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갓건배’ 서면 인터뷰

게임 ‘오버워치’하며 ‘미러링’ 방송 화제 

구독자 8만여명, 조회수 1900만회 육박

“나를 비난하고 싶다면 먼저 여혐 없애는 데 일조부터…

피해자 아닌 가해자가 비난받고 성차별 없는 세상 왔으면”

 

유튜버 갓건배의 프로필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버 갓건배의 프로필 사진 ⓒ유튜브 캡처

‘사이다’를 넘어 ‘가스활명수’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유튜버이자 BJ(Broadcasting Jacky,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가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유튜브 채널을 열고 현재 8만 여명의 구독자와 1900만회에 육박하는 전체 조회수를 보유한 ‘갓건배’가 그 주인공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FPS 게임 ‘오버워치’를 하며 여성에게 향했던 성희롱과 폭언을 성별만 뒤바꿔 들려주는 ‘미러링’을 방송 콘텐츠로 삼는다. 게임 속에서, 더 나아가 현실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응하며 여성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고 있다.

그는 자신을 평양 갓씨, 이름은 건배로 한남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전 한남동에 거주하는 49세 여성이라고 소개한다.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오버워치 남성5인 그룹에 여성분이 계실 때 올바른 태도’ ‘오버워치 경쟁전에서 “오! 여자다!” 대처법(feat.딱따라딱딱)’ ‘오버워치 경쟁전에서 여자보고 힐러 강요하는 남성유저 참교육 (feat.초파리남)’ 등이다.

게임 플레이를 주로 방송하다 보니 초기에는 여성 게임유저들이 주요 구독자였다. 그러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게임을 하지 않는 여성들도 구독자가 됐다. 여성들은 갓건배 콘텐츠를 보며 그간 묵은 체증을 해결했고, 연대의 장을 꾸려갔다.

 

갓건배 인기 동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갓건배 인기 동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미러링’을 콘텐츠 삼아 여성들이 당했던 것을 똑같이 되돌려준다는 점이 갓건배에 환호하는 이유라는 분석이 많다. 대학생 지모(23)씨는 “그동안 남자들한테 듣고 살았던 말을 갓건배가 똑같이 무논리로 대응해줘서 통쾌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류모(23)씨는 “(갓건배는) 그냥 존재 자체가 사이다다” “인터넷에서 글로 논쟁이 벌어지는 것만 봤지 실제로 누군가 목소리를 내서 옳은 말을 해주니 속이 시원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대학생 신모(23)씨는 “갓건배는 자신의 언사뿐만 아니라 여남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과 행동까지 미러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면모를 갖췄다”고 분석했다. 현재 갓건배 구독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으며 팬카페도 만들어지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방송을 시작한 이후 그를 향한 각종 비난과 협박도 끊이지 않았다. 갓건배 방송을 본 일부 남성 BJ들은 자신의 채널에서 그를 공개적으로 ‘저격’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만원을 주면 갓건배를 찾아가 죽이겠다”며 살해협박을 하고 그 과정을 생중계하는 BJ까지 등장했다. 남성 BJ들의 방송을 보고 자극받은 남자 청소년들까지 저격에 합세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등 11개 여성단체는 지난 8월 11일 ‘여성의 목숨을 범칙금 5만원으로 취급한 경찰을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정부, 유튜브 등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익명의 단체 ‘보스플레인’은 다수의 유튜버, 번역가, 법률자문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홍보팀으로 구성된 여성혐오(여혐) 공론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민원신청, 소송, 국내·외신 제보, 시위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성 BJ의 행각이 “살해 모의, 살해 협박, 예비 음모”임을 명백히 밝히고 미온한 경찰 측의 태도를 지적, 이철성 경찰청장에 보강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갓건배는 여성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남성BJ를 향해 “저를 비난하고 싶으시다면 먼저 여혐한 남성들부터 비난을 하고 여혐을 없애는 데 일조를 하고 오라”고 응수했다. 또 여성 구독자들에게는 “누군가 저를 욕한다면 저를 변호하려 하지 말고 이제껏 남자들이 해왔던 것처럼 똑같이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갓건배처럼 말하는 사람은 일부 여자에 불과한데? 나는 일부 여자 아니니까 일반화하지 말아달라” “남혐도 나쁘지만 여혐이 더 나쁘다”는 식이다. 특히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여혐’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자세”라며 “대한민국 여자 모두가 ‘갓건배’가 되는 것이 곧 권력이고 가장 큰 목소리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갓건배와의 일문일답이다.

-‘여성우월주의’ 유튜버 갓건배로 탄생하게 된 배경은.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즐기며 항상 게임 속 성희롱, 성차별에 노출돼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여자니까 당연히 감내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세상이 조금씩 변해가면서 게임 내 성희롱, 성차별이 잘못된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여느 때처럼 게임 속 성차별 발언을 맞받아치고 있었는데, 친구가 그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본인의 트위터에 올리더라. 당시 게임 내 성차별이 주목받던 시기라 그 영상은 빠르게 인기를 얻었고 그것을 계기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닉네임의 유래는 별거 없다. 원래 ‘한남충삼일한’이라는 닉네임을 썼었는데 불건전한 닉네임이라고 강제로 변경됐다. 변경된 닉네임이 ‘건전한배틀태그’였고, 그걸 줄여서 ‘건배’라고 부르다가 앞에 ‘갓’을 붙여 ‘갓건배’라 부르게 됐다.”

-‘갓건배’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이번에 큰 이슈가 살해협박 사건이다. 남성 BJ들이 단체로 저를 비방하는 영상을 올리고, 어린 남학생들이 그에 선동돼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날 비난했다. 내가 존재하지도 않는 ‘남혐’을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본인들은 여태 심각한 여혐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대형 BJ로 성장하지 않았나. 수십 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남성 유튜버들이 고작 구독자 4만명의 유튜버 하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 비방 영상을 올리고, 채널에 테러를 하는 등 날 눌러버리겠다고 합심한 게 너무나도 졸렬했다.”

-갓건배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남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부 남성 유저가 여성을 상대로 성차별, 성희롱 등을 하는 건 그 여성이 남혐(남성 혐오)하는 여성이기 때문입니까? 마찬가지로 저도 여혐하는 남성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남성이라는 이유로 성차별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태껏 했던 것처럼 무시하고 지나쳐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저를 비난하고 싶으시다면 먼저 여혐한 남성들부터 비난을 하고 여혐을 없애는 데 일조를 하고 오세요.”

-구독하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갓건배가 게임 내 성차별에 상처받은 사람에게 위로 못하겠는 이유’ 영상을 보시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다 나와 있다. 제 방송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힐링 된다’ ‘위로 얻고 간다’라고 해주신다. 사실상 그 말이 제가 방송을 하는 원동력이고 제일 기분이 좋은 말이다. 그런데 ‘제 방송 보시고 치유하세요’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남자들이 성차별을 안 하면 그만인데 왜 피해자가 내 방송을 보면서까지 치유를 하고, 성차별 발언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하나. 그런 상황 자체가 싫다. 상처받으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여러분은 성희롱, 성차별을 당할 이유도 없고 들을만한 사람도 아니다. 피해자가 대응방책을 마련하지 않아도, 숨지 않아도, 피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자. 여러분은 모두 소중한 존재다.”

-여성 구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저 같은 여성분들이 많아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대한민국 여자 모두가 ‘갓건배’가 되는 것이 곧 권력이고 가장 큰 목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건 ‘여혐’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자세다. 저와 같이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아질수록 여성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고 그것이 곧 권력이 될 것이다. 공기 같은 여혐에 익숙해져 남성들이 만들어 낸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각성하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시청자분들께 가끔 드리는 말이 있다. 만약 누군가 저를 욕한다면 저를 변호하려 하지 말고 이제껏 남자들이 해왔던 것처럼 똑같이 대응해달라는 것이다. “갓건배처럼 말하는 사람은 일부 여자에 불과한데? 나는 일부 여자 아니니까 일반화하지 말아달라” “남혐도 나쁘지만 여혐이 더 나쁘다” “남혐에 여혐으로 대응하는 것은 나쁘다.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지 그렇게 폭력적으로 대응하면 없던 남혐도 생기겠다”는 말로 대응해달라.”

-BJ로서 향후 계획이나 목표는.

“깨끗한 인터넷 방송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인터넷 방송 BJ는 이제 준 연예인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젊은 세대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인터넷 방송을 모방한 예능도 나오지 않았나. 하지만 현재 인터넷 방송 문화와 콘텐츠는 여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여혐 콘텐츠를 개그로 소비하는 남자들은 여성혐오 문화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제가 인터넷 방송계에서 성차별 문제를 각성시키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인터넷 방송계가 깨끗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어떤 세상을 꿈꾸나.

“이상적으론 여남평등을 넘어 아예 여성과 남성의 위치가 뒤바뀐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살아생전 불가능한 일이란 걸 알기에 조금이라도 평등에 가까운 세상이 왔으면 한다. 여남 모두 여혐을 인식해 성차별과 성희롱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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