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수석비서관들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인사검증 책임이 있는 조국 민정수석은 출석하지 않았다. 조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비서실장이 당일 운영위원회 참석으로 부재 중인 상황”이라며 “업무적 특성을 고려해 부득이 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불출석 사유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다. 국회가 출석을 요구하면 예외 없이 누구도 참석해야 한다.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 호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청와대 민정수석 국회 불출석은 잘못된 관행으로 청산돼야 한다. 현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이런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평상시 같으면 민정수석이 못 나온 이유가 민감한 사항 때문이었는데 집권 초 그런 문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불참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도 “민정수석 불출석에 대해 관례에 따라 양해해달라고 했는데 여당이 야당이었을 때 우병우 수석 불출석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되새겼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모두 옳은 지적이다. 여하튼 인사뿐만 아니라 국회 출석에서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판을 쳐서는 안 된다.

야당 의원들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상대로 새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지적하는 질문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약속한 이른바 ‘5대 인사 배제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강노 높은 추궁이 있었다. 특히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과 관련해 “누가 추천을 한 것이냐, 국민 여론이 나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나”라고 비판했다. 임 실장은 “국민 눈높이 못맞춰 자성한다”고 밝혔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사퇴를 놓고 야당의 공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임 실장은 “인사는 항상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라면서 “대통령 인사권이 존중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나홀로 수첩 인사’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잠재기기 위해 청와대는 늘 이런 논리로 대응했다. 물론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잘못된 인사에 대해서는 통용될 수 없다. 인사 참사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 여하튼 탁 행정관의 진퇴 여부와 관련해 청와대는 교체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약속한대로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서 탁현민 행정관 경질에 대해 구두로 의견을 전달했으나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이 좀 무력하다”고 고백했다. 정 장관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직 장관이 국회에서 무력하다고 고백한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들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에 빠졌고, 내각 중심이 아니라 청와대 중심의 정치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북 치고 장구 치면 장관들이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무조건 순응하며 따라가면 무슨 ‘나라다운 나라’가 만들어지겠는가. 이것은 이 정부가 부르짖고 있는 적폐 청산의 대상일 뿐이다. 청와대가 탁 행정관을 감싸면 감쌀수록 정부에게는 악재가 될 것이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기획했다는 대통령의 대국민 보고대회는 그들만의 잔치, 예능쇼와 다름없는 천박한 오락프로그램”이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탁현민’이 ‘탁순실’로 바뀌는 순간 이 정부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탁 행정관을 조속히 경질해서 양성평등 대통령의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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