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OUT…여성의 일상은 ‘포르노’가 아닙니다”
“디지털성범죄 OUT…여성의 일상은 ‘포르노’가 아닙니다”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신나영 인턴기자
  • 승인 2017.08.18 20:36
  • 수정 2017-08-23 2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일 오후 강남역서 다시 모인 여성들

SNS 등 온라인 중심으로 생산된 ‘여혐’ 콘텐츠 규탄

“기업과 정부는 여혐 문화 규제하고 여성 인격권 보장하라”

 

18일 오후 2시 디지털성폭력대항단체 DSO(Digital Sexual Crime Out·디지털 성범죄 아웃)와 여성들은 ‘#디지털은_여성폭력의_도구가_아니다’를 주제로 ‘Womens_Digital_Reform(여성들의 디지털 개혁)‘ 시위를 가졌다. ⓒ강푸름 기자
18일 오후 2시 디지털성폭력대항단체 DSO(Digital Sexual Crime Out·디지털 성범죄 아웃)와 여성들은 ‘#디지털은_여성폭력의_도구가_아니다’를 주제로 ‘Womens_Digital_Reform(여성들의 디지털 개혁)‘ 시위를 가졌다. ⓒ강푸름 기자

18일 오후 2시 여성들이 다시 강남역 10번출구에 모였다.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쓴 채였다. ‘디지털 성범죄 OUT’을 외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지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라서 당한 범죄 내가 너네 포르노냐 / 길 걸어도 몰카 찍어 화장실도 몰카 찍어 / 섹스 할 때 몰카 찍어 98% 여성대상 / 셀카 한 번 올렸더니 지인능욕 합성하고 / 외출 한 번 나갔다고 몰카 찍고 능욕하고 / 몰카유포 능욕합성 여성폭력 기만하냐”

“한남충들 명예값은 삼십만원 넘어가고 / 김치녀들 목숨값은 오만원만 나오는 게 정상이냐 / 개인정보 불법소지 5년이하 중형인데 / 몰카유포 능욕합성 1년 이하 말이 되냐 / 성범죄가 실수더냐 성범죄가 공감대인 한국남자 각성하라 / 여혐민국 각성하라”

 

시위 참여자가 디지털 성범죄를 일삼는 남성들과 이를 방관하는 해외 SNS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강푸름 기자
시위 참여자가 디지털 성범죄를 일삼는 남성들과 이를 방관하는 해외 SNS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강푸름 기자

 

시위 참여자가 ‘지인 능욕·합성’ 등 디지털 성범죄를 일삼는 남성들과 이를 방관하는 해외 SNS를 비판하기 위해 마요네즈와 케첩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행하고 있다. ⓒ강푸름 기자
시위 참여자가 ‘지인 능욕·합성’ 등 디지털 성범죄를 일삼는 남성들과 이를 방관하는 해외 SNS를 비판하기 위해 마요네즈와 케첩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행하고 있다. ⓒ강푸름 기자

 

시위 참여자가 ‘지인 능욕·합성’ 등 디지털 성범죄를 일삼는 남성들과 이를 방관하는 해외 SNS를 규탄하기 위해 업체 로고에 물총을 발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강푸름 기자
시위 참여자가 ‘지인 능욕·합성’ 등 디지털 성범죄를 일삼는 남성들과 이를 방관하는 해외 SNS를 규탄하기 위해 업체 로고에 물총을 발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강푸름 기자

#디지털은_여성폭력의_도구가_아니다

이날 디지털성폭력대항단체 DSO(Digital Sexual Crime Out·디지털 성범죄 아웃)는 ‘#디지털은_여성폭력의_도구가_아니다’를 주제로 ‘Womens_Digital_Reform(여성들의 디지털 개혁)’ 시위를 가졌다. 최근 페이스북·트위터·텀블러·유튜브 등 SNS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여성혐오 콘텐츠를 규탄하기 위한 자리였다. 

DSO는 “IT 산업 발전으로 개인정보 활용 사례가 증가하면서 개인정보 침해와 악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몰카 범죄 혹은 개인정보를 이용한 성희롱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경 이후 스마트폰 대중화로 텀블러,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가 널리 이용되면서 ‘지인·연예인 능욕’이라는 이름으로 음란물 합성사진 제작,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DSO는 “이는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에 저촉되는 심각한 불법행위”라며 “신상 유포로 인해 피해자가 오프라인상에서 성범죄 등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은 이를 유흥이나 놀이거리로 여기고 있다. DSO는 “여성들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상에서 범죄대상이 되고 있지만 SNS 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며 “범죄 행위를 침묵하고 방관하는 기업들을 규탄한다. 기업은 범죄자 보호를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또 DSO는 트위터 등에서 누리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Digital_Sexual crime Out’ 운동을 진행했다. 그간 트위터 측은 트위터 유저들의 신고에도 디지털 성범죄 관련 계정을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9일부터 ‘#DigitalSexualcrimeOut’ 해시태그 운동을 벌인 결과, 같은 달 11일부터 ‘지인 연예인 합성 신고계정(트위터 아이디 @habsungout)’의 주도로 신고 접수된 301개의 계정 중 298개의 계정이 대거 정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위대가 행진을 하기 위해  ‘트위터, 페이스북, 텀블러, 유튜브. 기업도 여성폭력에 함께했다’라는 글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있다. ⓒ강푸름 기자
시위대가 행진을 하기 위해 ‘트위터, 페이스북, 텀블러, 유튜브. 기업도 여성폭력에 함께했다’라는 글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있다. ⓒ강푸름 기자

강남 한복판서 들려온 여성들 목소리

이날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다함께 구호를 외치며 중간 중간 마이크를 잡고 자유롭게 발언을 이어나갔다. 만화 ‘세일러문’ OST를 개사한 시위가가 귓가를 울렸다.

“조심해 남자로 태어난 네가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면, 반드시 너에게로 다가가 똑같이 돌려줄 거야. 셀카도 편히 올리지 못하고 포르노 되어버리는 내 신세. 여자만 조심해 세상은 이해하기 힘들어. 수없이 많은 강력 범죄들은 가해자 쉴드에 여자만 비난.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어 거지같은 여혐민국.”

이날 길을 오가던 많은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시위를 바라봤다. 그중 몇몇은 발걸음을 멈춰 시위 참가자들이 외치는 구호를 유심히 듣거나 주최 측에서 마련한 패널을 살펴보기도 했다.

한쪽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김유경(22)씨는 “과거 고등학생 시절 내 사진을 어떤 남자가 패널에 적힌 것(지인 능욕·합성)과 유사하게 사용했다. 학교에 사정을 말하고 쉴 수밖에 없었다”며 디지털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트위터 유저라는 김씨는 “디지털 성범죄는 트위터 내에서도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일반인의 사진을 이용하는 경우를 많이 발견해 그때마다 신고했다. 덕분에 일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정말 심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생각하면) 몸이 떨릴 정도로 너무 증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이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여성이 가슴, 엉덩이, 성기가 아닌 사람임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시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DSO에서 2년째 음란물 사이트를 모니터링 하고 있는 팀원 써니(32)씨는 “그동안 모니터링하며 고발, 신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경찰신고조차 제대로 접수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을 뿐더러 방심위도 소용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방심위는 엄청난 서류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음란물) 게시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삭제를 쉽게 해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기업 역시 전체 신고의 4% 정도만 삭제 요구를 들어준다. 해외 기업은 특히 더 어렵다. 그래서 대개 여성들은 영상 삭제를 포기한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시위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써니씨는 얼마 전 국내 웹하드 사이트에 올라온 아동 강간 관련 영상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고작 100만원 벌금형이 떨어졌다며 분개했다. 그는 “항고장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며 “기업과 사회 구성원의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제도권 내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도 이번 기회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대책을 마련해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이 해결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역 10번출구 앞에서 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행진 후 SNS 기업들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구글 코리아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멈춰 섰다. ⓒ강푸름 기자
강남역 10번출구 앞에서 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행진 후 SNS 기업들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구글 코리아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멈춰 섰다. ⓒ강푸름 기자

 

DSO 측이 마련한 면담요청서. ⓒ강푸름 기자
DSO 측이 마련한 면담요청서. ⓒ강푸름 기자

“기업들은 여성 대상 디지털 성범죄 묵과 말라”

이들은 강남역 10번출구 앞에서 집회를 마친 후 구글 코리아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SNS 내 디지털 성범죄 문제해결 촉구와 체계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영상삭제 책임소재 마련하라 마련하라 / 피해입증 피해자몫 영상삭제 피해자몫 / 남자들은 철이 없다 개소리 좀 하지 마라 / 여혐문화 규제하라 여혐범죄 처벌하라 / 여자들도 사람이다 여혐민국 각성하라 / 정부와 기업은 여성의 인격권을 보호하라”

 

시위대가 강남대로를 행진하고 있다. ⓒ강푸름 기자
시위대가 강남대로를 행진하고 있다. ⓒ강푸름 기자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하는 이들의 손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텀블러, 유뷰트. 기업도 여성폭력에 함께했다’라는 글이 담긴 현수막이 들렸다. 발길을 재촉하던 시민들은 “나 이런 거 처음 봐”라며 놀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행진을 하던 시위대는 SNS 기업들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강남파이낸스센터 앞에 멈춰 섰다. DSO는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한국사회와 그것을 묵과하는 SNS 기업을 규탄했다. 이들은 “가해자 정보와 인권만 중요하고 온라인 속 여성의 정보는 ‘딸감’으로 사용되는 공공재인가”라며 “기업의 이기심과 기술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몰카를 올려도 처벌과 제지를 받지 않는 현실은 가해자 양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성을 가해하고 유린하는 것이 유흥으로 자리 잡은 한국현실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게 묻고자 한다. 우리는 여성이란 이유로 협박당하고 살해위협을 느끼며 살아간다. 온라인상의 여성대상범죄가 날로 다양해지고 남성들의 콘텐츠처럼 세분화되는 현실 앞에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지인이 내 프로필 사진을 가져가 얼굴사진에 정액을 뿌리고 인터넷에서 껄껄거리며 능욕하는 현실은 누가 만들었는가? 여성의 몸이 수치스러운 것이라 잘못 교육된 사회를 등에 지고 여성을 가해하는 것을 놀이, 유흥으로 소비하는 남성들. 여성을 포르노 사진과 합성해 유포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 현실은 누가 만들었는가.”

 

DSO 측과 대화하고 있는 구글 코리아 측. 구글 정보보안 담당자인 짐 샤프가 DSO와 구글 담당자의 대화에 귀 기울이고 있다. ⓒ강푸름 기자
DSO 측과 대화하고 있는 구글 코리아 측. 구글 정보보안 담당자인 짐 샤프가 DSO와 구글 담당자의 대화에 귀 기울이고 있다. ⓒ강푸름 기자

 

DSO 소속 써니 씨는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면담·간담회 요청서를 전달했다. ⓒ강푸름 기자
DSO 소속 써니 씨는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면담·간담회 요청서를 전달했다. ⓒ강푸름 기자

구호를 외치고 메시지를 전한 후 기다림이 계속됐다. DSO 측은 “사전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기로 얘기가 됐는데, 담당자가 언제쯤 내려올지 확답을 해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30분가량이 흐른 후, 구글 정보보안 담당 짐 샤프가 관계자와 함께 내려왔다. DSO 소속 써니 씨는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면담·간담회 요청서를 전달했다. 구글 코리아 측은 3사 대표로 면담 요청서를 전달받고 “회의를 거친 후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DSO 측에 따르면 구글 코리아 측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나온 DSO는 “구글 코리아 측이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논하는 자리를 마련한 뒤 답을 주기로 약속했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40대 여성은 “비록 오늘 적은 수가 모였지만 젊은 친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모임이라 더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자리가 더 많이 알려져 테헤란로가 꽉 차야 된다고 본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오늘 (SNS 기업들에) 우리 의견을 전달했는데 이걸 그냥 소파에 던져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의미 있게 봐주길 바라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문제라고 생각하고 참여해야 한다. 젊은 친구들이 첫 발을 딛었으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주 멋지게 잘했다”고 말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