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선택’

모든 차원에서 ‘다름’ 대하는 태도

차별적·배타적·혐오적·폭력적 성향

극우와 분리된 보수가 성장해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 24일 독일 총선 결과 독일 역사상 최초 여성 총리에 더해, 몇 달 전 고인이 된 헬무트 콜 전 총리의 16년 최장수 재임 기록에 다가갈 수 있게 됐다. 13년차 임기를 시작하는 메르켈 총리가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 있다.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건국 이후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연합(CDU)·기독사회연합(CSU) 득표율이 이번 선거에서 33%로서 역사상 가장 낮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메르켈이 처음 총리가 된 2005년 득표율이 35.2%, 2009년 33.8%, 2013년 41.5%였다. 게다가 독일 전국 299개 모든 선거구 득표율이 지난 총선과 비교할 때 감소했다. 사상 최저 득표율과 사상 최초 직전 선거 대비 모든 선거구 득표율 하락이라는 곤혹스러운 결과다. 2015년 한 해에만 시리아 난민 100만명을 받아들였던 난민정책이 가장 중요한 화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사라진 보수당 표가 옮겨간 곳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선택(AfD: 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이다. 2013년 2월 창당한 ‘독일을 위한 선택’은 총 득표율 12.6%을 기록함으로써 전통적 기존 정당인 자유민주당(FDP) 10.7%, 좌파정당(Die Linke) 9.2%, 녹색당 8.9%를 앞서게 됐다. 지금까지 메르켈 총리와 대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사회민주당(SPD)이 더 이상의 연정을 거부하고 야당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더라면 제1야당으로서 연방의회 주요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다. 사회민주당 득표율은 20.5%다.

그런데 국내 언론은 이번 독일 총선 결과를 보도하면서 ‘독일을 위한 선택’을 일관되게 극우정당으로, 메르켈의 기민·기사연합은 보수정당으로 표현하고 있다. 독일 언론 보도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다 보니 생긴 결과다. 그런데 ‘독일을 위한 선택’ 덕에(?) 기존 보수정당과 극우정당을 분리하는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하게 된 점이 한국 정당정치 지형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

독일 언론은 왜 ‘독일을 위한 선택’을 극우정당으로 표현하는가? 독일의 유럽화·세계화를 반대하면서 난민·이주민에 대해 극단적으로 폐쇄적 태도를 보인다. 비판적 언론에 대해 거짓언론(Lügenpresse)이라는 선동적 딱지를 부치면서 언론혐오증을 확산시킨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에 대한 왜곡된 이야기를 만들어내 대중적 혐오를 조장한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성평등을 거부하며 다양한 성적 정체성·가족 형태에 대한 대중적 혐오와 테러를 선동한다. 요약하면, 모든 차원에서 다름을 대하는 태도가 차별적·배타적·혐오적·폭력적이다.

한국사회에서 성평등을 언급하면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이냐?”면서 관련된 다른 모든 이슈를 덮어버리고 오직 동성애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차별적·배타적·혐오적·폭력적인 경향’을 보이는 집단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들은 보수기독교 집단이 아니라 극우기독교 집단이다. 보수정당이 아니라 극우정당이다. 극우를 극우라 부르지 못하면서 보수의 우산 아래 애매모호하게 표현하지 말자. 독일 상황을 옮겨 적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삼아서라도 앞으로는 ‘따뜻한 보수, 시장보수, 안보보수, 생활보수’ 등 이런 식으로 개념을 쪼개서 혼동을 주지 말자.

한국사회 발전을 위해서 극우와 분리된 보수가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차별, 혐오, 폭력을 선동하는 집단을 극우로서 일관되게 표현해야 한다.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성평등이라는 큰 흐름에서 문제의 본질을 보고 차분하게 논쟁에 임하는 보수가 있다. 반면 오직 정략적 차원에서 성평등 이슈 자체를 차별과 혐오·폭력 선동의 수단으로 삼는 극우가 있다. 보수를 보수로, 극우를 극우로 제대로 표현해 보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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