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생리대 안전 검증위에 

여성환경연대 포함시켰다가

2차 회의에선 참관인으로

위원 중 여성은 4명 뿐

“생리대 안전 검증 과정서

여성 목소리 제거” 논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에 여성·환경 전문가를 포함시키지 않아 전문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생리대 안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여성환경연대조차 위원이 아닌 ‘옵저버’(참관인)로 배제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식약처가 3차 회의 개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비공개로 진행하고, 제대로 된 위원 명단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밀실 회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 ‘외부위원’으로 여성환경연대를 포함시켰다고 알렸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지난달 30일 열린 검증위원회 1차 회의에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외부위원으로는 독성전문가, 역학조사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식약처는 돌연 여성환경연대를 검증위원회 ‘외부 참석자’로 분리했다. 식약처 보도자료를 보면 1차 회의 당시 위원으로 참석했던 소비자단체는 여성환경연대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등이다. 그러나 2차 회의에서 여성환경연대는 소비자단체에서 관련단체로 분류돼 위원에서 배제됐고, 여성환경연대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단체만이 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 ‘외부위원’으로 여성환경연대를 포함시켰다고 알렸다. ⓒ식약처 보도자료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 ‘외부위원’으로 여성환경연대를 포함시켰다고 알렸다. ⓒ식약처 보도자료

 

지난 4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식약처는 돌연 여성환경연대를 검증위원회 ‘외부 참석자’로 분리했다. ⓒ식약처 보도자료
지난 4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식약처는 돌연 여성환경연대를 검증위원회 ‘외부 참석자’로 분리했다. ⓒ식약처 보도자료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식약처 관계자는 2차 회의에 참석한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에게 “(당신은) 위원이 아닌 옵저버다. 그러니 회의 자료가 없는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공지도 없이 회의 당일 여성환경연대를 위원에서 배제했다”는 것이 단체 측 설명이다. 외부 참석자는 위원과 달리 위원회 회의에서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식약처는 여성환경연대를 왜 외부 참석자로 위원회 참여를 제한했는지, 위원과 외부 참석자를 분류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식약처에 ‘옵저버로는 앞으로 회의에 참여 못하겠다. 위원으로 위촉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식약처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검증위원회 3차 회의가 내일(14일) 오전에 열리는데, 식약처는 우리에게 연락조차 해주지 않았다”고 전해왔다. 

이번 검증위원회 위원에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할만한 단체가 없다는 점도 문제적이다. 지난 4일 식약처가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18명으로 구성된 위원 중 여성·환경단체는 전무했다. 검증위원회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젠더 전문가가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단순히 생리대가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여성의 삶의 조건과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위원의 성비 불균형도 문제로 제기됐다. 앞서 언급한 보도자료에 명시된 위원 명단 18명 중 여성 위원은 4명에 불과했다. 의과대학 교수 1명과 소비자단체 활동가 3명이 여성의 전부다.

식약처의 이러한 대응이 과연 여성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안 사무처장은 “식약처에서 생리대의 건강 역학조사를 실시할 경우,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검증위원회 위원에 젠더 감수성을 지닌 전문가가 꼭 포함돼야 한다. (여성의 몸, 여성 건강 관련) 운동을 해온 여성단체와 화학물질을 감시해온 환경·보건단체가 위원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리대 전 성분을 조사하고 유해성을 규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생리대를 사용하며 부작용을 경험한 여성들의 목소리도 꼭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8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의원 질의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8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의원 질의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환경연대는 13일 오후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에 ‘생리대 검증 위원회 명단 공개와 여성환경연대 위원 위촉’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 목적은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생리대 생산·유통과 정부당국의 책임 있는 규제·감시와 대책마련이다. 이 목적을 보다 책임감 있게 달성하기 위해선 오랫동안 여성생식건강운동과 화학물질 감시 운동을 해오고, 최초의 생리대 검출실험을 통해 생리대 안전성에 문제제기를 한 여성환경연대의 위원 위촉을 요청드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성환경연대는 이날 식약처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성신문은 식약처에 △여성환경연대를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 위원에서 배제한 이유가 무엇인지 △검증위원회 위원과 외부 참석자를 분류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할만한 단체가 위원에 한 곳도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