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성교육 절실

여학생 ‘성적희롱’ ‘특별한 관심과 애정’ 분별력없어

청소년도 성적존재 인정 성욕구 탐색하는 힘 키워줘야

“선생님이 손을 잡거나 귓불을 만지거나 허벅지를 쓰다듬는 경우까지 있는데, 거의 모든 여학생들이 이러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담임선생님에게 말했지만 ‘선생님이 너희들을 딸처럼 귀여워해서 그런 거니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지난 17일 한국여성학회(회장 조무석)가 개최한 심포지엄 ‘성교육 그 쟁점과 실천’에서 발표된 사례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교사의 성적 체벌,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발표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토론자로 함께 자리한 청소년들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학교 성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현미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우선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성적 체벌과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 등의 문제가 공공연한 비밀로 회자되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아무런 제도적 조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또 “성적 체벌 문제는 남·여학생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이라며 교육 현장에서 훈육과 지도라는 명목으로 사용되고 있는 성적 체벌에 대해 매일 마주쳐야 하는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는 불가능하고, 더욱이 여학생은 남성 교사가 행하는 ‘성적 희롱’과 ‘특별한 관심과 애정’ 사이를 분별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특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를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고, 학생들이 이런 일을 당할 경우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학교 성교육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연희 교사(한세전산고등학교)는 “현 성교육이 학생들이 요구하는 속도와 내용을 따라가지 못해 미흡하다”면서 “예방차원의 성교육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각자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인성교육 차원에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과과정에 성교육 시간을 확보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남승희 교육인적자원부 여성정책담당관은 성교육 관련 정부 정책을 설명하며 “피임·순결 교육이 아닌 양성평등교육이 성교육의 기본방침이 돼야 한다”면서 “문화, 의식 등 사회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 쪽의 성우월주의에서 비롯한 성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권수현 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연구부장은 “성교육의 주인공은 청소년이지 기성세대가 아니”라고 전제한 뒤 한 가지 정답만을 강요하지 말고 청소년도 성적 존재임을 인정하는 동시에 성적 욕구를 탐색하는 힘을 길러주는 가운데 상대방을 배려하는 역량을 키워주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나온 문지원 학생과 김희옥 하자센터 스텝은 “어른 눈에 맞춘 성교육뿐 아니라 성역할을 강요하는 교육방식도 문제”라며 학교 사이트 등을 활용하여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청소년의 고민과 불만을 알고 생물학적 성에 한정된 교육이 아닌 성의식을 바로 심어줄 수 있는 사회문화적 성교육을 주문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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