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의 출발점은 호주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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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 지방자치선거에서 목포시 시의원으로 당선된 25명의 당선자 중 한 사람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자격을 상실했다. 이 사건은 목포의 정가뿐 아니라 목포시 전체에 커다란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그 위반자가 다름 아닌 젊은 나이에 시의원에 당선되어 최연소 시의원, 최연소 상임위원, 최연소 시의회 부의장을 역임하며 3선 의원으로 목포 정계에 신선한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던 문창부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아득해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린 듯한 상실감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남편을 믿고 아껴주신 분들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지요.” 차분한 어조로 당시의 심경을 토로하는 이는 바로 문창부씨의 부인이자 현재 목포시의회 김수나(33)의원이다. 김의원은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자신에게 전혀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보궐선거 거쳐 목포 최초 여성의원 당선돼

김의원은 “저 혼자의 힘으로 당선된 것이 아닙니다. 끝까지 남편을 믿어 주신 지역 유권자 여러분의 힘이 컸습니다” 라며 “출마를 결심한 것도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였습니다” 라고 자신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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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현장조사 중인 김수나 의원.

중매를 통해 남편을 만나 결혼에 이르기까지 아이들 뒷바라지와 남편의 내조에 힘쓰던 김의원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가정주부였다. 교회와 집을 오가는 것 외엔 별다른 사회활동경험도 없었던 그에게 남편을 대신해 보궐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와 설득이 이어졌다. 출마여부를 고심하던 김의원은 신앙을 바탕으로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99년 11월 18일 두 명의 남성후보와 경합을 벌였던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목포 최초의 여성의원으로 당선된다.

“지방자치는 생활정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여성의 섬세함과 꼼꼼한 관찰력이 생활정치를 수행함에 있어 남성보다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활정치 속에는 분명히 중요한 여성의 역할이 존재합니다. 만약 여성적인 섬세함이 남성적인 추진력과 결합할 때 이상적인 의회정치가 구현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현실정치·생활정치 여성이 유리

주부의 신분으로 의회에 진출한 김의원은 지역민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가정을 돌보는 마음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해 왔다. 그는 현실정치에 뛰어들면서 여성의 권익을 바로 세우는 작업에 힘쓰게 된다. 여성공무원들만을 위한 공간이 없음을 지적, 여직원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여성공무원의 권익을 위한 정책을 먼저 제시하여 목포시청 내에 탁아방을 설치토록 함으로써 어린 자녀를 둔 여성공무원들이 마음놓고 행정서비스를 펼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그리고 200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위원회에 여성위원을 30% 이상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여성계의 목소리가 각계각층에 닿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크게 넓힌다는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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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자치센터 개소식에서(오른쪽 두번째가 김의원).

이 외에도 고지대 주민을 위한 마을버스 운행, 북교동 일대의 소방도로 개설,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공부방 유치, 주민자치센터 내의 노인들을 위한 물리치료시설과 체육기구 설치, 국어 로마자 표기법 시정요구, 자전거도로 활성화사업의 부실 지적 등 주민의 편에서 의정활동을 펼쳐왔다. 게다가 목포시의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지적, 10년 이상 도로, 공원, 학교 부지 등의 명목으로 도시계획에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민들에게 재산권을 행사 할 수 있는 청구권 보상의 길을 제시하여 추진토록 하는 등 남성의원들의 몫이라 여겨졌던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러한 김의원의 왕성한 의정활동은 목포에서 여성이 의회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의정초기의 평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져야 합니다. 이 시대는 여성에게 가정에서 살림만 하는 역할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이 마음놓고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라며 결혼과 더불어 출산이 다가오면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펼쳐 보이기도 전에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안주해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현재 여성들이 안고있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전문성을 갖춘 여성집단의 출현을 말한다.

탁아방 설치로 여성의 사회활동 지원

“공공성이 뚜렷한 육아전담기관의 확충이 국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시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의 입안은 우리 여성들이 현실정치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가능합니다.”

김의원은 통합된 하나의 기구 아래 여러 위원회를 두어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활동의 중복을 막고 여성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여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며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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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나 의원이 시정질의를 하고 있다.

“여러 여성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단체가 하나로 통합된다면 그 영향력은 사회 전반에 걸쳐 무시하지 못할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남녀평등에 대한 의견을 묻자 “먼저 남녀 모두가 잘못된 의식에서 벗어나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바른 관점을 확립할 수 있는 풍토와 환경이 조성되어야겠죠” 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서 ‘호주제 폐지’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부장적인 의식이 낳은 남아선호사상은 우리 여성들마저 스스로의 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가두어 놓고 있습니다. 여성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제한된 환경이 설정되는 불합리한 제도가 여성의 권익은 물론 남녀평등의 기회조차 그 출발점에서부터 박탈하고 있는 것입니다”라며 호주제 폐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제 우리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폐지론이 대두되어야 할 때입니다. 여성계를 대변하는 <여성신문>에서도 몇 년째 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호주제 폐지운동에 우리 여성들이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면 새로 출범한 여성부를 중심으로 하여 정책입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남편의 외조가 아니라면 지금의 김수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의원의 맑은 웃음 속에서 소박하고 겸손한 정치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목포 김종수 통신원 dotchy@freechal.com>

김수나 의원 약력

- 제6대 목포시의회 의원

- 청소년을 위한 목포내일여성센터 위원

- 한국통일여성협의회 목포시지부 이사

- 목포북교초등학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 목포 언론인클럽 지도위원

- 새천년민주당 목포지구당 상무위원, 중앙대의원

- 바다가꾸기실천시민운동연합 서남권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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