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입법 펼치기]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이트폭력 방지법·처벌법 잇따라 발의

경찰대 교수 출신 범죄심리학자

“‘여자가 오죽 화나게 했으면 그랬겠나’는 논리

남성들 사이에 방어적으로 갖춰져 있어”

경찰·검찰 내부 남성하위문화 정서도 있어

20여년 된 데이트·스토킹 법안 통과에 앞장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젠더 폭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인권 감수성이 중요하지만 교육 강화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찰 업무와 관련된 법, 규정, 평가방식 등 시스템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범죄심리학자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표 의원은 최근 '데이트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행위의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하 데이트폭력 방지 및 보호법)'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데이트폭력 처벌법)’을 잇따라 발의했다.

표 의원은 경찰대학교 교수를 지냈을 뿐 아니라 한국성폭력상담소 전문위원을 지내는 등 꾸준히 여성 대상 범죄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는 “1999년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가정폭력 문제의 인식과 해결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고 강사로 참가해 당시 한국 경찰의 대응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 내용이 한 일간지 가판에 기사로 실렸는데 경찰청이 그 기사를 빼려고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그 사건이 계기가 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인연을 맺게 됐다.

표 의원이 최근 발의한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담으면서도 국회 통과의 가능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는 게 표 의원의 설명이다. 

스토킹 및 데이트폭력 관련 법은 지난 1999년 제15대 국회에서 첫 발의 이후 제19대까지 8건이, 제20대 국회에서만 5건이 발의됐으나 진전되지 않고 있어 한시가 시급하다. 그렇다보니 표 의원의 법안은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의 종합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법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표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입법 반대 의견으로는 현행법으로 다 될텐데 특별법 만능주의, 입법만능주의 아니냐고 하는 입장이 있었다. 스토킹의 경우 실제로 물리적 폭력이 있는 건 아니고 형법상의 증거가 갖춰진 협박도 아니지만 당하는 피해자는 절박한데 수사관이나 법조인의 입장에서는 뭘 이런 걸 형사처벌 하려고 하느냐는 식이다. 그러면서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용어의 모호성, 범죄의 구성요건을 따지면서 입법을 반대해온 거다. 제기된 의문을 다 보완하는데 주력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대상 폭력과 관련해 법 자체의 문제 이전에 수사당국의 대응 자세도 계속해서 지적돼왔다. 수사 자체에 소극적이기도 하고,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비판이다. 표 의원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지적했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집안의 문제라고 여겼다.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지만 젠더 폭력은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면이 있다. 사회 전반에도 그렇지만, 경찰·검찰 내부에 남성중심조직 문화와 남성하위문화 정서가 있는 게 사실이다.”

표 의원은 ‘데이트하다보면 그런 일도 있다’거나 ‘여자가 오죽 화나게 했으면 그랬겠나’하는 식의 피해자를 탓하는 분위기를 남성하위문화의 사례로 들며 비판했다.

“심지어 내가 1980년대 경찰대 학생으로 범죄수사 수업을 받을 때도 강사가 대부분의 살인사건이 피해자가 죽을 만한 일을 했기 때문이라는 식의 말을 했다. 지금도 남성중심주의 문화, 가부장적 요소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특히나 젠더적인 폭력의 경우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남성이 요구하는 여성상 즉, 고분고분하고 수동적이고 맞춰주는 여성상에서 벗어나니 피해를 당하는 거 아니냐는 사고방식이다. 폭력을 유발하는 여성들도 고쳐져야 한다는 논리가 남성들 사이에 방어적으로 갖춰져 있는 거다.”

경찰은 여성 폭력 수사에 부실 대응한다는 비판에 대해 젠더 교육을 하고 있고, 강화하고 있다는 대답을 반복한다. 그런데도 문제가 반복된다면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게 아닐까. 표 의원은 방안으로 업무 처리에 대한 평가 후 처벌과 보상이라는 방법을 제시했다.

“인권과 젠더 교육 감수성 함양 위한 역할극, 자기 주도형 사례 연구, 집단 토론, 간접 체험 등. 인권이나 젠더 감수성 교육 강화 필요하긴 하지만 교육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업무 처리 결과에 대해 징계이건 사법처리이건 명확하게 천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 검찰이나 경찰이나, 수장이나 조직적으로 명확히 규정한 적 없고 명문화되지 않고 메뉴얼이 없다. 젠더 인식에서 구시대적, 구습적, 관행적인 문제의 불법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공개하고 전 경찰, 검찰 조직원에게 공지한 적이 없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표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데이트폭력을 ‘관계집착 폭력행위’라고 규정한 것이 아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성차별과 성별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집착이라는 개념이 범죄를 사적 영역이고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한 개인의 인성과 심리적 문제로 축소시키는 듯 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표 의원은 “데이트폭력을 별도의 법을 제정해 대처해야 할 당위성을 갖춰야 하는데, 성차별, 권력관계라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의 문제가 되면 입법의 효율성과 현실성에서 부딪힌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가정폭력 등도 근본적으로 성별권력관계에서 발생하지만 각각의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각각의 특별성 때문이고, 데이트폭력 역시 특별성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그것이 현행법상으로는 사후대응이 어렵다는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여론이 중요하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벌어진 신당동 데이트폭력 사건 등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어서 데이트폭력이 심각한 문제라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국회가 법안을 검토하는 시점에서는 상황이 또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에 상정되는 시기를 주시하고 SNS 등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겠다. 국민이 목소리를 내면 의원들도 신중하게 검토할 거다. 많은 관심 가져달라.”

 

<데이트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행위의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입법 취지

데이트폭력·스토킹 등 인적 관계에 관한 집착을 원인으로 발생하는 폭력행위를 예방하고 사생활에 대한 일방적인 침해를 방지하며 그 피해자를 보호·지원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사생활의 평온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함

주요 내용

△국가의 데이트폭력·스토킹의 예방과 피해자 보호 책무 명시△정부의 실태조사 실시△각급 학교의 데이트폭력·스토킹 예방 교육 실시△의료인·복지시설·상담소 종사자와 공무원, 교사 등에 대한 수사기관 신고 의무 부여 △피해자의 신변안전조치 요청 시 경찰의 조치 실시 △신고 접수 시 경찰의 현장 출동 의무화와 현장조치 방법 명시

데이트폭력·스토킹 최신 통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적발된 데이트 폭력 사범은 4천5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9명(4.3%) 늘었다. 지난해 스토킹 사건은 전년보다 192건(35%) 증가한 555건이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1966년 경북 포항 출생 △1989년 경찰대 행정학과 졸업 △1997년 액시터대학교 석·박사 △1999~2012년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2005~2006년 아시아경찰학회장, 미국 샘휴스턴 주립대 교수, 한국성폭력상담소 전문위원, 한국경찰발전연구회 회장 등 △2014년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윤리특별위원회 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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