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뿐인 스포츠스타에

가려진 4등 이하 선수들

결과보다 과정을 보고

패배한 그들의 눈물에 박수를

 

 

김미숙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김미숙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 선임연구위원

 150여일 앞으로 훌쩍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홍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어떤 분야에서든 준비하는 모든 손길에 감사를 표하며, 필자는 오늘 조금은 ‘짠 내나는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큰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마무리는 대부분 이렇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수를 향해 우리는 너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들의 목에 걸린 메달 하나에 담긴 시간과 땀의 가치를 보는 눈이 없었기에 우리는 늘 그렇게 대수롭지 않았다.

경기에 임한 선수들은 도중에 코피가 쏟아져도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까지 닦아내지 않는다. 부상으로 피범벅이 된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어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주저앉지 않는다. 거친 호흡과 에너지가 충돌하는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 그곳에서 거머쥐는 금메달이 평생의 꿈인 사람. 우리는 그들을 전문선수, 국가대표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종목별로 차이가 있으나 꿈나무 선수(초등생)부터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까지 평균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모든 선수에게 10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국가대표의 자리를 담보하고 있지 않다. 즉, 10년 동안 꾸준히 버티고, 살아남아야만 국가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수 감소율 또한 전문선수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6년에서 2016년 사이 등록선수 증가율은 15.2%로, 전체 비율은 상승한 듯 보이나 회원가맹단체 증가율 대비 매우 저조한 편이다. 게다가 체조(50%), 복싱(26%), 유도(17%), 정구(16%), 하키(10%) 등 이른바 몇몇 종목은 선수등록 감소폭이 현저하게 크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 감소라는 요인으로 볼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부상, 학업에 대한 부담, 선수로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 운동에 대한 싫증, 주변인(지도자, 동료선수, 부모 등)과의 갈등으로 축약할 수 있다.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는 엘리트선수들은 하루 5~8시간씩 훈련을 강행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훈련을 5년 이상, 일주일 평균 25시간씩 어김없이 수행해야만 소수의 몇몇 선수들에게만 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부상, 경기 조작 및 유혹 등 다양한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으며 충분한 학습 시간과 직업을 갖기도 어렵다(독일체육회 Deutscher Sportbund, 1992).”

그렇다. 전문선수들이 감내해야 할 것들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고도 험하다. 항상 부상에 노출돼 있으며, 뼈를 깎는 자기 관리를 해야 하며, 젊은 나이에 은퇴하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며, 작년에 불거진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학업과 운동의 병행 비중이 높아져 학생선수들의 고충이 더 늘어났다. 게다가 선수들의 최대 목표인 ‘금메달’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가끔 그들에게 보내는 사회적 질타와 냉대는 참으로 야박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보니 단 0.1%뿐인 스포츠스타에 가려진 4등 이하의 선수의 뒤안길은 한없이 쓸쓸하다.

국민체육진흥법에서는 전문선수들에 대해 자격을 규정하고, 지원과 보호에 대한 시행령까지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스포츠 현장, 사회 현장에서 전문선수들이 흘리는 땀에 가치는 늘 평가절하되는 듯하다. “하루를 참고 인내하면 열흘을 벌 수 있고, 사흘을 참고 견디면 30일을, 30일을 견디면 3년을 벌 수 있다. 3년을 참고, 인내하고, 견디고, 노력하고, 극복하면 30년을 벌 수 있다”며 자신과 고된 싸움을 했던 김득구 선수(그는 복싱선수로 1982년 11월 13일 라스베이거스 WBA라이트급 레이 맨시니와의 타이틀매치 14회전에서 넉다운 뒤 나흘 뒤에 사망했다)의 고백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기를 희망한다. 결과보다 과정의 가치를 보는 눈을, 패배한 경기 무대에서 고개를 떨구고 흘리는 그들의 눈물에 힘찬 박수를, 관객이 없는 경기장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이 넘치는 어떤 날을 희망한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 이 시대의 모든 전문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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