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전문서점을 세우고 싶어요
어린이 전문서점을 세우고 싶어요
  • 김효선 기자
  • 승인 2017.08.21 15:32
  • 수정 2017-08-21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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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어린이> 발행하는 주부 추조자 씨

 

먼지나는 재생종이에 만화와 연예인 얘기로 가득 채워진 어린이 잡지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어요?
먼지나는 재생종이에 만화와 연예인 얘기로 가득 채워진 어린이 잡지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어요?

50대의 평범한 주부가 고급스런 어린이 잡지를 조용히 발행해 눈길을 끈다.

딸 여섯의 어머니인 추조자 (51세) 씨는 뜻을 함께 하는 어머니 후원자들의 도움을 얻어 <계간 어린이>라는 잡지를 2년째 발행해오고 있다.

고급 아트지에 칼라 인쇄, 엄선된 동화작가의 작품, 차분한 기획이 눈길을 끌면서도 광고가 전혀 없는 <계간 어린이>는 첫눈에 매우 고급스런 잡지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 책이 자라난 배경은 그다지 넉넉지 못하다. 흔히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난이 어울리듯 <계간 어린이>는 추조자 씨를 비롯한 몇 명의 후원자들의 무조건적인 지원속에서 힘겹게 운영되고 있는 ‘가난한 책’이다.

“아는 엄마 중 한 분이 이 책 낸다는 소식을 듣더니 자기 집에서 제지소를 한다며 고급 아트지를 모조지보다 싼 값에 제공해 주셨어요. 또 인쇄는 제 동생이 운영하는 인쇄소에서 실비로 하고 있지요”

이것이 <계간 어린이>가 광고도 없이 고급스런 모양새를 갖출 수 있는 조건이다

‘가을 아줌마’의 어린이 사랑

추조자 씨는 77년부터 약 10년간 구반포에서 <가을글방>이라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어린이들과의 이야기 시간을 마련해 왔다. <가을 글방>은 자신의 성(姓)을 한글로 옮겨서 붙인 이름이고 이때부터 추 씨는 ‘가을 아줌마’로 불리게 됐고 ‘이 가을’이라는 동화작가로서의 필명도 갖고 있다.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는 일을 도맡을 정도로 병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해 왔다’는 추조자 씨는 서점을 하면서도 아이들을 불러 모아 동화를 읽어 주고, 얘기하고, 글짓기를 시키는 등 그 시간이 가장 보람이 있었다. 매주 어린이를 위한 시를 써붙여 놓고 토요일이면 아예 가게 문을 닫고 잔디밭으로 아이들 집으로 옮겨다녔다. 일간지에 기사화되기도 하고 엄마들이 아예 체계적으로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내 꿈은 어린이 전문서점을 여는 것이예요. 그 무렵에 일반서점을 어린이 전문 서점으로 바꾸어 운영해봤는데 잘 안됐어요. 어린이에 관한 모든 책이 갖추어 있으면 잘 되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결국 운영이 안돼 문을 닫았지요.”

그 이후로 추조자 씨는 글짓기 선생님이 되었다. 국민학생에서 중학생에 이르는 아이들에게 ‘글’을 읽고 쓰는 ‘마음’을 틔워 주는 작은 선생이 된셈이다. 6년째 글짓기 선생님을 하고 있는 추조자 씨를 거쳐나간 아이들은 셀 수가 없고 지금 현재도 70-80명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흔히 어른에게 칭찬 받는 글, 자기가 훌륭한 사람임을 나타내 보이는 글을 쓰려고 해요. 그러면 저는 니가 싸웠던 일, 슬펐던 일, 야단맞는 일 그런 일을 써보라고 하지요. 아이들의 감정이 구김살 없이 드러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이런 그의 아동문학관은 그의 글짓기 수업을 기성 작은 수업과 차이나게 만들고 아동문학가들로부터 “지도가 아닌 사랑이고 공감의 체험”이라는 평을 받게 하는 것이다.

정성껏 만든 책 어린이에게 전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의 동화라면 거의 다 읽고 있는 추조자 씨는 좋은 동화를 만나면 누구보다도 기쁘고 수업시간에 작가와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현재 <계간 어린이>를 펴내는데 절대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동화작가 강정규씨(크리스챤 신문 주필)와의 만남도 그렇게 이루어졌다.

“먼지가 풀풀 나는 재생 종이에 읽을 거리는 10%도 안돼고 만화, 연예인 가쉽 투성이”인 기존 어린이 잡지를 보고 개탄한 이들은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나온 책이 <계간 어린이>.

실제 책 만드는 기술을 알지 못하고 있던 이들에게 <계간 어린이>를 키워내는 과정은 예상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편집 대행자에게 맡겨 보기도 했고 책을 만들기는 했으나 팔 방법이 전무해 배본 대행자를 구하기도 해보았으나 지금에 와서 다다른 결론은 뜻있는 사람들이 직접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시행착오 덕분에 책에 실리는 글이며 그림, 편집이 모두 뜻을 함께 하는 어머니들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정성껏 만든 책이 어린이 손에까지 전해져야 하는데 우리는 그 판매방법을 전혀 몰라요. 광고할 돈도 없어요. 또 어떤 인기전술 같은 건 일체 쓰고 싶지 않아요.”

스스로를 “현대를 살기에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발행인 추조자 씨의 큰 걱정거리다.

인생의 동반자 여섯명의 딸들

“주부가 할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엄청나게 많아요”

이렇게 말하는 추조자 씨는 어린이 책을 만들어내고 좋은 아동문학작품을 써내고 아이들이 자기의 세계에서 끌어낸 감성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짓기 선생님의 일이 모두 주부의 일, 어머니의 일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주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바탕으로 해야만 그런 일들이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조자 씨는 이 책을 내면서 세상에 무언가 빚을 갚은 듯한 안도감으로 가끔씩 행복해진다. 또 이런 성취감은 여섯명의 딸이 엄마를 도와 준 결과라는 생각에 새삼 딸들이 고마워진다. 책 만드는 데 돈을 들이다 보니 좋은 운동화 한 번 사줄 수 없었지만 대견스러운 딸들은 불평은커녕 언제나 엄마를 격려하고 도와주었다. 이제 일주일 후면 ‘운동권 딸(장녀)’이 혼인하게 돼 사위를 맞는 추조자 씨는 “만약 내 인생에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는 인생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면 그 절반은 우리 딸들에게 돌려져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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