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대로 ‘갓XX’ 죽이러 가겠다.” 남성 유튜버 김윤태가 지난 10일 새벽 여성 유튜버 A씨 집을 찾아가 살해하겠다며 내뱉은 말이다. 김윤태는 A씨의 집 주소를 찾았다며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차를 탄 채 해당 주소로 찾아가는 과정을 방송으로 생중계했다. “그 주소에 갓XX가 살지 않아도 여성이라면 목 졸라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남자 시청자들은 댓글로 화답·동조했다. “배트 들고 가” “레전드 찍겠다” “윤태야 남자들의 영웅이 되자” “갓XX가 문 안 열면 부수고 들어가” “갓XX 포함 메갈X들 다 패 죽여 버려” 당시 시청자 수는 7000여명에 달했다.

‘여혐민국’. 대한민국은 여성혐오를 콘텐츠 삼는 나라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과장하지 말라’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오는 듯하지만,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 차고 넘치는 여성혐오 콘텐츠가 이 말을 증명하고 있다. 여성을 살해하러 가겠다고 무수한 욕설을 내뱉으며 협박 방송하는 남성에게 시청자들은 비판 대신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추켜세웠다. “너는 영웅이 될 것”이라고.

이뿐인가. 정부기관조차 여성을 홍보도구로 이용한다. ‘랜섬웨어 예방법’을 설명하는 경찰청 공익광고는 ‘위험한 랜섬웨어’를 ‘오빠를 연발하는 미녀’로 의인화하고, 이에 현혹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는 남성 역을 맡은 가수는 “예쁜 여성에게 반해 그런 것들을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뜻”을 담은 광고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정부 공식 SNS 계정 또한 해당 영상을 보란듯이 게재했다. “젠더 의식 전무한 광고영상” “OO녀 프레임 좀 그만 이용해라” “여성을 ‘꽃뱀’, 범죄자로 표현해놓고 유머로 치부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관련 기관들은 해명조차 내놓지 않았다.

TV매체는 ‘소녀’를 도구 삼아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데 여념이 없다. ‘프로듀스 101(Mnet)’, ‘아이돌학교(Mnet)’, ‘잘 먹는 소녀들(JTBC), ‘본분 금메달(KBS2)’ 등 각종 방송들은 걸그룹의 예쁨과 젊음을 소재로 내세워 대중이 소비하도록 만든다. 여성 성 상품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관계자들의 귀는 여전히 닫혀 있는 듯하다.

성추행, 몰카, 스토킹 등 여성 범죄를 소재로 한 ‘19금 방탈출 게임’은 어떤가. 해당 게임들은 대체로 남성의 관점에서 진행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여성의 주체성을 지워버린다. 방을 탈출할 힌트를 얻기 위해선 여성의 치마를 들추거나 옷을 벗기는 건 기본이고, 여성 성기 모형에 딜도를 집어넣거나 여자 마네킹의 몸을 더듬어야 한다. 남성중심의 한국사회에선 게임조차 남성 성기 중심으로 제작된다. 최근 국내 한 박물관은 신윤복의 대표작인 ‘미인도’ 속 여인의 치마를 들춰 속옷을 보게 하는 체험 예술을 전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끝도 없이 나열되는 ‘여혐’ 콘텐츠에 여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여성들은 일상에서 각종 폭력을 겪는다. 성희롱, 성추행, 스토킹, 강간, 살해…. 남자들에겐 콘텐츠가 되는 것들이 여성들에겐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김윤태의 여성 유튜버 살해협박 영상을 본 남성들 중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을지 모른다. “야, 진짜로 죽이겠냐? 다 장난이지.” 협박을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범죄행위에 이토록 ‘나이브’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젠더권력임을 그는 알까? 여성들은 얼굴이 공개됐다는 이유로, 신상정보가 털렸다는 이유로, 혼자 일한다는 이유로 숱한 혐오 발언을 듣거나 협박을 당하거나 살해당한다.

이제 여성들의 피맺힌 절규는 밑바닥까지 내려왔다. “여성을 살해하지 말라”. 여성들이 죽어나가는 동안 ‘일부’ 남성들은 한쪽에서 ‘한국남자를 모욕하지 말라’며 여성혐오를 공고히 하고 있다. 말하고 싶다. “남성들이여, 언제까지 시대에 뒤떨어진 채 부족한 인권 감수성을 드러내며 여성혐오를 콘텐츠로 삼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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