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미 키돕 대표 

3~13세 영유아 대상

1대1 맞춤형 교육수업

교육심리 진단키트 이용해

아이 정서와 지적역량 파악

 

 

김성미 키돕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성미 키돕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저희는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만 골라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요. 예를 들면 약대생을 섭외해 ‘약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죠. 물약·가루약·캡슐약·주사약을 직접 만들어보고, 유포지에 비타민을 빻아서 같이 먹어보기도 합니다.”

‘키움을 돕다’는 뜻을 지닌 ‘키돕’은 3~13세 영유아동에게 1대1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영유아 교육 스타트업이다. 김성미(27) 키돕 대표는 “기존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아이가 가진 개별적인 특성과 성향이 고려되지 않은 채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획일화된 교육이 제공됐다”며 “키돕은 아이의 정서와 지적 역량을 분석해 전문성을 가진 선생님이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방문 교육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른바 소비자 맞춤형인 ‘테일러드 스타트업’이 뜨면서 기존의 수많은 방문교육업체도 맞춤형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키돕의 경쟁력으로 다양한 ‘창의교육 커리큘럼’을 꼽았다. 실제로 키돕은 ‘아플 때 먹는 약, 어떻게 만들까?’ 커리큘럼 외에도 아이들이 직접 붓과 종이, 물감 등을 만들어보는 ‘내 손으로 만드는 미술도구로 그림 그리기’ ‘내가 조선 시대 왕이 된다면?’ ‘실험으로 배우는 생활 속 과학원리’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약을 직접 만들면서 약의 형태가 왜 다르게 개발됐는지를 알려주는 거죠. 약사체험도 해보고, 약이 어떤 소화기관에서 어떤 경로로 소화되는지 아이들의 시각에서 설명해줍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이 약에 대해 금방 흥미를 느끼고 평소 있던 약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져요. 기억에도 더 오래 남지 않을까요?” 키돕은 최근 일대일뿐만 아니라 3~4명의 소규모 그룹까지 수업 형태를 확대했다. 

맞춤형 교육을 위해 키돕은 수업 전 직접 제작한 ‘교육심리 진단키트’를 이용한다. 아이들의 정서와 지적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부모는 검사 결과를 통해 아이의 취약한 부분과 뛰어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키돕은 8가지 지능에 기반을 둬 취약한 부분은 보완하고, 뛰어난 부분은 강화할 수 있는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안한다.

“사실 부모님들이 고민하는 포인트는 딱 3가지거든요. 우리 아이에게 누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지에 대한 부분이 바로 그거예요. 키돕에서는 아이가 배우고 싶은 것과 이를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아이가 배울 수 있는 환경 세 가지 모두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김성미 키돕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성미 키돕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키돕의 커리큘럼은 한 달 단위로 갱신된다. 오리엔테이션 수업 1번, 본 수업 4번이 한 달 단위로 진행된다. 4주에 한 번씩 담당 매니저가 아이들의 피드백을 받아 커리큘럼을 재조정하는 식이다. 모든 커리큘럼은 론칭 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설명하는 카드뉴스 또한 키돕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수업하는 영상을 본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 대략 아이가 이 수업을 흥미 있어 할지 감이 온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키돕에서 직접 선정해 섭외한다. 콘텐츠 팀에서 맞춤형 커리큘럼을 개발해 교안이 나오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전문 선생님을 키돕이 수소문하는 방식이다. 현재 약 350명의 선생님이 등록돼 있다. 지속해서 커리큘럼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계약 형태의 선생님은 약 10명 정도. 키돕 홈페이지에 대표적인 선생님 약력과 수업 내용을 미리 볼 수 있다.

키돕은 매달 2개 이상의 새 커리큘럼을 오픈할 계획이다. 과목별 커리큘럼과 수업자료를 확인 후 상담을 신청하면 매니저가 커리큘럼 선택과 스케줄링을 돕는다. 또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수업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 OT에는 매니저가 직접 동반해 아이 성향 파악과 부모상담을 진행한다. 아이가 무엇을 배웠고 반응이 어땠는지는 리포트로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교육업계를 두루 거쳐 온 박형준 전 공동대표가 먼저 교육 중개 서비스 창업을 제안했다. “사실 재학 중에 교육업체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또다시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돌아보면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큰 자산이 됐죠.”

교육 관련 전공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김 대표는 컴퓨터 전공자다. “지금은 컴퓨터학과가 됐지만 제가 입학했을 때는 컴퓨터교육학과였어요. 컴퓨터교육학과에서는 ‘개발자’가 되거나 교직을 이수해서 ‘선생님’이 되는 길 2가지 정도의 선택지가 있었어요. 1학년 때 전공과목으로 코딩수업을 들었는데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개발자나 선생님 모두 내 길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김 대표는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에 다니다가 스물두살에 다시 고려대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남들보다 시작은 느렸지만 누구보다 빨리 일에 뛰었다. 김 대표는 “남들보다 조금 늦었다는 생각에 빨리 일을 시작해보고 싶었다”며 “에듀캐스트라는 러닝웨어 서비스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3개월, 위시캣이라는 IT 아웃소싱 스타트업에서 3년 정도 일했다. 학생, 회사원을 동시에 하다 보니 쏜살같이 시간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20대 초중반에는 거의 ‘안암 지박령’이었어요. 학교, 회사, 집 모두 안암에 있었으니까요. 위시캣에서는 초기 멤버로 마케팅, CS 등 여러 분야를 두루 거쳤습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여러 업무를 경험해보긴 했지만 한 분야의 전문성에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학생이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제 미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가지게 됐죠.”

여러 고민을 거쳐 다시 선택한 길 또한 스타트업. 혹시 부모님께서 반대하지는 않았을까. 김 대표는 단호하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서는 항상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것’이라는 교육방식으로 저와 제 동생을 키우셨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 가기 싫어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마음대로 하라고 하시더라”며 실제로 자퇴서를 내고 학교를 그만뒀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부모님의 교육관이 그의 인생을 오히려 견고하게 설계해준 것처럼 보였다.

키돕은 최근 가족, 친구, 친척과 함께할 수 있도록 수업 형태를 확장했다. 1대1 개인으로 배우는 것보다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다른 친구와 함께 배우면 혼자 배울 때 경험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자극, 협동심, 아이의 몰랐던 성향이 발현될 수 있어요. 배움의 즐거움도 배가 되고요.” 

김 대표의 목표는 더욱 많은 아이가 키돕의 수업을 듣고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이다. 2017년 8월 기준 13세 이하 아동이 650만명. 10~20년 후 키돕 수업을 듣고 성인이 된 교육생과 다른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사업을 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김 대표는 “그렇게 되려면 650만명의 5% 정도가 키돕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키돕은 아이들의 흥미·니즈 발굴을 위해 검사형태로 데이터를 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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