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업계 모두 ‘윈윈전략’ 맞지만  

사실 더 이득 보는 건 패션업계 

옷·신발 등 한정됐던 제품군 문구류까지 확대 

당분간 이종 간 협업 열풍 계속될 것

국내 제과업계 평균 R&D 비용 1% 미만 

신제품 출시 뒷전, 협업 열풍 아쉽다는 의견도 

 

메로나·새우깡·죠스바·초코파이…. 식품업계 장수브랜드가 셔츠, 신발, 시계, 티셔츠 등 다양한 패션 제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1020 소비자들은 20~60년 긴 역사의 장수브랜드가 새로운 패션 브랜드와 만나 “신선하다” “재밌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한정판 아이스크림 ‘메로나 운동화’를 신고 과자 ‘새우깡 티셔츠’를 입는다. 식품·패션업계 불고 있는 협업 열풍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도전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두 업계 모두에게 ‘윈윈전략’으로 통한다. 그러나 “협업에서 더 이득을 보는 쪽은 패션업계로 먼저 요청하는 쪽도 패션업계”라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분기 단위로 유행이 바뀌는 패션계에서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상품 인지도를 활용해 주목도와 매출을 올리는 동반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식품업계 또한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에 새로움을 가져다줘 향후 이종 업계 간 협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내 패션·식품업계 협업 신호탄은 오리온이 쐈다. 앞서 휠라코리아가 펩시와 협업을 진행해 완판을 기록했지만, 국내 패션·식품업계가 협업한 적은 거의 드물었다. 오리온은 지난 2월 삼성물산 편집숍 ‘비이커’와 손잡고 ‘초코파이정 한정판 컬렉션’을 출시했다. 초코파이 이미지를 활용한 커플 티셔츠·휴대폰케이스·캔버스백 각각 2종의 패션상품과 3가지 맛 초코파이가 담긴 ‘초코파이 스페셜 팩’이 바로 그것. 초기 “쓸데없는 짓”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초코파이 한정판 컬렉션’ 2600개가 두 달 만에 모두 팔렸다.

 

다음 배턴은 빙그레가 받았다. 빙그레는 협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 중 하나다. 1992년 출시해 25살이 된 빙그레 메로나는 지난 5월 휠라코리아와 협업을 진행했다. 메로나 특유의 초록색을 입힌 운동화와 슬리퍼 등이 탄생했다. 휠라코리아 또한 장수브랜드라는 점에서 ‘신구조합’이 아닌 ‘구구조합’이 과연 성공할지 의문을 샀지만 운동화 ‘코트디럭스 메로나’ 초도물량 6000족이 출시 2주 만에 매진돼 그 성과를 입증했다. 7월 출시된 후속 제품 ‘메로나 드리프터’ 역시 80%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했다.

성공의 맛을 본 빙그레는 신발에 이어 옷과 수세미 등으로 협업 영역을 확장했다. 빙그레가 이랜드의 스파오 브랜드와 선보인 ‘메로나 티셔츠’의 판매량은 목표의 120%를 초과로 달성했다. 메로나 모양을 본뜬 막대형 스폰지로 제작된 ‘메로나 수세미’는 초도물량 1만개가 출시 2주 만에 동났다. ‘메로나 칫솔’ 또한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인증사진’이 올라오며 큰 인기를 끌었다. 빙그레는 휠라와 캔버스화·모자·양말 등 시즌2를 진행 중이다.

 

협업 열풍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1971년 출시한 스테디셀러 농심 ‘새우깡’을 내세웠다. 국민 과자 새우깡은 총 36개 스타일의 45개 패션아이템으로 재탄생했다. 새우깡 모자, 새우깡 티셔츠, 새우깡 양말, 새우깡 에코백 등 새우와 스낵의 이미지를 재치 있는 그래픽으로 재해석해 의류에서부터 다양한 패션 용품까지 적용했다.

옷이나 신발에만 한정됐던 협업은 시계, 문구류까지 범위가 확장됐다. 농심은 최근 종합문구기업 ‘모닝글로리’와 함께 농심 스낵 브랜드를 디자인한 캐릭터 노트를 선보였다. 롯데칠성과 시계 브랜드 오에스티(O.S.T)의 ‘칠성사이다xO.S.T 시계’ 스페셜 패키지는 칠성사이다 패키지 컬러와 닮은 ‘초록’ 배경색에 사이다 탄산의 기포가 올라가는 모습을 ‘별’ 모양으로 디자인해 시원함과 청량감을 표현한 점이 특징이다.

 

LF는 롯데제과의 히트상품 ‘죠스바’를 택했다. 여성복 질바이질스튜어트는 티셔츠와 블라우스 등에 ‘죠스바’ 캐릭터를 새겼다. 죠스바를 상징하는 회색과 진분홍색을 제품 포인트 색상으로 활용해 티셔츠, 셔츠, 블라우스 등 7종을 구성했다. LF 관계자는 “패션과 제과라는 이색 협업을 기획해 브랜드에 생동감을 불어넣고자 했다. 먹는 즐거움에 입는 재미까지 더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스토리와 흥미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질바이질스튜어트는 이번 협업을 시작으로 마가렛트·빠다코코낫 등 롯데제과와 협업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까지 이어진 협업으로 예상해보면 한동안 이 같은 분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열풍이 달갑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수브랜드를 이용한 협업 마케팅으로 매출이 오르는 ‘반짝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제과업계 R&D(연구개발비) 평균 투자비용이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리뉴얼 제품을 내놓거나 협업 마케팅에만 치중한다면 신제품 연구개발 의지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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