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밝힌 초등학교 교사들이 혐오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초등성평등연구회의 서한솔 교사가 지난 18일 트위터에 쓴 글을 본인 동의하에 소개합니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글에 대한 의견은 saltnpepa@womennews.co.kr 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페미니즘 동아리와 학교를 향한 조직적인 민원 공격이 쏟아진 뒤, 거절하고 미루던 인터뷰를 닥치는 대로 했다. 방학 중 단 하루도 쉰 날이 없었다. 그러나 여성 기자분들이 인터뷰 후 주저하며 ‘이름 공개를 허락해 달라’고 부탁하실 때, ‘사진 촬영은 역시 안 되겠지요?’라고 물으실 때, 기사가 나가기 전날 ‘혹시나 개인정보가 있는 SNS는 조심하셔야 할 것 같다’고 염려해 주실 때, 그때마다 인터뷰에 나선 나의 용기에 대한 자랑스러움보다 끝없는 참담함을 느꼈다.

내가 한 교육은 공교육 교육과정에 이미 포함된 정당한 교육목표다. 나와 아이들이 얼마나 잘 해냈는지, 얼마나 즐겁게 실패했는지 안다. 그러나 애써 연구해 이뤄낸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공유하는 자리에서조차 왜 나는 이토록 전전긍긍하며 스스로를 숨겨야 하는가? 누군가를 살해 협박한 남성 유튜버의 얼굴과 주소가 버젓이 인터넷에 공개되는데, 공교육에서 자랑할 만한 교사인 나는 왜 함께하는 동료의 목숨을 걱정해야 하고, 나 자신의 신변을 걱정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임용고시를 통과한 순간 나라에서 우리에게 보장해준 수업권조차 보호받지 못한 채 스스로의 모든 걸 걸고 쟁취해야 하는가? 연대와 지지의 마음은 왜 이렇게도 소득 없이 손쉽게 식어버리는가? 고통을 감당하는 이는 여전히 남아있는데.

‘못 버틸 지경이다’ 느낄 즈음, 우리 연구회의 한 회원이 연락 없이 모임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분이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개인적으로 찾아와 해준 이야기에서 나와 꼭 닮은 불안을 봤다. 그분은 가장 가까운 관계였던 연인에게 거부당하고 신변의 안전을 위해 입을 다물었으며, 입을 다문 것 때문에 죄책감으로 고통받았다고 했다. 우리는 그만두기 전엔 옮길 수도 없는 우리의 직장 위치와 전화번호를 인터넷으로 얼마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지를, 학부모라고 우기면 신원확인 절차조차 없이 끝끝내 모든 모욕적인 말을 응대해야 하는 현실을, 그리고 아이들이 돌아간 뒤 우리가 긴긴 시간을 홀로 보내는 교실이 알량한 구식 미닫이문 하나로 보호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경력이 짧은 여교사는 늘 학교에 가장 늦게까지 남는 사람이며, 이걸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누군가가 실현하려 들까 무섭고 두렵다고 이야기했다. 그분은 ‘짐을 떠맡기고 잠수해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정말이지 그분의 사과만큼은 받고 싶지 않다. 

나는 이전의 여성들이 그러했듯이 이 짐을 감당할 것이다. 그러나 내 인생은 교사됨으로만 이뤄지지 않기에, 내 개인의 모든 걸 내놓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우리에게는 “성과를 낼 때까지 멈추지 않는” 연대와 지지가 절실하다. 여러분의 도움을 요청한다.

 

1. A4 용지에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 를 손글씨로 쓰거나, 인쇄해 사진을 찍어 연대해주시길 바란다. 동료분들은 ‘내가 바로 페미니스트 교사다’라는 문장을 써 주셔도 좋겠다. 8월 26일 토요일 11시에 온라인에 동시에 업로드해 주시면 된다. 

 

2. 네이버에 스쿨톡 폐쇄와 관련 검색어 삭제를 요구하는 메일을 보내고 인증해 달라. 네이버는 교사를 인질삼아 스쿨톡 트래픽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학교 공동체가 겪는 극심한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네티즌들의 문제 제기에 ‘학교에서 문제 제기하면 스쿨톡을 폐쇄하겠다’고 답변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 학교 측에서는 이미 한참 전에 폐쇄 요청을 했으나 무시당했다.

3. 교육부에 민원과 멘션을 보내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해 달라. 성평등 의식은 민주 시민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고, 교육 과정에 명시된 교육목표다. 교사의 수업권을 교육부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어느 교사가 수업 혁신에 도전하고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헌신하겠는가.

4.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성평등 교육에 대한 견해를 묻고, 그 결과를 트위터에 공유해주길 바란다. 성교육 표준안 분석 작업을 위해 지도서를 세 달 가까이 찾아 헤매다 국회의원 덕에 얻은 적이 있다. 그걸 가르치는 당사자인 내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분석해보겠다고 할 때는 누구도 내어주지 않았다. 어처구니없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5. 성과가 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 연대를 요청한다. 이번이 망해도 또 기회가 있으리라는 걸 나보다 어린 페미니스트들을 보며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초등교육은 좀 잘 한다. 우리를 믿고 지지해주길 요청하는 이유다. 온라인에선 이미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됐다.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교사가 필요하고, 나와 다른 교사들에게는 여러분의 연대와 지지가 간절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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