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야곱의 꿈’
샤갈, ‘야곱의 꿈’

1월 1일 / 김행숙

(…)

길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이 지붕 위로 둥둥 떠오를 거예요. 이들은 언젠가부터 마음에 공기가 가득해진 사람들이었어요. 지붕 위에서 수레를 잃은 노점상과 지갑을 잃은 취객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에요. 두 사람은 허공에서 잠시 얼어붙은 허깨비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겠습니다.”

 

새벽길을 가다가 폐지 줍는 노인을 보았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만화카페 입구에서 상자를 펴 누운 노숙자가 눈에 띄었다. 황토빛 상자는 노인의 밥이 되 주고 집 없는 이들에겐 돗자리구나 싶어 고마웠다. 그 상자에 밤새 흰 눈처럼 돈이 소복이 쌓이면 어떨까. 불로소득 부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선행하는 세상을 잠잠히 그려본다. 나도 옷과 물건, 소액이라도 이웃과 나누려고 노력하지만, 늘 변변치 못한 생활이 슬프다.

시인의 아름다운 시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지붕위로 둥둥 떠오르면 좋겠다. 힘든 밤마다 상자보다 가볍게 떠오르면 영혼의 집으로 가는 길이 보일까. 김행숙 시인은 자기 참 모습이 보이는 거울과, 안식처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초상을 깊고, 따스하게 그려보였다. 오늘만큼은 경쟁과 고독, 소외,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슬픔을 소파위에 풀어두면 어떨까. 은행나무 아래 누군가와 악수하고 웃으며 따스한 목련차를 마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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