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대한민국출산지도’ 사이트
지난해 12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대한민국출산지도’ 사이트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 의견 표명 발표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 사업은 출산 책임을 여성에게...

성평등 위배 결과는 성인지적 관점의 결여 때문”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에 여성의 입장 충분히 고려해야

출산 정책 수립·시행 시 성별영향분석평가법 반영해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정부에 출산장려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경우 성평등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해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로 제기된 여성비하 진정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부가 저출산과 인구절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때 성평등 관점을 고려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8월 29일 밝혔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현행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시행령'을 개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저출산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민간 참여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인권위는 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성별균형을 맞추는 등 저출산 관련 정책 추진 시 성평등 관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대한민국출산지도’ 사이트의 경우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로 보는 반인권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폐쇄됐다. 지난 2월에는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여성의 고스펙 때문’이라고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는 출산 관련 정보 제공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임신·양육하는 여성을 차별하고 양육책임을 여성에게 전담시키는 등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제반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출산지도를 통해 지자체별 가임여성 수치 통계를 보여주고 지자체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출산율을 올리고자 한 바 있으나, 출산율은 정부가 목표치를 정해 독려한다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면서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 사업이 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식의 접근방식으로 성평등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성인지적 관점의 결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산지도와 같이 여성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 시책을 시행함에 있어 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평가하여 정책을 추진하였다면 위와 같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수 있다”면서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여성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일자리 창출 정책 등에서 여성고용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는 성평등적 정책으로 재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권위는 법률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법령·계획·사업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특성과 사회, 경제적 격차 등의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함으로써 정부 정책이 성평등의 실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1년에 제정된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을 제시하며 ”출산지도 사업을 포함하여 출산 관련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경우에도 해당 법률의 취지를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행정안전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이 출산 관련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경우, 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평가해 정책이 성평등에 위배되지 않고 성평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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