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산림, 여성이 답이다 -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 회장

천연자원·산업·관광자원 없는

함평서 ‘나비축제’ 일군 주역

융복합 6차산업은 블루오션

여성 임업인 역할 커져

조합 구성원 내 임원 등

여성 비율 확대도 주력

“산림에 대한 역발상으로

‘무용지용’ 증명해내겠다“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은 “얼마든지 활용가능한 산림을 쓸모 없다고 버려두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을 한다”며 “무용지용의 산림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은 “얼마든지 활용가능한 산림을 쓸모 없다고 버려두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을 한다”며 “무용지용의 산림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차 산업 위주였던 산림사업을 융복합 다차산업으로 진화시키는 데 여성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동안 나무를 심고 벌채하는 역할이 남성들이 담당하면서 산림 분야는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앞으로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문화와 서비스가 결합된 융복합으로 나아가야 해요. 그 중심에서 여성 임업인들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석형(59) 산림조합중앙회장은 “산림과 문화, 산림과 서비스가 결합된 융복합으로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모색 중인 임업인들이 많다”며 “특히 그 중심에 여성들이 있는 점이 주목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4년 11월부터 3년째 산림조합중앙회를 이끌고 있다.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 중 최초의 비조합장 출신 중앙회장이다. 그는 ‘이석형’이라는 이름 석자보다 ‘함평나비군수’로 더 많이 불린다. 그는 산업자원, 관광자원, 천연자원이 없어 ‘3무(無)의 땅’이라고 불리던 전남 함평군을 모든 것이 가능한 ‘나비의 땅’으로 일군 주역이다. 민선 함평군수를 세 차례 역임하는 동안 함평 나비축제를 창안해 전국적인 축제로 발전시켜 ‘스타 군수’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나비축제는 현재는 축제 기간동안 하루 평균 3만명이 함평을 찾는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꼽힌다.

이 회장은 산림 산업에서도 함평 나비축제와 같은 제2의 블루오션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함평 나비축제는 ‘하늘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역발상에서 시작했다”면서 “같은 논리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산림은 우리 경제와 환경, 일자리 창출,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림조합은 산림이나 임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융·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사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숲 카페 프랜차이즈 ‘티:숨’과 임산물 음식전문점 ‘숲차림’, 수목장림과 임산물·장례 상품을 연계한 ‘SJ산림조합상조’ 등이 산림조합이 추진하는 대표적인 융복합 사업이다.

산림조합의 사회공헌 활동도 주목할만 하다. 지난 달 21일 일본 사이타마 현 지치부군 무궁화자연공원에서 공원관리를 위한 재능기부활동과 공원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솟대작가의 솟대 작품 기증식이 열렸다. 무궁화 자연공원은 무궁화 10만 그루가 자라는 세계 최대 규모로 경상남도 거제 출신인 재일동포 고 윤병도 선생이 30여년 간 조성한 공원이다. 현재는 막내딸인 하세가와 노부에씨가 가꾸고 있다. 사연을 접한 산림조합이 지난해부터 지원 중이다. 이 회장은 1년에 한 번씩 직원들과 공원을 찾아 조경을 돕고, 한국식 팔각정도 만들어 기증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얼마든지 활용가능한 산림을 쓸모 없다고 버려두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을 한다”며 “무용지용(無用之用·언뜻 쓸모없는 것으로 보이는 게 오히려 큰 구실을 한다)의 산림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11월이면 회장 취임 3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인가.

“그 동안 우리 산림조합은 국토 64%인 산림의 녹화를 책임져 왔으나 산림녹화가 어느 정도 완성된 이후부터는 정책적 소외와 산림에 대한 투자 미흡으로 장기간의 정체기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기본에는 충실했으나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과 조직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었다. 가장 먼저 관행적 1차 산업위주의 산림사업을 융복합 다차산업으로 진화 시키는데 주력했다. 산림 자체로는 매력을 찾기 어려우나 문화와 서비스, 타산업과의 융복합하게되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한다. 장례문화와 결합된 수목장림 조성과 상조서비스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숲카페 티숨을 비롯한 산림문화의 접근을 위해 산림문화박람회, 세종대마, 생명의 나무 조형물등을 세우고 국민 곁으로 한발 더 다가갔다. 산주, 조합원, 임업인을 위한 조직임을 분명히 하는 정체성 확립과 수처작주의 주인정신, 역발상의 창조 경영등으로 우리의 본래 목적인 임업인을 위한 조직으로 변화시킨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누구나 살고 싶은 농산어촌 조성’라는 목표가 담겼다. 임업인의 숙원이던 임산물 재해보험과 나무의사 자격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다. 장자의 ‘무용지용’은 산림을 대표하는 고사성어라고 생각한다. 언뜻봐서는 산림은 정말 아무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산림은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손색이 없다. 시행시기도 매우 늦어 정책적 후순위에 밀린 것 같아 안타깝다. 산림녹화를 이룬 이면과 현재 산림이 주고 있는 공익적, 사회적 기능을 무시하고 또 얼마든지 활용가능한 산림을 버려두는 것이 과연 옳은가 생각한다. 국토의 64%가 산림이지만 산림 관련 예산은 전체 국가 예산의 0.5% 수준이다. 산림 예산의 1% 시대를 열어야 한다. 현재 2조원 수준에서 4조원으로 늘리면 일자리도 늘어날 거다.”

-임업·산주 등이 겪는 어려움과 정부 정책적으로 해결할 당면 현안은 무엇인가.

“어느 사업이든 지속가능성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산림처럼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곳이 드물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산림자원’을 필요로 한다. 자연적, 환경적, 공익적 기능과 생태계 보존의 가치 역시 중요하며 사회가 요구하는 산림자원 역시 적정하게 공급돼야 한다. 2016년 우리나라 목재 자급율은 16% 수준으로 5조3000억원 가량이 수입되고 있다. 목재 자급률을 1%만 높여도 단순 계산 년간 53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산림은 보존과 보호가 아니라 가꾸고 키우는 경영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주의 사유재산권과 산촌주민의 생계문제, 산업으로서의 산림의 경쟁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산림에서 수익이 창출되고 다시 산림에 재투자되는 자립형 선순환구조가 필요하고 임목재해보험, 산림분야 직불제등 산림경영의 유인책과 경영안전망이 필요하다. 보상의 측면으로 임목재해보험이나 산림 직불제를 바라봐서는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실패할 것이다. 정책 담당자들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산림을 바라봐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함평 나비축제는 역발상을 통해 블루오션을 창출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산림조합에서도 산림분야 신사업의 융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업은.

“융복합 다차산업으로 산림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산림과 문화, 서비스 산업과의 결합은 산림경영의 지속성 높이려는 많은 노력의 일환이다. 산림조합이 운영하는 수목장림과 상조서비스, 타 기관이 수행하는 산림복지, 산림치유, 숲 유치원, 관광, 휴양림 등 역시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산림의 대표적인 융복합사업이다. 우리 장례문화가 매장(埋문화에서 화장문화로 바뀌면서 수목장이나 자연장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수목장림이 부족해 대부분 납골 형태로 고인을 모신다. 산림조합은 국공립 수목장림인 양평 ‘하늘숲추모원’과 진도 ‘보배숲추모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산림조합 이름을 내걸고 SJ산림조합상조을 출범시켰다. 2만 명 이상이 가입하는 등 관심이 높다.”

-최근 숲 카페 프랜차이즈 ‘티:숨’;과 임산물 음식전문점 ‘숲차림’도 운영한다. 소비자들의 반응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티숨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그동안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숲과 힐링의 컨셉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산림조합이 직접 재배한 자바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는데 반응이 좋다. 현재 6곳의 숲 카페가 개설되었으며 계속 확장 중이다. 숲 카페와 임산물 전문 식당은 임산물의 상시 소비 패턴을 만들고자 도입된 사업이다. 그동안 잣과 밤, 대추, 산나물 등의 임산물은 고유 전통명절이나 특정 계절이 아니고서는 소비가 매우 저조하며 지금도 그렇다. 일상적 식생활에 임산물을 접목시켜야 한다. 그래야 소비가 발생하고 산림에서의 경영계획을 세우고 안정적인 임산물 공급이 가능하다. 이렇게 우리 생활과 식탁에 자연스럽게 우리 임산물이 오르기 시작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단기소득 임산물을 통한 소득 증가와 유통, 가공 분야의 확대로 여성 참여가 늘고 있다. 산림조합도 여성 이사와 임원 비율을 늘리고 있다.

“산림산업은 특성상 장기간의 시간과 재원이 투입되는 산업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를 좀 다르게 표현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키운 숲에서 이제 딸과 며느리가 돈을 버는 시대가 되었다고 설명하고 싶다. 산림 분야의 여성 임업인 증가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산림이 목재사업 중심의 남성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하고 있고 임산물 유통과 가공, 문화와 서비스 융복합 사업 등 산림의 부가적 활용이 확대되면서 여성의 손길이 많이 필요해 지고 있다. 특히 임산물에 대한 수요 확산과 재배기술의 고도화, 자동화로 고소득 여성 임업인이 늘어나고 귀산촌인들이 늘어나면서 여성 임업인이 증가하고 있다. 산림조합은 여성 임업인의 경영지원을 위해 우선 조합 구성원 내 이사 및 임원, 대의원의 여성 참여 비율을 확대하여 권익신장과 참여공간을 확대하였으며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연수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산림분야 신사업과의 접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속적인 여성 임업인 육성정책으로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양질의 여성 일자리를 창출과 산림의 부가가치 창출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산림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

-내년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정치인 이석형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지난 3년간 산림조합중앙회 일에 미쳤다. 하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에 대한 성과를 내고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회장이 되고 싶다. 정치 도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정치권이라고 하면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면 결국 그런 사람들이 선택받는 날도 오지 않을까.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회장이 되기 위해 뛰겠다.”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 회장

△ 전남 함평 1958년생

△ 함평농고, 전남대 농과대학, 전남대 행정대학원 석사, 농업개발대학원 석사

△ 전남대 총학생회장

△ 1987~1998년 광주KBS PD

△ 민선 2~4기 함평군수

△ 산림조합중앙회 제19대 회장

△ 2015년 지방자치부분 ‘국민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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