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성폭력 근절 위한

오바마의 '타이틀 9' 수정 언급에

여성들 분노

네티즌부터 상원의원까지

"타이틀 9을 지켜라”

 

벳시 디보스 미 교육부 장관. ⓒed.gov
벳시 디보스 미 교육부 장관. ⓒed.gov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장관 벳시 디보스는 가까스로 상원 인준을 통과한 이후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인물 중 한 명 이다. 지난 11일 볼티모어대에서는 디보스 장관의 졸업식 연사 초청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7월에는 민주당 소속의 주 검찰총장 19명이 디보스 장관을 연방고등법원에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5월에는 교육부 고위 관리가 디보스 장관과의 갈등 끝에 사임했으며 취임 직후에는 불필요한 특별경호 비용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디보스 장관에게 이번에는 여성들이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지난 8일(현지시간) SNS에서는 ‘#벳시를 멈춰(#StopBetsy)’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디보스 장관을 고발하는 ‘안티 벳시’ 캠페인이 시작했다.

여성들이 분노한 쟁점은 교육에 있어서 남녀평등을 규정한 연방법인 ‘타이틀 9’(Title IX)의 준수, 그 중에서도 특히 캠퍼스 성폭력 피해자 부분이다. 지난 7일 디보스 장관이 조지 메이슨 대학 안토닌 스칼리아 로스쿨에서의 연설에서 “성폭력 피해자와 피고발자 모두의 권리를 동등하게 보호하기 위해” 오바마 정부의 “실패한” 타이틀 9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나는 타이틀 9이 필요해, 왜냐하면...” 타이틀 9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사람들의 소망 카드. ⓒknowyourix.org
“나는 타이틀 9이 필요해, 왜냐하면...” 타이틀 9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사람들의 소망 카드. ⓒknowyourix.org

이들은 캠페인을 통해 캠퍼스 성폭력 근절을 위한 '타이틀 9 바로 알기'를 홍보하고, 디보스 장관을 상대로 ▲학교가 성폭력을 방지해야 하는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할 것 ▲증거의 50%이상이 성폭력 쪽으로 기울면 성폭력 사건으로서 처리할 것 ▲타이틀 9 위반에 대한 조사와 위반 학교 명단 공개 등의 규정 유지를 요구했다. SNS 캠페인 뿐 아니라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서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7만5000만 명을 목표로 한 이 청원운동은 5만 9000여명의 지지 서명을 획득했다.

여성 상원의원들도 캠페인에 힘을 보탰다.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성폭력 생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타이틀 9가 공격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하며 “이는 시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클레어 맥카스킬(미주리) 의원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캠퍼스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이뤄온 것들을 쓸어버리지 못하도록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카말라 해리스 트위터 메시지. ⓒtwitter.com/KamalaHarris
카말라 해리스 트위터 메시지. ⓒtwitter.com/KamalaHarris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타이틀 9’을 근거로 캠퍼스 성폭력 근절을 위한 강력한 연방 지침을 수립한 바 있다. 피해자들이 사회적 평판을 우려한 학교 당국으로부터 침묵을 강요당하거나 조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우려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입증 부담을 최소한으로 하고 조사 기간 중에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 규정이 피고발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수정을 고려하고 있다. 유죄가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자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거짓 성폭력 고발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반박한다. 미즈 블로그는 성폭력 사건의 신고 비율이 20%에 불과하다는 통계자료를 인용하며 “5명 중 4명의 피해자는 보복에 대한 공포와 사법기관 및 관계당국이 믿어주지 않을 것을 우려해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타이틀 9은 캠퍼스 성폭력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특히 성소수자들은 새 정부 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집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공립학교에서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자신의 젠더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라는 권고사항을 폐지하고 LGBT 학생을 차별할지는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명확히 함으로써 성소수자 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방치 또는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립학교에 유리한 발언을 계속하는 디보스 장관의 행보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타이틀 9을 둘러싼 교육부와 여러 시민운동 진영과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