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여성 확보는 

전 세계적 중요 화두

여성 할당제가 큰 힘

한국은 3.2% ‘꼴찌’

여성 비율 높아지면

경영 성과에도 긍정적

여성 이사 많은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등장

 

세계 곳곳에서 기업 경영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유리천장’이 뚫리고 있다. ‘성별 다양성’이 기업 성장의 중요 요소로 떠오르며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이사회 여성 비율을 40%까지 높이도록 권고했고, 인도도 모든 상장기업 이사회에 여성을 1명 이상 포함하도록 법으로 강제했다. 반면 한국 기업의 유리천장은 ‘콘크리트 천장’으로 불릴 정도로 여전히 두텁다. 이사회 내 여성 비율도 3.2%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기업의 다양성과 경영 투명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법제도를 통해 여성 참여를 강력히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3.2%다. 이사 100명 중 여성은 단 3명인 셈이다. 블룸버그가 지난 2월 세계 20개국 이사회 여성 비율에 따르면 한국은 20개국 중 최하위다. 20개국 평균인 18.2%의 9분의 1 수준이다.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로 39.7%에 달했다. 뒤 이어 스웨덴(37.7%), 프랑스(37.5%), 이탈리아(32.2%), 핀란드(30.9%) 등 유럽 국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여성 비율 30%를 넘긴 국가들은 대부분 ‘할당제’를 도입한 국가다. 이사회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다. 노르웨이가 2003년 세계 최초로 여성 이사 할당제를 도입했고 뒤이어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비율이 낮은 성(대부분 여성)이 40%가 되도록 기업에 권고했다. 독일은 지난해 상장회사 중 규모가 큰 상위 11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30% 할당제를 도입했다. 2018년부터는 비율을 50%로 높인다. 아시아에선 말레이시아가 상장회사의 이사회 여성 비율 30%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이들 나라가 법으로 여성 비율을 정한 이유는 이사회 내 성평등이 다양성을 높이는 한편, 기업의 생산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독일 튀빙켄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남성만으로 구성된 이사회보다 더 높은 경영성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은 낮은 기업에 비해 자기자본수익률(ROE), 매출액수익률(ROS), 투자자산수익률(ROIC) 등이 각각 53%, 42%, 66%씩 높았다. 카탈리스트가 1996~2000년 여성임원이 있는 포춘 500개 기업 중 353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여성 임원이 증가하면 성과도 높아지고 기업 경영이 투명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여성 임원이 많은 이른바 ‘여성친화기업’에 투자를 하는 헤지펀드도 등장했다.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에 서 있는 ‘두려움 없는 소녀’라는 이름의 소녀상은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확대가 얼마나 확산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소녀상을 후원한 자산운용사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는 최근 성별 다양성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뉴욕증시 상장기업 중에서 이사회의 여성 비중이 30%가 넘는 회사만 골라서 투자한다. 이사회에 여성이 얼마나 되느냐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해 삼성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엘리엇도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엘리엇은 당시 삼성의 15개 계열 상장사에 여성 사외이사가 단 3명 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삼성의 이사회에 성별 다양성이 부족하다의 취지의 주주제안을 했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