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여성가족부가 있어도 성평등 위원회 필요한 이유
[여성논단] 여성가족부가 있어도 성평등 위원회 필요한 이유
  • 강남식 젠더와 인권 연구소 소장
  • 승인 2017.09.13 16:57
  • 수정 2017-09-15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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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성평등 이뤄내려면

정부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총괄·조정하는 성평등 위원회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정립해야

 

지난 9월 6일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위원회 출범 준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예정된 일로써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실질적 성평등 사회실현’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성평등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표명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성평등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강력한 추진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성평등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공약 이행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실질적 성평등 사회실현’을 목표로 성평등 위원회가 준비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여가부는 무엇을 목표로 한 부처였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성평등 위원회의 출범 자체가 여가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나아가 부정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조직 구도상으로도 성평등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이면 여가부는 하위부서로 전락함으로써, 부처 예산이 정부 예산 중 꼴찌인 0.18%에 불과한 위상은 더 약화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실 세간의 이런 우려는 성평등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잘 정립하지 못하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성평등 위원회가 설치돼야 하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20여년 전인 1995년 12월 30일 ‘여성발전기본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는 한국의 여성정책 패러다임이 성주류화로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해 성주류화 전략의 추진 체계와 핵심 도구들이 마련됐다. 먼저 2001년 여성부가 출범했고, 2005년 정부 정책에 대한 성별영향분석평가가 시작됐으며, 성인지 예산은 중앙부처에서는 2010 회계연도부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2013 회계연도부터 도입됐다. 2007년에는 통계법을 개정해 성인지 통계 구축을 위한 기초도 마련했다. 이로써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성주류화 전략을 위한 3대 핵심 도구이자 성인지 정책의 대표주자인 성별영향분석평가, 성인지 예산, 성인지 통계가 모두 법제화된 유일한 국가가 됐다.

법적 기반을 마련한 성인지 정책은 양적으로 급격하게 확대됐다. 성별영향분석평가는 2005년 53개 기관이 85개 과제를 수행해 기관당 평균 1.6개를 실시했는데, 2015년에는 304개 기관이 34,258개 과제를 수행해 기관당 평균 112.7개로, 10년 간 과제수로는 403배란 극적인 팽창을 이뤘다. 성인지 예산의 경우, 지방재정을 예를 들면 2013년 12조5990억원 규모의 1만1803개 사업에서 15조3359억원의 1만3865개로 확장됐다.

그런데 문제는 성평등을 위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성인지 정책들이 지난 10여년간 급격하게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한국의 성격차지수(GGI)는 여전히 세계 144개국에서 116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성격차지수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 한국여성 현실로 눈을 돌리면 금방 이해가 된다.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선에 있는 여성의 낮은 고용률과 극심한 성별임금격차, 비정규직의 여성화, 정책 결정 과정의 여성 참여율 저조 등이 눈에 띈다. 여기에 뉴스를 틀기만 하면 단골 이슈가 돼버린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과 살인들, 이 범죄들은 점차 더 대담해지고 잔혹해져 차마 직시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그뿐인가! 세계에서 가장 고속도로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정부 정책에 무관심한 국민들조차 인지하게 된,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초저출산율 문제가 모든 사회문제의 블랙홀이 됐버렸다. 도대체 ‘실질적’인 성평등을 목표로 추진된 성인지 정책이 선진국에서도 비교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난 10여년간 여성 현실은 암담해지고 폭력은 심화됐을까?

그러나 현 시점은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위시한 각종 성인지 정책들이 탁상 위의 문서 행정으로 전락했다거나, 단지 통계적으로 대표되는 가시적인 변화만을 추구했다는 등의 비판과 분석은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성주류화 전략을 도입한 지 이제 20년이 됐고, 그 과정에서 주요 정책들의 법적 기반도 어느 정도 마련됐으며 시행착오도 겪을 만큼 겪었다. 이제 성평등을 실질적으로 이뤄낼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을 성평등한 관점에서 총괄·조정하는 강력한 추진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단지 성평등 위원회가 성평등한 정부 정책 추진에 있어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서, 그 과정에서 여가부의 위상과 역할도 함께 강화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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