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 75% 이상이 아는 사람

지도층·직장상사 성폭력도 심각한 수준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에는 총 2,873건의 상담이 접수되었으며 이 가운데 80.37%인 2,309건이 성폭력 피해상담이었다. 전체 상담 중 성폭력 피해 상담자의 연령별 비율은 성인이 57.60%, 미성년 피해가 36.42%(청소년 17.41%, 어린이 12.95%, 유아 6.06%)를 차지했다.

지난 19일 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2000년도 상담현황’에 드러난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보면 아는 사람이 75.75%, 모르는 사람이 17.50%, 미상이 5.72%로, 대부분의 피해가 가까운 사람에 의해 일어났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가까운 사람인 경우 알게 된 경로가 직장 31.28%, 친족 14.29%, 데이트 상대 9.95%, 학교·학원 9.50% 순이었다.

한편 분석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은 사회지도층 성폭력의 심각성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지도층 성폭력은 총 254건. 이는 전체 상담 가운데 11%를 차지하는 수치다. 가해자를 직업별로 살펴보면 기업인 39.76%, 교육자 27.95% 순이었는데 특히 직장내 상사-부하관계가 51.97%를 차지하여 위계, 권력관계가 성폭력에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봤을 때 직장내 성폭력의 비중이 31.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성인 피해 성희롱 상담 278건 중 78.78%인 219건이 직장내 관계에서 발생했다.

또한 피해유형별로 보면 성희롱이 40.40%로 가장 많았고, 성추행 26.33%, 강간 22.85%, 강간미수 4.75% 순이었다. 성폭력 피해가 성희롱에서 강간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됨을 감안할 때 현재 우리나라 직장여성들은 심각한 성폭력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장내 성폭력 예방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소율은 9.96%로 99년의 12.71%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성폭력특별법, 남녀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율이 낮은 것은 제도를 시행하는 경찰, 검찰 등 사법처리 관계자들과 사회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피해자들이 고소를 결정하기는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폭력상담소측은 “피해자가 비공개로 자유롭고 신속하게 수사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소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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