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차일드 게임의 공모전 특별상 수상과 번복으로 논란을 일으킨 캐릭터인 ‘피노델 미트파이(Pino Del Meatpie)’는 왜 문제적인가. 이 글에서는 캐릭터 명칭에서 출발해 캐릭터 디자인 분석, 캐릭터 설정 시나리오의 고어 판타지적이며 실질적인 맥락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 의미망을 밝히고자 한다. 또한 이 캐릭터가 수상 가능한 사회였다는 것의 의미가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어떻게 비판될 수 있는지 드러내고자 한다.

폭압적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아이-빈민-혼혈-사생아-개발도상국이라는 약자성의 연쇄고리는 코피노 소녀의 온 존재를 구멍 내고 갈기갈기 찢는 사슬이 되어 그를 포식자들의 그물망 안에 철저히 포박시킨다. ‘피노 델 미트파이(Pino Del Meatpie)’는 이름 그대로 코피노 소녀의 연약한 살덩이의 먹음직스러움(delicious의 약자 del, 혹은 고깃덩어리 파이‘의(del)’ meatpie인 코피노)이 포식자-남성 중심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까지 소비될 수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아버지가 없는 국제적 사생아, 코피노 소녀(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Ko(rean)+(phili)Pino라 불리운다)는 살아생전에도 홀로 버려진 어머니와 함께 빈민촌의 사창가에서 연약한 몸을 팔며 혼혈로 인한 멸시와 학대를 견디며 지낸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버지가 없이 태어난 혼혈 사생아 소녀는 살아서도 죽어있는 사회적 유령 취급을 받으며 폭압적 남성 지배구조에 의해 착취되고 삽입당하는 관능적 살덩이로 ‘구멍’ 내어진다. 피노 델 미트파이 캐릭터의 창시자는 구상하고 있는 차기 캐릭터에서도 가부장제 남근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존재인 혼혈 사생아 소녀의 몸이 포식자-남성들에 의해 짓이기고 유린당하는 테마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캐릭터 이름, ‘피노 델 미트파이(Pino Del Meatpie)’가 전제하는 인육시장이라는 고어적 판타지가 혼혈 사생아 소녀의 연약한 몸과 마주쳤을 때 중층적 의미의 스펙트럼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가동된다. 부권제에 등록 불가능한 불경한 그 몸은 뿌리를 모르는 더러운 피이자 그 누구의 딸도 아니지만, 남성 모두의 욕망의 배설소로 통하는 더럽혀지기 쉬운 몸이며 가난하고 연약하며 비천한 몸이다. 그래서 폭압적 남성 폭력과 극단적 여성혐오의 표적이 되어 갈가리 짓이겨져 관통되고 해부되는, 남성 권력의 전쟁터가 된다. 가부장제 사회 속 이 소녀의 연약하고 유연하며 먹음직스러운 살덩이는 성매매와 장기 적출 매매와 더불어 갈기갈기 찢긴 살조각 시체-소녀의 조각난 영혼-가 최종적으로 악마에 의해 먹히고 넘어감으로써, 포식자-남성의 쾌락 충족을 위한 인육시장 삼종세트를 완결짓는, 가장 최적의 고어식 판타지의 (요리) 재료로 소비된다.

고어 판타지가 주로 표적으로 하는 계층이 여성, 아이, 태아, 노인, 장애인, 유색인종, 동물, 하층민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것이 주류 남성 계층의 폭력성과 혐오의식, 권력의식의 메커니즘을 재생산하는 것이자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상 남성 폭력의 판타지가 단순히 게임이라는 영역을 넘어서 성매매 산업과 장기적출 매매, 인신매매 시장과 전쟁범죄라는 현실의 차원에서 얼마나 강력하고 유효하게 가동되고 있는지는 인류의 역사와 사건들 안에서 명백히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일본 위안부 문제와 패전국 여성들에 대한 승전국 군인들의 집단강간 범죄를 비롯하여 아동 인신매매 사건과 여성 성매매 인신매매 사건들은 남성중심적 역사를 채우고 있는, 핵심적인 남성폭력의 사례들이다. 

군데군데 찢기고 기워진 채 적출된 장기를 스스로 즈려 밟고 서 있는 피노 델 미트파이 캐릭터 그림을 면면히 뜯어보라. 그 사생아 혼혈 소녀는 죽어서도 살아서도 여전히 포식자-남성의 관능과 식욕을 돋우는 살덩어리, delicious Meatpie이자 그들의 공적 소유물인 meat free(소녀 캐릭터의 음부에 새겨진 게시판넬 문구), 창녀로서만 간주될 뿐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피노 델 미트파이는 폭압적 남근권력이 어떠한 방식으로 약자성의 고리로 포박된 소녀의 몸을 성적으로 유린하고 파괴하며 죽이기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남성 폭력 판타지의 묵시록적 여성상을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에 그 자체로 문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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