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의 목숨 앗아간 ‘그날’ 잊지 않겠다”… 민들레순례단의 12번째 여정
“19명의 목숨 앗아간 ‘그날’ 잊지 않겠다”… 민들레순례단의 12번째 여정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승인 2017.09.23 19:55
  • 수정 2017-09-26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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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군산 화재 현장 찾는 ‘민들레 순례단’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리고 행동합니다’

 

14명의 여성이 화재참사로 희생당한 군산 개복동 성매매업소가 철거된 자리에 민들레순례단이 설치한 바람개비가 자리하고 있다.
14명의 여성이 화재참사로 희생당한 군산 개복동 성매매업소가 철거된 자리에 민들레순례단이 설치한 바람개비가 자리하고 있다.

2000년, 2002년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성매매 업소의 화재참사로 희생당한 여성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여성들이 길을 나섰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2006년부터 ‘민들레순례단’을 꾸려 현장을 찾는다. 올해는 2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전북 전주시와 군산시를 찾았다.

올해 민들레순례단은 성매매방지법시행 13주년을 맞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리고 행동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모였다. 서울, 수원, 창원, 제주 등 각 지역에서 모인 순례단과 일본의 반성매매 활동가·연구가들은 21일 전주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을 방문했다. 이들은 선미촌 내 기억의 공간 외에 2곳에서 진행되는 ‘선미촌 리본 프로젝트’ 기획전시를 관람하고 전시 오프닝 행사에 참석해 선미촌에 거주했던 여성들의 현실과 여성인권의 공간으로 재탄생을 시도하는 선미촌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민들레순례단이 21일 선미촌 리본 프로젝트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는 선미촌 696번가 성매매업소 앞에서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민들레순례단이 21일 '선미촌 리본 프로젝트'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는 선미촌 696번가 성매매업소 앞에서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21일 민들레순례단이 성매매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전주 선미촌을 걷고 있다.
21일 민들레순례단이 성매매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전주 선미촌을 걷고 있다.

둘째날 군산으로 이동한 순례단은 2000년 9월 19일 대명동 성매매 업소 화재참사로 희생당한 2명의 무연고 여성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임피승화원을 방문해 참배 후 2008년 ‘국제문화마을(International Culture Ville)'로 명칭을 교체한 미군 기지촌인 아메리카타운을 둘러봤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기지의 주둔과 함께 형성된 아메리카타운은 군산 비행장이 주둔하면서 군산 영화동에 형성됐으나 시내에 위치해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1969년 군산 산북동으로 이전해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예흥행비자(E-6)를 발급받은 필리핀, 러시아 여성들이 클럽에서 일하며 기지촌 성산업에 유입되고 있다.

 

군산시 임피면 임피승화원에는 대명동 화재참사로 희생당한 무연고 여성 2인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군산시 임피면 임피승화원에는 대명동 화재참사로 희생당한 무연고 여성 2인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22일 군산 임피승화원을 방문한 민들레순례단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2일 군산 임피승화원을 방문한 민들레순례단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2일 민들레순례단이 군산시 산북동에 위치한 아메리카타운 입구에 들어서고 있다.
22일 민들레순례단이 군산시 산북동에 위치한 아메리카타운 입구에 들어서고 있다.

 

민들레순례단이 아메리카타운 내부의 유흥업소들을 둘러보고 있다.
민들레순례단이 아메리카타운 내부의 유흥업소들을 둘러보고 있다.

 

아메리카 타운내 여성들이 거주했던 숙소. 현재는 많이 철거되고 폐허로 남은 상태다.
아메리카 타운내 여성들이 거주했던 숙소. 현재는 많이 철거되고 폐허로 남은 상태다.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이 희생된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참사는 성매매방지법 제정의 도화선이 됐다. 현장을 방문한 순례단은 참사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듣고 묵념을 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5명의 여성이 사망한 업소가 위치한 대명동은 현재 약 7~8곳의 업소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14명의 여성들이 희생당한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은 건물은 철거되고 부지는 군산시가 매입해 새로운 용도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순례단은 일제 강점기 유곽이 위치했던 신흥동 명산시장 일대를 둘러 본 후 마지막으로 방문한 산돌갤러리에서 성매매방지법 13주년을 기념하는 ‘개복동 2002 기억. 나비자리’ 전시를 관람하며 민들레순례단의 1박 2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2000년 9월 19일 화재참사가 일어났던 대명동 성매매업소 골목
2000년 9월 19일 화재참사가 일어났던 대명동 성매매업소 골목

 

22일 군산시 대명동 화재참사 건물 앞에서 순례단이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22일 군산시 대명동 화재참사 건물 앞에서 순례단이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성매매업소들이 위치한 군산 대명동 유흥가 골목. 현재는 7~8개 업소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성매매업소들이 위치한 군산 대명동 유흥가 골목. 현재는 7~8개 업소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2002년 1월 29일 14명의 여성이 희생당한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에서 순례단이 추모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02년 1월 29일 14명의 여성이 희생당한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에서 순례단이 추모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들레순례단이 군산 산돌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복동 2002 기억. 나비자리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민들레순례단이 군산 산돌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복동 2002 기억. 나비자리'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산돌갤러리에는 개복동 화재참사 당시 현장에서 수거된 여성 희생자들의 유품과 업소내의 철문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산돌갤러리에는 개복동 화재참사 당시 현장에서 수거된 여성 희생자들의 유품과 업소내의 철문 등이 전시되어 있다.

민들레순례단에 처음 참석한 재일동포 김희령씨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로 전주 선미촌을 꼽았다. 김씨는 “여성들이 살았던 공간이 아주 좁고 어두워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은 곳이란 생각이 들지 않고 10년, 20년 전 모습 같았다”며 “그 어두운 공간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도 아직 성매매가 많은데 그렇게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고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1박 2일 동안 성매매 현장을 직접 보고 걸었던 순례단 참가자들은 불법 성매매에 희생당한 여성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다시는 가슴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소망하며 여성인권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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