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합법적인 임신 중절 보장 세계 행동의 날’

지난해 10월 한국판 ‘검은 시위’ 벌인 지 1년 만

“낙태죄 폐지 요구는 우리 ‘모두를 위한 요구’”

 

지난해 10월 29일 여성단체 등이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시위’를 열고 종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해 10월 29일 여성단체 등이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시위’를 열고 종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위해 여성들이 다시 거리에 나선다. 지난해 한국판 ‘검은 시위’에 나선지 1년 만이다.

여성단체들의 연대체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오는 9월 2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을지로2가 사거리 IBK 파이낸스타워 앞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발족 퍼포먼스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현재 연대체에는 건강과대안,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페미당당, 페미몬스터즈,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가 참여했다.

한국판 ‘검은 시위’는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인공임신중절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 입법예고안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앞서 폴란드에서 10만명이 넘는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고, 그 결과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당시 폴란드 여성들은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어 ‘검은 시위’로 불렸다. 한국 여성들도 그 뜻을 이어받아 검은 옷을 입고 시위를 벌였고, 15일 서울 벌인 첫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공동행동은 “형법상 ‘낙태죄’는 여성을 협박하고, 돈을 뜯어내고,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을 신고하지 못하게 하는 협박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낙연 총리가 ‘낙태죄’와 관련해 ‘현행법을 바꾸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선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 권리 증진에 관한 정부의 의지 부족과 이 국가에서 여성은 ‘2등 시민’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퍼포먼스를 통해 국가의 ‘가족계획’ 정책에 의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목소리,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기혼여성·비혼여성·장애여성의 목소리, 생명의 선별과 낙인에 관한 목소리, 취약한 사회보장 시스템에 대한 목소리 등 다양한 입지에 선 참여자들의 발언이 이어질 것”이라며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연대와 저항이 계속 이어질 것임을, ‘낙태죄’ 폐지 요구가 우리 ‘모두를 위한 요구’임을 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하는 여성들은 흰 옷을 입고 퍼포먼스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시위가 벌어지는 9월 28일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절 보장을 위한 세계 행동의 날(Global Day of Action for Access to Safe and Legal Abortion)이다. 전 세계의 여성들이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고, 임신중절을 받는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국가와 법, 제도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우리는 ‘낙태죄 폐지’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누려야 하는 재생산권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그 핵심은 장애, 질병, 연령, 경제적 상황, 지역적 조건, 혼인 여부, 교육 수준, 가족상태, 국적, 이주상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회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재생산권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절박한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순적이고 허구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실은 이에 대해 사회와 개인이 함께 고민해 나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며, 한 사회가 다음 세대를 재생산해나가는 과정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 사회적 부정의에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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