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부작용 논란 일자

사례 모아 부작용 규명 요구

집단 소송에 전수조사 촉구도

면·유기농 제품 찾아도

안전성 기준 높은 제품은

개당 최대 500원 비싸

월경컵·생리팬티 등

대안 월경용품 주목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유해물질이 생리불순 등 여성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란이 일면서 ‘안전한 생리대’를 위해 여성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릴리안’ 생리대 이외 다른 제품 역시 ‘안전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문제가 된 생리대 외에도 유해물질이 검출된 생리대 제조사·제품명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직접 생리대 부작용 피해 사례를 모으고 정부가 생리대 전 제품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집단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모양세다. 특히 생리대에 들어가는 모든 성분을 표시하는 방안과 함께 생리용품(월경용품) 관리 기준을 마련해 보건당국이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깨끗한 나라가 제조하는 릴리안은 2013년 출시돼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한다. 릴리안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지난해부터 인터넷에서 먼저 불거졌다. 이후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 김만구 교수에게 조사를 의뢰한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검사 결과가 발표되자 논란은 더 가중됐다. 이 조사에서 국내 생리대 제품 10종에서 모두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유럽연합이 규정한 생식독성, 피부자극성 물질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대는 해당 업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리고 함께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업체와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5개월이 지나서야 김 교수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개 중 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방출 농도가 가장 높았던 것이 릴리안이라고 공개하면서야 사태는 확산됐다.

 

여성환경연대가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제보 결과와 피해 제보자의 경험을 듣는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환경연대가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제보 결과와 피해 제보자의 경험을 듣는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곧이어 피해 사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성환경연대가 릴리안 제보 사례 3009건을 분석한 결과 85.8%가 월경혈이 줄었다고 답했고, 70.7%는 생리기간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생리통과 질염, 피부질을 겪은 사례도 상당수다. 심각한 것은 시중에 판매 중인 다른 9종의 생리대에서도 모두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릴리안 외에 다른 회사 제품도 공개하라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연대는 “식약처의 전수조사가 착수된 상황이라 정보 공개는 정부 당국에 일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전처도 ‘대리 공개’할 수 없다며 떠넘기고 있다. 식약처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조사하지 않은 내용을 정부가 대신 공개하면 정부가 조사하거나 인정하는 결과라는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밝혀 여성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떠넘기기에 피해를 입는 것은 피해 당사자인 여성들이다.

식약처는 뒤늦게 생리대 896품목 전체에 대해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10종 독성물질 검출 조사를 9월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교수에게 의뢰해 조사한 생리대 시험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약 200종이 검출됐고 이중 최소 20종이 독성이 있는 물질로 알려졌기 때문에 10종의 검출 결과만으로는 한계도 분명하다.

식약처는 곧 독성전문가, 역학조사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유해성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교수가 시행한 생리대 유해물질 시험 결과를 검토하고, 보고서 공개 여부와 공개 수준을 논의하기로 했다. 생리대 전수조사 등 정부의 모든 조치 사항을 보고받고 생리대 불안을 해소할 방안도 제시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리대 화학물질 유해성 검증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평균 13세 때부터 40년간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해야 하는 여성에게 생리대는 기호품이 아닌 필수품이다. ‘살균제 달걀’처럼 안 먹으면 그만인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아직 충분한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안전한 월경용품 찾기에 나선 여성들도 많아지고 있다. 릴리안을 사용하다가 다른 생리대로 갈아탄다고 해서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물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요구하고 있는 시중에 판매 중인 모든 일회용 생리대 전수조사, 생리대에 들어갈 수 있는 합성화학물질의 종류와 양 규제, 모든 성분 표기제를 시행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100%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는 찾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이 일회용 생리대의 대안으로 생리컵(월경컵)과 면생리대, 생리팬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월경컵은 질 안에 삽입해 혈을 받아내는 월경용품으로 체내형 생리대인 탐폰과 일회용 생리대를 주로 사용하던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아직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다보니 직구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생리대와 달리 편하고, 월경통이 줄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칭찬과 함께 진입장벽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질 안에 넣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여러차례 사용해보며 자신의 몸에 맞게 착용하고 빼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도 크다. 학교나 회사에서 사용할 때는 분명히 생리대보다는 불편한 점도 있다.

면생리대도 마찬가지다. 사용한 뒤 휴대도 어렵고 매번 빨아써야 한다는 점도 면생리대를 꺼리는 이유다. 몸에도 좋고 냄새도 나지 않지만 찬물에 담궈 핏물을 뺀 후 애벌빨레를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핏물이 쉽게 빠지지 않고 가끔 삶기도 해야 한다. 최근엔 입는 면생리대라고 불리는 생리팬티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인 ‘Thinx’의 경우, 생리대나 월경컵을 착용하지 않아도 월경기간에 팬티만 입으면 된다고 소개한다. 실제로 사용후기를 보면 입기만 하면 되니 번거롭지 않고 흡수가 잘돼 샐 걱정이 없어 편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매번 손빨래를 해야 하고 월경혈이 묻은 팬티를 다시 입을 때 찝찝하다는 후기도 있었다.

Tip. 어떤 월경용품 고를까 (자료: 여성환경연대)

1) 향료가 들어있는 제품은 피한다

조사 결과 향료가 첨가된 생리대에서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 인공 향에는 알레르기 유발성분, 생식독성 성분, 발암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2) 방수층(필름)이 들어있는 면생리대의 경우 삶아서 사용한다

면 생리대에서 일회용 생리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 그러나 빨아서 재사용하는 면 생리대의 특성에 따라 한번 삶아서 빨았을 경우 이 유해물질이 99% 제거됐다.

3)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이거나 면 생리대를 사용한다

팬티라이너에서도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생리대를 꼭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이거나 면생리대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4)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생각되는 브랜드의 제품은 즉시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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