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부처 장악력, 전문성, 

정무적 판단 능력 갖춰야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이상이 감지되고 있다. 안보 수장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생각을 사실상 반박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 장관은 국회에서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용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견해에 동의하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체제 보장용이라는) 그 의도는 10% 밖에 안 되고 90% 이상은 군사적 위협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평소 “북핵은 체제 보장용”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 생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송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14일 미국 CNN 인터뷰를 통해 “전술핵을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하튼 현 정권의 최대 현안인 북핵의 성격과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군 통수권자의 주장을 사실상 국방부 장관이 반박하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 송 장관은 국회에서 문 대통령 안보 특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분(문정인)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안보특보라든가 정책특보가 아닌 것 같아서 개탄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발언은 문정인 특보가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송 장관을 비판한 것에 대해 사적 감정이 발동한 면이 강하다. 문 특보는 “유사시 김정은 등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부대’를 창설할 것이다”라는 송 장관의 발언에 대해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는 송영무 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과 관련,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는 메시지를 기자단에 보냈다. 지난 7월 14일 문재인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지 100일도 채 되지 않아 두 달 만에 경고를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바른정당 소속의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주의를 받거나 경질돼야 할 대상은 장관이 아니라 문 특보”라며 “대북 제재와 압박이 필요한 때 오히려 정책 혼선을 주는 발언을 하고 있는 문 특보를 경질해줄 것을 대통령께 건의 드린다”고 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현 정부의 외교 안보 라인에서 이렇게 엇박자기 노출된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귀국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도대체 청와대 누가 국방부 장관에게 경고했다는 것인가. 국무위원에게 이런 경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두 사람뿐이다. 따라서 윤영찬 수석은 청와대가 아니라 대통령이 경고한 것이라고 해야 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86조 ②항에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되어있다. 제87조 ①항에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항에는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외교 안보 정책에서 이렇게 혼선이 발생하면 국무총리는 헌법에 보장된 자신의 역할과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송 장관을 대통령에게 제청한 총리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국무위원인 장관은 최소한 세 가지 면에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정무적 판단 능력이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예리한 정무적 판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전문성이다. 장관은 자신의 속한 부처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을 겸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관성 있는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다. 송 장관은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지주 말을 바꾸었다. 이렇다 보니 정말 전문성을 가졌는지 의심하게 했다. 셋째, 부처 장악력이다. 아무리 전문성이 있더라도 혼자서 부처를 끌고 갈 수는 없다. 포용과 배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세 부분에서 송 장관은 부적격 인사라는 것이 확인됐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문민 국방부 장관 또는 여성 국방부 장관이 나와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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