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통보하자 자살 위협, 동영상 유포 협박 등

 

대낮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모씨가 범행 하루 만인 4월 20일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에 긴급체포되어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낮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모씨가 범행 하루 만인 4월 20일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에 긴급체포되어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은 데이트폭력과 디지털성범죄까지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범인 한씨와 피해자는 1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교제를 했고, 지난해 3월 초 피해자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스토킹을 시작했다. 평소 피해자는 한씨와 교제하면서 직업 등 각종 거짓말과 집착, 감시에 고통을 호소했다. 피해자는 한씨의 눈치를 보며 어렵사리 이별을 요구했지만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

한씨는 헤어진 여자친구와 부모, 남동생이 함께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감시하고 만날 것을 요구했다. 동영상이 있다며 USB에 담아 미국에 사는 동생에 우편으로 보냈고, 만약 자신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는 한이 있라도 유포할 수 있다며 치밀하게 협박하기도 했다. 자살하겠다고 협박도 하고, “전에 사귄 여자친구는 다리만 부러뜨렸는데 너에겐 그렇지 않을거다”는 식으로 위협도 했다. 이별 직전 빌렸던 돈 수백만원을 갚겠다며 불러내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한씨가 집 앞에 찾아와 차를 대고 감시하는 것을 알면서도 보복당할까봐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못했다. 아버지는 딸을 차에 태워 출퇴근시켰지만 그것마저 불가능해 집밖을 나가지 못할 때도 있었다. 피해자는 공포와 불안으로 급격하게 살이 빠졌고 실어증 증상을 보였다.

며칠 보이지 않던 한씨가 다시 나타난 때는 4월 19일 오전. 아버지는 한씨의 스토킹이 끝났다고 생각해 오랜만에 운동하러 나갔고 그틈을 타 한씨가 집에 찾아갔다. 가방에 칼 세자루와 등산용 로프, 염산이 든 박카스병, 마스크, 장갑 등을 챙겨 갔으며 번호판 없는 도주용 오토바이 등을 미리 준비했다.

출근 준비하던 피해자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집안으로 불러 그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한씨가 위협적으로 나오자 맨발로 집 밖으로 도망쳤고 뒤쫓아가 흉기로 마구 찌른 뒤 도주했다가 다음날 경찰에 붙잡혔다.

법정에선 그는 변호사를 4명이나 기용했고 스토킹이 아니라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이고, 정신 이상으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각종 이유로 재판을 지연시켰다.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과 전자발찌 20년 착용을 판결하며 피고인이 계획적인 살인과 잔혹한 범행수법 등 양형의 가중요소가 두가지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씨는 고법에 항소하며 우울증 및 정신이상을 감정할 것을 요구해 재판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법무부는 한씨의 상태를 검사한 결과 ‘이상 없음’으로 판명했다. 2심 재판부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으나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하지 않았아 감형됐다.

한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재판부의 무기징역형 선고를 확정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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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턱 넘지 못한 스토킹 관련 법안들>

스토킹의 개념을 정의하고 처벌 수위를 높인 법안이 국회에서 수 차례 발의되고 있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1999년 제15대 국회에서 박남춘 의원 첫 발의한 후 제19대까지 8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제20대 국회에서도 현재 6건 이상 발의됐으나 계류돼있다. 남인순·정춘숙·김정훈·김삼화·이동섭·표창원 의원 등이 스토킹 범죄, 지속적 괴롭힘범죄, 관계집착 폭력행위 등으로 정의했다.

<사건 일지>

2015.상반기 교제 시작

2016.3월초 이별 통보에 스토킹 시작

2016.4.19. 살인 후 범인 도주

2016.4.20. 긴급 체포

2016.10.6. 1심 판결 무기징역·전자발찌 20년

2016.12.13. 한국여성의전화 서명운동

2017.5.30. 2심 판결 무기징역

2017.9. 대법원 확정판결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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