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 쓰러지는 기업들과 함

께 언론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각 언론사의 정보보고에는 ‘부도 예상 신문리스트’가 돌고

있다고 한다. 벌써부터 K신문은 6천억 적자를 안고 ‘매각’ 루머

에 시달리고 있다. 또 지방의 한 신문사는 모그룹의 경영난으로 1차

부도를 막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신문사 대부분이 수입의 7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

라 광고주인 기업들이 쓰러진다는 것은 ‘돈줄’이 끊어진다는 의미

가 된다. 또 주거래은행과 종금사들이 흔들리면서 자금을 끌어다 쓰

기도 어려워졌다.

신문사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소와 겨루다 배 터져 죽었다는 개구리의 우화처럼 신문사들의 경영

난은 대개 무리한 사세 확장때문이다. 독자 확대를 한답시고 무분별

하게 무가지나 판촉물을 뿌려대다 보니 돈이 모자라고, 그것을 채우

려다 보니 은행빚을 얻게 된다. 한국의 신문들은 그동안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자본주의 경제원칙조차 통용되지 않

는 기이한 시장을 형성해 왔던 것이다.

광고시장의 황금알을 쥐고 있다는 방송사도 예외는 아니다. 12월

광고판매율은 전년 대비 70%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아침방송시간대

광고판매율은 2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기업이 부도로 쓰러지거나 ‘생존을 위한 감량경영’으로 돌아서는

형편이라 광고비의 급감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에 각 언론사

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원임금을 동결하고

임원임금은 삭감하는 등의 ‘비용절감’ 대책을 세웠다. 매일경제신

문은 200%의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난이 심화된 경

향신문은 11월, 기자를 포함한 1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일부 다

른 언론사들도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를 통한 인원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감봉이나 인력감축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더구

나 인력감축은 눈밖에 난 언론인들을 몰아내고 언론사 노조의 교섭

력을 마비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뿌리가 흔들리는데

가지를 쳐낸다고 거센 바람을 버텨낼 수 있겠는가?

언론의 뿌리부터 고쳐야 한다. 재무구조와 경영구조의 개편이 먼저

요구된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비호 아래 누리던 여러가지 경제적

특혜도 더 이상 없다. 언론시장 개방이 눈 앞에 닥치면서 언론사들

도 이제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경제원칙에 그대로 드러나게 되

었다.

‘언론’이란 사회적 프리미엄도 냉혹한 IMF한파 속에선 유효하지

않다. 살아남으려면 언론상품은 고품질화하되 경영은 합리화해야 한

다. 지금까지와 같은 ‘기형’ 경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IMF한

파를 무풍지대 언론에 불어넣는 개혁의 바람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경숙/언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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