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성폭력 피해는 교통사고 피해와 다른가요?
[여성논단] 성폭력 피해는 교통사고 피해와 다른가요?
  •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
  • 승인 2017.08.22 08:16
  • 수정 2017-08-24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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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율 높은 성폭력범죄

피해자 향한 편견이 원인


 

 

성폭력범죄는 형사범죄다, 성폭력피해자는 범죄 피해자다. 그런데 우리는 교통사고나 살인사건과는 다르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시선을 보인다. ‘여자가 밤늦게 다니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라며 피해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난하고, ‘뭐가 자랑이라고 떠들고 다니지’라며 피해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피해자의 마음속 의도를 의심하기도 한다.

내 딸이 성폭력 피해자였을 때는 아픔을 잊고 건강히 성장해 행복한 결혼생활 하기를 바라면서 정작 내 며느릿감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머리를 싸매고 자식 결혼을 반대한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이중적 시선이자 모순된 시선이다.

성폭력 피해 입은 거 맞아? 겉으로 봐서는 멀쩡하던데 도대체 무슨 피해를 입었다는 거야? 진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면 저렇게 웃으며 생활할 수 있겠어? 라며 성폭력피해자‘상’에 대한 선입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성폭력범죄의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다. 피해자의 자유로운 성적의사 결정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한 처벌이다. 성적자기 결정권은 의사표시의 형태로 표현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것인지 우리들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 겉으로 봐서는 멀쩡한데 무슨 피해를 입었다는 거야? 라고 이야기하며 성폭력피해자가 진성 피해자인지 의심하는 눈초리로 살펴보곤 하는데, 성폭력의 피해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성폭력 피해자가 그런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게, 온전히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웃어서는 안 되고, 자신이 피해 입은 것을 말해서도 안 되고, 피해를 온전히 공감받기 위해서는 성적 자기결정권만 침해되어서는 안 되고 성폭력을 당하는 과정에 피가 철철 나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시퍼렇게 멍이 들어야만 한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우리들의 편견, 이중적 시선, 모순된 피해자‘상’ 요구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피해를 드러내는 순간 가해자는 명예를 훼손당한 사람이 되어 동정의 대상이 되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가정 혹은 인생을 망친 야박하거나 까다로운 혹은 내심의 의도가 불순한 사람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은 다른 형사범죄에 비해 유독 암수율이 높다. 즉 실제 범죄피해를 입었으나,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는 비율이 매우 높다. 그와 같은 현상은 곧 우리가 성폭력범죄 및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갖고 있는 오래되고 막연한, 다분히 폭력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성폭력 피해자도 범죄 행위의 피해자이고 보호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이야기할 때는 하지 않는 말을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호소를 했을 때는 하고 한다. ‘뭐가 자랑이라고 성폭력 피해 입은 사실을 떠들고 다니지?’라고 말이다. 교통사고 피해는 말해도 되고, 성폭력 피해는 말해서는 안되는 피해인가?

우리가 폭력의 피해자에 대해 갖고 있는 이중적 시선, 편견이 결국 성폭력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이다. 성폭력범죄 및 그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에 우리 모두 함께 해야 한다. 성폭력범죄도 교통사고, 살인사건과 마찬가지의 형사범죄로 인식될 때,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위축되고,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피해자로 공감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그 때가 되면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세상에 말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무엇인지에 대해 피해자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공감해야 한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한다. 폭력의 피해자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야 한다. 내 딸이 성폭력 피해자인 경우와 내 며느릿감이 성폭력 피해자인 경우 그 인식이 달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지에 따라 피해자가 겪는 고통의 무게가 달라진다. 폭력피해자가 가족, 이웃, 사회, 국가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주변의 공감과 지지로 상처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그 첫 단추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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