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골목은 네트워크, 골목디자인으로 만들다
[세상읽기] 골목은 네트워크, 골목디자인으로 만들다
  • 장병인
  • 승인 2017.08.22 08:26
  • 수정 2021-01-05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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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골목 가치

발굴하면 벽화 없이도

‘골목’ 살릴 수 있어

 

 

북촌과 서촌은 낡은 듯 어수룩한 골목 정취와 전문가들의 손길이 닿은 트렌디한 감각이 어우러진 서울의 대표 브랜드다. 사람 사는 곳은 저마다의 색깔로 골목 풍경을 만들고 있다. 외국여행길에 시장과 골목을 찾는 이유는 도시 공간의 특징을 선명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유럽이라도 나라마다 도시마다 골목의 색깔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다. 유럽에 엽서사진처럼 아름다운 골목이 있다면 일본의 골목길들은 우리의 골목과 닮은 듯 다른 듯 고즈넉한 풍경에서 오는 친근함이 있다.

 

우리의 골목은 어떠한가. 골목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였고 동네 사람들의 모든 소식을 공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커뮤니티공간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골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질구질 하다는 이유로 골목과 동네는 사라졌고 수직 건물들이 그 자리를 메워 섰다. 도시는 깨끗해졌고 매끈해졌다.

홍대 앞에서부터 서교동, 합정동, 연남동, 망원동으로 뻗어가고 있는 골목길의 풍경은 구질구질하지도, 삭막하지도 않다. 봄이면 줄장미가 담으로 흘러내리고 아기자기한 화분들이 골목을 장식하고 있다. 감각적인 상점들이 골목골목 들어서며 구경꾼들로 북적인다. 사람들 흐름의 중심에는 골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의 가치는 골목의 가치와 비례하고 있다.

여름 무렵부터 서울의 변두리 지역인 금천구 독산4동의 마을재생에 디자인컨설팅을 하게 됐다. 금천구는 홍대 앞처럼 사람들을 잡아끄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지역이 아니다. 억지스런 모양새를 만들어 사람을 모으려는 전략보다 따뜻하고 사랑스런 동네,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동네를 위해 비우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사람이 머무르는 동네와 골목길을 만들면 어떨까 한다.

낡은 담벼락에 어울리는 것은 페인트 칠이 아니라 빨간 줄장미 꽃이고 늘어진 아이비의 초록 잎사귀는 콘크리트와 딱 궁합이 맞는 색이다. 내 땅과 네 땅을 구분하는 것은 콘크리트 벽이 아니라 풍성한 나무 한그루나 몇 개의 화분으로 구분해 놓으면 보기도 좋고 기분도 좋아진다. 비우면 채워진다 했던가. 골목의 골칫거리인 낡은 의류수거함을 치우고 그 자리엔 초록 식물로 대치하거나 깨끗하게 비워 놓았다.

자동차는 어느 지역이나 큰 고민인데 자동차 다니기 좋게 자동차 길을 넓혀놓고는 차가 많이 다닌다고 고민을 하고 있다. 통행량이 많은 것은 차가 다니기 좋게 만든 게 원인이다. 차를 줄이려면 차가 다니기 불편하게 만들면 된다. 바닥을 블럭으로 만들면 차량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차로를 줄이거나 바꿔놓으면 통행량은 줄이고 사람의 보행권은 확보된다. 차량 우선에서 보행자 우선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차량 통행의 문제는 차가 다니기 불편한 시스템을 만들어 핵심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다.

이제 골목의 프레임을 바꿀 때가 됐다. 골목은 네트워크다. ‘낡고 오래된 허름한 담과 담 사이’에서 앞집과 뒷집을 연결해주고 앞집사람과 뒷집사람을 이어주는 공간네트워크. 공간과 골목의 가치를 발굴하면 더 이상 알록달록 채색된 벽화로 벽을 치장하지 않아도 된다. 지역의 정체성에 따라 저마다 어울리는 콘셉트의 골목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머지않아 골목디자인으로 잃어버렸던 우리의 골목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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