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여성 늘어야 경제 성장 촉진

여성 임원 1명 이상 늘면 기업 이익 늘어

법제도 잘 갖춘 한국, 성평등 확산이 열쇠

가사·양육·돌봄 책임 남녀가 동등하게 나누는

성평등·가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해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6일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여성 경제인의 대표성 확대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6일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여성 경제인의 대표성 확대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국가 경제를 살리는 해결책이다. 더 많은 여성이 일할 수 없다면 이 위기를 타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제적 대표성과 영향력을 강화하려면, “성공적으로 구축된 한국의 법·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가사·양육·돌봄을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부담할 성평등 문화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금융인네트워크(회장 김상경)·이투데이 공동 주최로 6일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여성 경제인의 대표성 확대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6일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여성 경제인의 대표성 확대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6일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여성 경제인의 대표성 확대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 여성들은 그간 국내외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지만, 수많은 장애물과 편견에 가로막혀 제 능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지적했다.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58% 수준으로 OECD 35개국 중 하위권이다. 한국의 남녀임금격차는 OECD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부동의 1위다.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37% 더 적은 보수를 받고 있다. 여성의 일자리 중 40%가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겪는 비정규직이다. ‘유리천장지수’는 5년째 OECD 29개국 중 꼴찌다. 올해 30대 그룹 임원 승진자 중 여성은 37명(2.4%)에 불과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특히 경력단절 문제에 주목했다.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30대부터 여성 고용률이 뚝 떨어지는 한국 특유의 ‘M 커브’ 현상은 심각한 문제다. 직장에서 가장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래야 할 시기에 여성들은 사라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가 한국 경제의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성장 동력을 회복할 열쇠라고 했다. “향후 5년간 한국 경제활동인구는 해마다 10만 명씩 줄어 0.2%P씩 감소할 전망”이라며 “더 많은 여성이 일할 수 없다면 이 위기를 타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 할당제는 여성에 대한 일터 내 편견을 깰 첫걸음이자, 현명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IMF가 유럽 34개국의 200만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1명 이상 존재하는 기업은 총자산이익률(ROA)을 8~13bp(1bp=0.01%P)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OA란 기업이 보유 자산을 얼마나 잘 운용했는지 알려주는 지표로, ROA가 높을수록 보유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많이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문재인 정부가 여성 내각 30%를 달성한 것은 훌륭한 성과”라며 “유럽 선진국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인도 등 최근 많은 나라들이 공공·민간부문 여성 임원 비율을 30~40%까지 높이는 여성임원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도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의 새일센터 등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지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한 여성 일자리 확대 정책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법제도는 세계 국가들과 비교해도 선진적인 편이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여성에게만 커피 대접을 시키고, 여성이 출산·육아 때문에 동료의 눈치를 보게 하거나 여성은 고위직에 맞지 않다고 여기는 무의식적 젠더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가족친화적인 기업 문화 형성, 남성 육아휴직 참여 확대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6일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여성 경제인의 대표성 확대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6일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서 여성 경제인의 대표성 확대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임파워먼트의 요소로는 ‘3L’을 강조했다. 여성들은 더 많은 교육(Learning) 기회, 노동(Labor) 시장에 진출해 재능을 발휘할 기회, 나아가 제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해 리더십(Leadership)을 보일 기회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라가르드 총재는 “태극기 가운데 태극 문양은 음양의 조화, 즉 여성과 남성이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할 때 조화롭게 발전하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많은 여성 리더가 한국 경제를 더욱 다양하고 발전적인 모습으로 바꾸길 기대한다. 이제는 행동할 때다. IMF는 성평등과 지속 가능 발전을 목표로 늘 여러분의 노력을 응원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이 후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 300여 명의 정관계·재계·금융계 인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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