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어머니·현모양처 공존 위한 여성통제의 결과

 

수영복을 가져온 아이들은 풀에서 놀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동들을 풀 밖에서 따로 놀아야 한다.
수영복을 가져온 아이들은 풀에서 놀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동들을 풀 밖에서 따로 놀아야 한다.

 

어린이의 입장에서 탁아소를 공동놀이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민간탁아소에서 맨발에 자유복장으로 흙장난을 하며 놀고 있다.
어린이의 입장에서 탁아소를 공동놀이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민간탁아소에서 맨발에 자유복장으로 흙장난을 하며 놀고 있다.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한 민간탁아소 아동들이 수영장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다. 자유주의적 해방교육을 하는 곳답게 수영복보다는 그냥 팬티를 입혔거나 벌거벗은 아이도 보인다.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한 민간탁아소 아동들이 수영장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다. 자유주의적 해방교육을 하는 곳답게 수영복보다는 그냥 팬티를 입혔거나 벌거벗은 아이도 보인다.

 

양말에 실내화, 체육복을 착용한 채로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4~5세의 아동들. 공립탁아소는 거의 모두 제복을 입혀 자로 잰듯한 규율과 엄격한 프로그램에 맞춰 관리보육을 실시한다.
양말에 실내화, 체육복을 착용한 채로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4~5세의 아동들. 공립탁아소는 거의 모두 제복을 입혀 자로 잰듯한 규율과 엄격한 프로그램에 맞춰 관리보육을 실시한다.

 

커다란 컵처럼 생긴 변기에 앉아 ‘응가’하고 있는 1~2세 아동중 한 아이의 표정이 힘겹다. 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흘러나오는 시그널 음악에 맞춰 일렬로 변기가 놓인 곳에 와서 오줌·똥을 가리고 다시 줄맞춰 손을 씻고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한다.
커다란 컵처럼 생긴 변기에 앉아 ‘응가’하고 있는 1~2세 아동중 한 아이의 표정이 힘겹다. 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흘러나오는 시그널 음악에 맞춰 일렬로 변기가 놓인 곳에 와서 오줌·똥을 가리고 다시 줄맞춰 손을 씻고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한다.

지난 12일 또하나 문화 행사로 〈일본의 여성노동시장 변화와 탁아소제도의 진화>를 주제로 한 5월 월례논단이 이대 진관홀에서 있었다.

멀고도 가까운 일본의 탁아소제도를 살펴본 이날 논단의 핵심적 내용을 발췌 요약해 싣는다. 이 내용은 현재 미국 일리노이대 동양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정병호(인류학) 씨가 2년간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의 탁아를 연구한 것으로 탁아가 일방적인 국가의 통제영역에 놓일 경우에 초래될 위험성 등을 지적하면서 일본 탁아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제공한다. 정병호 씨는 우리사회에서도 재현될 또하나의 획일화된 제도로서의 탁아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의 실험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편집자주-

 

유럽형 탁아와 미국형 탁아

탁아운영의 큰 흐름은 민주사회주의식 유럽형과 미국형 탁아로 구분된다. 유럽형의 경우 국가가 주민운동의 압력과 사회적 필요성을 고려, 사회화과정을 책임진 공적 형태라면 미국식 탁아는 자유방임적 운영으로 상업화의 위험과 탁아소 발달이 뒤늦은 점 등 많은 모순을 안고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탁아란 어느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 운영돼든 교육의 영역이 강력한 국가통제를 받는 것처럼 또 다른 ‘통제의 장’이 될 수 있는 큰 위험을 안고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다양한 그룹의 관심과 참여없이 단순히 탁아를 국가의 책임으로 돌릴 경우 자본주의하에서의 탁아란 포용력이 더 큰 범위에서의 획일화가 0~5세의 아이들에게 뒤집어 씌워질 수 있다.

탁아소의 급팽창기를 맞고 있는 우리는 유럽형의 모델을 따르면서도 자본측의 여건에 맞게 탁아제도를 확립한 일본의 경우에서 이 점들을 주의깊게 살피고 준비해야 한다.

일본에는 현재 일하는 여성과 핵가족의 비율이 훨씬 높은 미국 보다 2배나 많은 2만3천 여개의 탁아소(공립을 제외한 무인가, 비영리 민간탁아소는 2천5백개)가 있다. 일본이 지난 20년간 어떻게 이렇게 빠른 탁아제도를 발달시켰는가는 두가지 측면에서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하니는 일본 학교제도의 절대적 권위, 즉 기관에의 맹목적 신뢰가 영향을 끼쳤으며 다른 하니는 55~64년 동안 노동시장 내 여성노동력의 임노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저임·미숙련 노동에의 필요를 ‘파트타임 어머니 노동자’로 충족시켜 나간데서 찾아진다.

정부지원 80% 차등보육료 실시

1억2천만의 인구를 지닌 거대한 일본사회와 일본 탁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하나로 보여지는 상의 이면에 깔려있는 숱한 계급적 이해충돌과 각 현마다 지역적 역사적으로 지니는 특수성 그리고 소집단마다 상당히 다른 가치관·인간관·교육방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일본의 탁아소는 2만3천여개 각각이 다 다르다고 할 정도로 집단과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특히 탁아라는 장에서 만큼 지배집단과 피지배집단인 주민간의 투쟁의 역학이 절실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다.

55~70년까지 15년간 탁아운동가의 맹활약은 일본정부가 기존의 탁아소 규모를 키우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게 함으로써 65년부터는 정부지원의 80%를 따내기도 했다.

어쨌든 일본 탁아운동가들의 활약으로 얻은 가장 큰 성과의 하나는 ‘차등보육료제도’. 이는 부모들이 탁아 보육료를 자기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각 구청에 납부하게 하는 것으로 아이들 교육상은 물론 부모의 경제력에 대한 보완책으로 아주 긍정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보육운동 성과의 또 다른 실례는 ‘보모를 누가 하느냐’의 문제이다. 진보적인 일부지역의 민간탁아에는 경험이 많은 어머니 보모들이 탁아를 맡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미혼의 젊은 보모들이 탁아소 운영문제로 자주 교체되기도 한다.

관리보육과 자연주의 보육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일본의 탁아소는 천양지차를 보인다. 대체로 국가가 지원, 1백여명 규모로 관리보육을 하는 ‘공영탁아’와 절 등 사찰이나 민간이 운영하는 ‘민간탁아’와 ‘무인가 탁아’로 나눠 볼 수 있다.

관리보육을 하는 공영탁아는 대부분 어린 아이들에게 양말 실내화 제복을 착용케 하고 시간 대별로 질서 정연한 프로그램을 짜 엄격한 생활 리듬에 맞춰 생활하게 한다.

국가의 지원으로 보통 대형탁아로 이뤄지는 관리보육형 공립 탁아는 국민학교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손가락으로 지시한다’는 관리 보육과는 달리 실시되는 무인가, 비영리탁아소의 교육방법은 ‘자연주의적 해방보육’으로 지칭된다.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탁아소를 공동놀이의 장으로 만들어 그 안에서 먹고 생활하게 한다. 이 보육은 보다 인간적인 교육방법으로 가능하면 일정한 틀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

 현재 일본 탁아는 보수화 경향으로 흘러 정부의 지원이 줄고 낮은 출산으로 탁아소가 예전처럼 증가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공립탁아의 경우 지나친 ‘관료화’로 탁아소간 횡적 교류조차 없어 어떤 보육을 하는지 조차 서로 모르거나 사립탁아소는 ‘상업 화’의 큰 위험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강의∙정병호 일리노이대 동양학연구소

정리∙박혜숙 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