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성에게 무서운 공간" 폭력 항의 SNS 시위 벌이는 브라질 여성들
"세상은 여성에게 무서운 공간" 폭력 항의 SNS 시위 벌이는 브라질 여성들
  • 박윤수 기자
  • 승인 2017.09.06 13:41
  • 수정 2017-09-06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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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택시서 성폭행 피해 후 공론화 캠페인 시작

보복 위험에 신고도 주저…보수적 사회서 일상적 폭력 경험

 

클라라 에이버백이 운영하는 ‘여성의 공간’이라는 의미의 웹사이트 ‘루가 드 뮬러(Lugar de Mulher)’의 대표 이미지. ⓒlugardemulher.com.br
클라라 에이버백이 운영하는 ‘여성의 공간’이라는 의미의 웹사이트 ‘루가 드 뮬러(Lugar de Mulher)’의 대표 이미지. ⓒlugardemulher.com.br

택시는 특히 밤 시간에 가장 편리한 공공 교통수단 중 하나지만 많은 여성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공간이기도 하다. 국내의 고급 택시 호출 어플리케이션인 ‘카카오 블랙’이 최근 성장세를 보인 것은 안전한 택시를 원하는 여성들의 욕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택시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남미 브라질에서는 최근 택시 내 성폭행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SNS 캠페인이 벌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클라라 에이버백의 트위터 해시태그 #MeuMotoristaAbusador 캠페인 ⓒtwitter.com/claraaverbuck
클라라 에이버백의 트위터 해시태그 #MeuMotoristaAbusador 캠페인 ⓒtwitter.com/claraaverbuck

브라질의 페미니스트 작가이자 웹사이트 ‘여성의 공간’(Lugar de Mulher) 운영자인 클라라 에이버벅 상파울루에서 우버 택시를 이용 중 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SNS에 올린 후 #MeuMotoristaAbusador(#MyAbuserDriver)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겪은 택시 내 폭해 경험을 털어놓았고 일부는 운전면허증을 찍어 친구나 가족에게 보내는 등의 우버 택시 이용 시 유용한 팁을 소개하기도 했다. 에이버벅은 “내게 일어난 일은 수십만 브라질 여성들도 겪고 있으며 우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클라라 에이버백. ⓒhttp://www.claraaverbuck.com
클라라 에이버백. ⓒhttp://www.claraaverbuck.com

그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지만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사건을 물적 증거로 입증하지 못하면 반격을 당할 수도 있으며 가해자가 역고소를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용기를 내서 자신의 SNS에 경험을 고백한 그는 “이런 일이 여성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에도 일어날 수 있으며 그 무력감과 절망은 피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면서 “이 세상은 여성에게 무서운 공간”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우버 축운 “문제의 택시 기사의 운행을 금지했으며 경찰 당국의 처분을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매년 몇 명의 여성들이 우버 택시 기사에게 공격을 당하는지에 대한 세부 자료 제출은 거절했다.

브라질은 성폭행 문제가 심각한 나라 중 한 곳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 조사대상 여성의 29%가 지난 해 정신적・육체적・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그 중 절반은 그 일을 그냥 조용히 덮었다고 답변했다. 2013년 한 해 동안에만 브라질에서 4500명의 여성들이 살해당한 바 있다.

2006영 브라질의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의 전쟁을 위한 법률을 도입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남편을 형무소로 보내기 위해 수년 동안 싸워야 했던 여성의 이름을 딴 ‘마리아드펜하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특별법정과 경찰서를 설립하며 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를 여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브라질이 보수적이며 마초적인 사회라는 점이다. 에이버벅은 “'남성성'이라는 게 여성에 대한 폭력과 지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이것이 브라질의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이버벅과 같은 여성운동가들의 노력과 SNS의 발달에 힘입어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2014년 한 설문조사에서 폭력사건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남성들의 답변에 분노한 수만 명의 여성들이 “나는 강간당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을 공유하는 운동을 벌였다. 2015년엔 한 남성이 브라질판 ‘마스터셰프 주니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12세 소녀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트위터에 올려 물의를 일으키자 ‘내 첫 번째 학대 경험’이란 의미의 #primeiroassédio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지난 해 6월엔 16세 소녀에 대한 집단 성폭행 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코파카바나 해변을 여성의 속옷으로 뒤덮는 설치 미술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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