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여성가족재단(대표 강경희)은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페미니즘 북 토크를 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뮤지션이자 책방무사 대표인 요조를 비롯해 패널로 조박선영 이프북스 편집장, 이유나 언니네트워크 운영지기, 노유다 움직씨 대표, 임윤희 나무연필 대표, 최미혜 동녘 편집자가 참석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여성가족재단(대표 강경희)은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페미니즘 북 토크를 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뮤지션이자 책방무사 대표인 요조를 비롯해 패널로 조박선영 이프북스 편집장, 이유나 언니네트워크 운영지기, 노유다 움직씨 대표, 임윤희 나무연필 대표, 최미혜 동녘 편집자가 참석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 사회를 맡은 가수 요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 사회를 맡은 가수 요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페미니즘 북 토크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열렸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대표 강경희)은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행사를 열고, 페미니즘 도서를 읽고 쓰고 만드는 출판인들을 패널로 초청했다. 

여성 출판인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페미니즘, 페미니즘 도서, 퀴어, 퀴어 페미니즘, 출판계 사정 등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다. 이날 사회는 뮤지션이자 ‘책방무사’ 대표인 요조가 맡았다. 조박선영 이프북스 편집장, 이유나 언니네트워크 운영지기, 노유다 움직씨 대표, 임윤희 나무연필 대표, 최미혜 동녘 편집자 등은 연사로 나섰다. 페미니즘 도서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쓰게 된 이유, 페미니스트가 된 계기 등을 이야기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에서 조박선영 이프북스 편집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에서 조박선영 이프북스 편집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조박선영 이프북스 편집장

1997년 세상에 나온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는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전문·대중적인 비평을 토대로 2006년까지 잡지를 출간했다. 조박선영 편집장은 “당시 시대적인 흐름과 풍부한 여성 인프라가 결합하면서 이프를 창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박 편집장은 이프 북스를 통해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을 펴내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2006년 ‘완간’을 선언한 이프가 이프 북스가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출판계 불황과 결혼·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타격이 컸다. 세월호 등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걸 보며 언제 어떻게 위험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선 답은 하나였다. 세 가지 키워드가 맞물리며 조박 편집장은 다시 페미니즘을 마주하게 됐다.

메갈리아 등장, 잡지 맥심 표지, 페미니스트가 싫다며 IS에 가입한 김군,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거치며 페미니즘 이슈는 한국사회에 거센 물결로 다가왔다. 도서 출판계에도 페미니즘 바람이 불었다. 이전과 달리 여성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페미니즘 도서는 ‘잘 팔리는’ 콘텐츠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페미니즘 도서들이 매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프는 이전에 발간한 잡지들을 PDF 작업을 거쳐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팟캐스트 ‘웃자 뒤집자 놀자’ 채널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프 북스 출판사를 설립해 올해 이프 창간 20주년 기념 도서를 출간했다. “이야기 영역에서 여자는 더 이상 객체에 머무르지 않아요. 여성은 강력한 소비자이면서 글을 쓰는 작가이자 비평·평론가가 될 수도 있죠. 책에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새로운 단위의 주체인 거예요. 페미니스트 기록에 이프 북스도 앞으로 함께할 겁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에서 이유나 언니네트워크 운영지기가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에서 이유나 언니네트워크 운영지기가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이유나 언니네트워크 운영지기

이유나 언니네트워크 운영지기는 언니네트워크부터 퀴어페미니스트 매거진 ‘펢’ 이야기까지 들려줬다. 언니네트워크는 2004년 문을 연 여성주의문화운동단체다. 여성네트워크는 여성 친화적 환경을 형성하고 여성주의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모든 종류의 성적 차별과 억압이 종식된 새로운 사회 구현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단체의 가장 큰 주제는 비혼, 퀴어, 아시아 등이다. 활동은 글쓰기, 파티, 세미나, 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페미니즘은 나이, 장애, 계급, 성적 지향, 성적 정체성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한 주체들이 다른 차이를 통해 더 풍부해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 “퀴어페미니즘을 대놓고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언니네트워크는 지난해 6월 ‘펢’을 창간했다. 학교 성교육 표준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헛발질(출산 제고대책으로 고학력 여성들의 ‘하향 결혼’ 선택 유도 제안) 등에 대한 분노가 기폭제가 됐다. 펢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 이씨는 “답은 없다”고 했다. 

언니네트워크 이전, 2000년 4월 여성주의 포털사이트 ‘언니네’가 문을 열었다. 여성주의 관점과 지향을 표현하려는 욕망이 점차 커졌다. 본래 웹진(전자 잡지) 형태였던 언니네를 기반으로 2004년 ‘언니네트워크’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는 이제 오프라인 잡지로 옮겨왔다. 이씨는 “(포털사이트를 거쳐 웹진으로, 웹진에서 종이 잡지를 통해)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에서 노유다 움직씨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에서 노유다 움직씨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노유다 움직씨 대표

여성퀴어독립출판사 ‘움직씨’는 2년 된 새내기 출판사다. 노유다 공동대표가 출판사를 차리게 된 배경에는 학생 시절부터 해온 페미니즘 활동이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 영페미니스트들이 나올 무렵 『나는 페미니스트이다』라는 책과 잡지 이프를 읽었어요. 그것들이 저희의 존재감, 퀴어로서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게 하는 동력이 됐다고 생각해요.” 

노 대표는 10년 간 출판계에 몸 담아왔다. 그는 ”여성주의와 거리를 둔 남성 작가와 대표들과 싸워가면서 일을 해왔다.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움직씨를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당사자성 있는 이야기를 내고 싶었다고 했다. “제가 갖고 있는 퀴어 당사자성을 페미니즘 뒤에 놓고 숨긴다면 과연 ‘우리의 이야기’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의 교차 지점에 있는 걸 모두 드러내며 움직씨를 시작해보자고 생각했죠.” 

노 대표는 동성 배우자인 나낮잠 대표와 함께 출판사를 차렸다. 움직씨 첫 작품은 노 대표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메모아(Graphic memoir) 『코끼리 가면』이다. 친족성폭력에 관한 내용을 그렸다. 최근에는 신간 『펀 홈』을 냈다. 이 또한 그래픽 메모아에 속한다. 레즈비언 작가 앨리슨 벡델의 자전적 회고록이다. 노 대표는 “퀴어 당사자들이 이야기했던 회고록들 중 가장 의미있고 집중할만한 책을 꼽아 다시 한 번 책을 만들어 내보자는 시도로 『펀 홈』을 발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작품에 호응을 해주면서 움직씨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고 했다.

노 대표는 독립출판사 대표로서 갖는 고충도 털어놨다. “자본을 보유한 대형 출판사들이 매대를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많은 책들을 쌓아놓고 팔아요. 그래서 저희 같은 출판사들은 설 자리가 없죠. 움직씨는 생존형 출판사라고 할 수 있어요. 페미니스트로서, 퀴어로서 일반 공공기관에 서긴 참 힘들어요. 출판은 ‘델마와 루이스가 절벽 아래서 차를 몰고 고민하는 시점에 있는 것’과 같죠. 쉬운 일이 아니에요.”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에서 임윤희 나무연필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에서 임윤희 나무연필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임윤희 나무연필 대표

임윤희 대표는 2015년 4월 1인 출판사 ‘나무연필’을 차렸다. 출판편집자 20년차 경력의 베테랑인 그는 인문사회과학 단행본만 20년간 만들어왔다. 임 대표가 출판사를 차린 이유는 움직씨와 비슷했다. “편집자로서 15년차가 다돼가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책을 만들다간 386 남자 필자들 책만 만들다 죽겠다 싶었어요.”

그는 나무연필을 통해 지금까지 총 8권의 책을 냈고,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3권을 펴냈다.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어떤 애도와 싸움의 기록』, 『대한민국 넷페미사』, 『페미니즘 리부트』다.

임 대표는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어떤 애도와 싸움의 기록』을 낼 수 있었던 이유로 모든 결정권을 자신이 갖고 있는 ‘1인 출판사 운영’을 꼽았다. “저는 출판 일을 계속 해왔고, 이슈성 있는 책을 쭉 만들어 왔어요. 단기간에 책을 내는 프로세스와 경험치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빠른 제작이 가능했죠.”

그는 출판사를 차리며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최소한 절반 비율은 여성 필자를 갖고 책을 만들자는 것, 다른 하나는 내 아래 세대의 필자들을 확장해가겠다는 것이었다. 임 대표는 필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출판사와 편집자의 역할이라고 했다. “(여성학자) 정희진 이후 세대 중 단독 저서로 계속해서 자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우리는 좀 더 많은 필자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어요.”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에서 최미혜 동녘 편집자가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그녀들의 읽고, 쓰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페미니즘 북 토크 행사에서 최미혜 동녘 편집자가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최미혜 동녘 편집자

동녘은 1980년부터 시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책을 만들어왔다. 여성학 관련 도서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최미혜 편집자는 동녘에서 일한지 4년. 여성학 전공자, 여성단체 활동가도 아니었기에 ‘여성주의 말하기’도 훈련이 안 돼 있었다. 그는 가부장제 질서에 길들여져 있던 자신이 여성주의 책을 편집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다.

동녘에서 펴낸 과거 여성학 도서로는 『여성의 지위』, 『하늘의 절반: 중국의 혁명과 여성해방』, 『여성과 노동』, 『암탉이 울면』 등이 있다. 최 편집자는 『암탉이 울면』을 읽고 놀람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저자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아버지로부터는 가정폭력을, 어머니로부터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성차별을 겪어요. 하지만 야학에 다니며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하죠. 그러면서 저자는 성별임금차별과 여성의 경력단절을 깨닫고 목소리를 내요. ‘여성은 어디에서나 매도된다. 학교에서는 바보로, 광고에서는 인형으로, 일터에서는 반값으로, 가정에서는 공짜로.’ 라는 문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2000년대부터 꽤 많은 여성주의 도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두터운 독자층이 형성돼있지 않았기 때문에 페미니즘 도서는 주로 학교 교재로 소비됐다. “아카데믹하고 문법적인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비제도권에 있는 여성들이 이 언어에 스며들기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대중성이 결여됐다는 점이 한계였죠.” 그러나 2015년부터 새로운 주제를 다루는 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기적 섹스』가 단적인 예다. 자신의 성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이후에 동녘은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등의 페미니즘 도서를 꾸준히 발간했다.

“페미니즘은 앞으로 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될 거예요. SNS 등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가부장제를 학습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말하면서 연대의 끈을 얻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또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향유되는 것을 넘어 앞으로 다양한 연령층과 층위를 중심으로 페미니즘 도서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최근에는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페미니즘 공부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성인 페미니스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더라고요. 그들의 말하기가 책으로 나오다면 페미니즘 저변이 확대되지 않을까요. 혁명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각자가 혁명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해요. 저는 출판인으로서 여성의 목소리를 새롭게 담은 책들을 계속해서 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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