한다. 지난 6년 동안 피해자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아무 문제없이 활동하면서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결국은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들이 상처투성이로 떠나야 하는 운동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오랜 투쟁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노동자연대의 가해가 심각해지면서 지난 8월에는 피해자를 지지하는 광범한 연서명 운동이 있었고 43개 단체, 927명의 개인이 힘을 보태 주었다. 또 더욱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목소리를 보태주고 있다.

하지만 사과와 가해 중단에 대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요구에도, 현재 노동자연대는 가해성 글들을 삭제하기는커녕 계속 추가 생산해내고 있다. 또 피해자를 방어하는 단체나 개인들을 향해서도 인신공격과 비난을 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이나, 민주노총 활동가, 여성단체, 인권단체, 성소수자단체 등이 ‘야비한 복수심, 우경화,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려는 태도,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개념 등 때문에 자신들 같은 좌파단체를 공격한다’는 논리다.

물론 노동자연대는 급진적 주장들을 펼치며 그동안 여러 투쟁들에 함께하고 헌신해 왔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권조차 이렇게 계속 짓밟으며 말하는 사회변혁이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래서 다시 한 번 노동자연대에 반성과 사과를 촉구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노동자연대가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 그때까지 더욱 더 많은 분들이 노동자연대를 향해 사과와 가해 중단을 촉구해줬으면 한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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