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가 지난 8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제보 결과와 피해 제보자의 경험을 듣는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8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제보 결과와 피해 제보자의 경험을 듣는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전한 생리대 청원운동 시작... 5일 만에 5000명 참여

“이제 우리는 더 철저한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를 요구합니다. 여성 건강을 나몰라라 해온 국가를 향해 외치려 합니다. 생리대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로 여성건강 보장하라!”

여성들이 안전한 생리대를 위한 청원운동에 나섰다. 정부가 나서서 생리대 전 제품을 투명하게 조사하고, 독성물질이 든 생리대는 퇴출하라고 요구하는 운동이다. 청원 시작 5일 만인 5일 기준 5000여 명이 참여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주도한 ‘안전한 생리대 청원운동’엔 시작 5일 만에 5000여 명이 참여했다. ⓒ아바즈 서명운동 페이지 캡처
여성환경연대가 주도한 ‘안전한 생리대 청원운동’엔 시작 5일 만에 5000여 명이 참여했다. ⓒ아바즈 서명운동 페이지 캡처

청원의 발단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해 10월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에 의뢰해 2015년에 생산된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제품 각각 5개를 조사했고, 조사 결과 모든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고 지난 3월 공개토론회에서 밝혔다. 다만, 이는 식약처 등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예비조사라는 이유로 업체명과 생리대 제품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달 ‘릴리안 생리대’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된 생리대 중 하나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여성들은 발칵 뒤집혔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정말 인체에 유해한지를 입증하는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여성들 사이에서는 ‘릴리안 생리대를 쓴 후 생리 양이나 기간이 줄었다’ ‘생리통이 심해졌다’ ‘병을 얻었다’ 등 증언과 불만이 쏟아졌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생리대 부작용 제보 사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또 ‘릴리안 생리대를 포함해 10종 예비조사에서 모두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나왔다’며, 식약처에 ‘생리대를 전수조사해 안전성을 검증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30일,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환경연대의 일회용 생리대 시험 결과는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31일 대한의사협회도 “해당 생리대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가 “생리대 유해성에 대한 규명과 대책 마련의 중요성을 회피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제대로 된 조사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여성환경연대 운영진 중 릴리안 생리대 제조사와 경쟁 관계인 업체의 임원이 있고, 그래서 릴리안 생리대의 유해성이 부각됐다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여성환경연대는 해당 임원이 실험 결과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1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그간 한국 정부는 생리대 문제, 여성 문제를 외면해오지 않았나. 식약처도 그렇고, 언론이 작은 시민단체에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여성혐오의 문제라고 본다. 지엽적인 사실 확인 공방을 벗어나서 이번 생리대 파문의 본질에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4일 식약처는 시험 대상 생리대 제조사, 제품명, 이들 제품에서 검출된 화학물질 종류와 검출량을 모두 공개했다. “시험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나, 국민 불안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공개한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었다.

5일 오전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여성·시민·환경단체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만구 교수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 공인된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식약처에 정식으로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의 쟁점인 ‘생리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안전성’을 측정할 기준은 아직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관해 여성환경연대 등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식약처는 지난해 10월부터 생리대에 든 유해물질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86종의 독성물질 및 인체 유해 여부에 대해 연구 중인데, 이번에 논란이 된 10종의 독성물질 조사 결과는 빠르면 이달 말 발표 예정이다. 

이 사무처장은 “제대로 된 생리대 전수조사와 부작용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10종 조사만으로 안 된다. 일회용 생리대 허가기준 항목에 논란이 되는 생식독성, 발달독성, 피부 알레르기 물질,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을 포함해야 한다”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정부가 확실한 여성건강 대책을 마련하고 생활 속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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