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하나로 각자내기 가능

시간, 인건비 절약에 관심 높아

토스, 카카오페이 등 앱 ‘인기’

“각자내기 당연하다” 인식 확산

 

“카드 한 장으로도 더치페이가 가능해집니다.” 다음달부터 신용카드로 더치페이(각자내기)를 하기 위해 계산대 앞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다. 대표자 1명이 우선 전액을 결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분담결제를 요청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본인 카드로 자신의 몫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18일 이 같은 방식으로 ‘각자내기 카드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일단 각자내기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카드사를 이용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관련 앱을 휴대폰에 모두 깔아놔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다른 카드사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각 카드사는 10월 중 카드 앱에 각자내기 기능을 추가할 방침이다. 체크카드 또한 더치페이로는 쓸 수 없다. 결제 즉시 물품 대금이 모두 결제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1년, 각자내기 문화 확산

각자내기 문화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급속도로 퍼졌다. 지난해 9월 28일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수수를 막기 위해 도입된 이 법은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청렴한 문화를 확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기까지는 각자내기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전반적인 사회 풍속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 각자내기는 김영란법 시행 전보다 14.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국내 외식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각자내기의 경우 청탁금지법 시행 전 23.9%에서 시행후 38.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청탁금지법 시행 전후 고객들의 소비형태를 비교해보면 고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이 ‘3만원 이상’인 경우는 시행 전 37.5%에서 시행 후 27.2%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식사비 상한액 3만원’이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서 고객들의 소비형태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용카드 결제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업체가 ‘음식값 나눠 내기’ 등의 기능을 선보였지만 소액송금 형식에 불과했다. 기존 소액송금 형식 앱과 달리 신용카드 각자내기는 결제액이 카드 사용 명세로 분류돼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간편송금 시장 성장세…가장 편리한 앱은?

각자내기 문화 확산에 따라 ‘간편송금’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간편송금은 공인인증서나 계좌번호 없이도 송금할 수 있다. 20~30대 사이에서 각자내기가 생활화되면서 업체마다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가 만든 ‘토스’는 간편송금 서비스 앱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9월 기준 앱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1100만건, 누적 송금액은 7조5000억원에 달한다. ‘더치페이 서비스’도 인기에 한 몫 했다. 토스는 연락처에 저장한 전화번호만 있으면 10초 안에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가 없어도, 심지어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이 가능하다.

카카오페이 송금은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공인인증서와 OTP(일회용 비밀번호), 계좌번호 없이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횟수 제한, 수수료 없이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 대화창에 입력한 금융기관명과 계좌번호를 클릭하면 바로 송금창으로 연결되는 기능 등을 추가해 편의성을 강화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메신저 앱 이용자들끼리 그룹 송금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친구들끼리 함께 선물을 사거나 각자내기를 할 때 비용을 손쉽게 나눠 낼 수 있다. 다만 자동이체를 위해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 번호를 최초 한 번 입력해야 한다. 누가 돈을 납부했는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

스타트업 (주)페이셜코리아에서 개발한 O2O 핀테크 앱 ‘스플릿지’는 주문과 각자내기, 결제 서비스를 결합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10초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최사 측 설명이다. 각자내기를 위한 스마트 메뉴와 공동결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현금이 오갈 일도 없다.

 

2030 “각자내기, 지금보다 더 당연해져야”

실제로 직장인과 대학생 10명 중 8명은 식사와 모임 후 각자내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잡코리아가 직장인과 대학생 1307명을 대상으로 ‘각자내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과 대학생 86.3%는 식사, 모임 후 각자내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서로 부담 없이 식사, 모임 등을 지속하기 위해서(76.2%)’ ‘각자내기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39.4%)’ ‘식사나 모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17.6%)’라는 답변이 공통적이었다.

대학생 이한경(26·남)씨는 “따로 앱을 이용해 각자내지는 않지만 보통 친구들끼리 모여 식당을 갔을 때 한 명이 신용카드로 긁고 나중에 계좌번호로 돈을 따로 받는다”며 “이런 개별 금액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마찰을 줄일 수 있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하치연(28)씨는 “각자 낼 때 주로 카카오페이를 이용한다. 송금절차가 간소화돼 편리하지만 때론 보안이 걱정되기도 한다”며 “각자 결제에 따른 혜택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각자내기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깔끔한 금전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돈으로 인해 서운함을 만들 여지가 없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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