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확산에 노력하겠다던 정부기관들. 그러나 최근 SNS 콘텐츠 속 여성은 ‘위험한 유혹’, ‘갑질녀’, ‘남성의 바가지를 긁는 존재’ 혹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담당’, ‘아이 돌보미’로 묘사된다. 여성신문이 지난 7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정부 18부·5처·17청과 93개 공공기관에 올라온 페이스북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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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돌봄·주방 일은 여성의 일?

 

지난 8월 7일 보건복지부 페이스북 게시물 ⓒ보건복지부 페이스북 캡처
지난 8월 7일 보건복지부 페이스북 게시물 ⓒ보건복지부 페이스북 캡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성평등 육아는 오늘날 주요 정책 과제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의 역할을 가정에 한정해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정부기관 SNS 콘텐츠가 적지 않다. 예컨대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올린 아이돌봄 서비스 홍보 이미지 속, 아이를 돌보는 이들은 모두 여성이다.

 

지난 8월 10일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페이스북
지난 8월 10일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페이스북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지난 10일 올린 ‘마트 쇼핑 유형 설문조사’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을 모두 여성으로 그렸다.

 

지난 8월 1일 축산물품질평가원 페이스북 게시물 ⓒ축산물품질평가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 8월 1일 축산물품질평가원 페이스북 게시물 ⓒ축산물품질평가원 페이스북 캡처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 1일 올린 ‘축산물이력제’ 카드뉴스도 “아이와 남편을 위해” 마트에서 고기를 고르고 요리해 상을 차리는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

 

지난 7월 11일 근로복지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근로복지공단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월 11일 근로복지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근로복지공단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월 4일 근로복지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근로복지공단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월 4일 근로복지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근로복지공단 페이스북 캡처

근로복지공단이 지난달 11일 올린 ‘식중독 예방법’ 이미지도, 지난달 4일 올린 ‘여름, 음식물 쓰레기 처리법’ 이미지에도 주방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이 포함됐다.

 

지난 8월 14일 정부 페이스북 게시물 ⓒ정부 페이스북 캡처
지난 8월 14일 정부 페이스북 게시물 ⓒ정부 페이스북 캡처

직업에 관한 젠더 편견도 엿보인다. 정부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 14일 올라온 ‘[카드뉴스]일상 속 이색 로봇’은 서비스업 직종인 바리스타·안내원은 여성, 1차산업 직종인 농부는 남성으로 묘사했다. 

 

지난 7월 19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월 19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캡처

한국환경공단의 ‘푸루네FM 환경사연’은 여성을 ‘초보 운전자’(7월 19일)로 그렸다. 반면 남성은 분리수거에 서툴고(8월 2일), “남성이 요리하는 일은 불안초조한 일”(7월 6일)로 묘사하는 등 가사노동과 거리가 먼 존재로 그렸다. 공단의 마스코트 ‘푸루’(남성)와 ‘그루’(여성) 색상은 각각 파란색과 분홍색이다. 

 

지난 8월 2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캡처
지난 8월 2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월 6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월 6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환경공단 페이스북 캡처

보이지 않는 여성들

여성은 소비자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직업활동 관련 게시물엔 아예 여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치사회적 대표성을 띠는 캐릭터는 대개 남성이었다.

 

지난 8월 9일 한국인터넷진흥원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인터넷진흥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 8월 9일 한국인터넷진흥원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인터넷진흥원 페이스북 캡처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9일 올린 ‘2045 미래사회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가치는?’ 게시물엔 남성만 그려졌다.

 

지난 8월 8일 정부 페이스북 게시물 ⓒ대한민국 정부 페이스북 캡처
지난 8월 8일 정부 페이스북 게시물 ⓒ대한민국 정부 페이스북 캡처

정부가 지난 8일 올린 ‘일자리위원회’ 정책 퀴즈도 노사 측을 모두 남성으로 그렸다.

 

지난 7월 27일 안전보건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안전보건공단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월 27일 안전보건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안전보건공단 페이스북 캡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달 27일 올린 ‘노동환경개선을 위한 근로환경조사, 알고 계신가요?’ 이미지에도 남성 노동자 4명만 등장한다.

 

지난 7월 25일 중소기업진흥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중소기업진흥공단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월 25일 중소기업진흥공단 페이스북 게시물 ⓒ중소기업진흥공단 페이스북 캡처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달 25일 올린 ‘엔젤투자 및 엔젤투자매칭펀드 설명회’ 홍보 이미지에도 남성 7명만 그려졌다.

 

지난 7월 14일 한국장학재단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장학재단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월 14일 한국장학재단 페이스북 게시물 ⓒ한국장학재단 페이스북 캡처

한국장학재단이 지난달 14일 올린 ‘숫자로 보는 고등교육 동향 – 한국장학리뷰 6월호’ 역시 학생을 남성으로만 묘사했다. 

SNS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도 좋지만, “‘성평등 정부’라면 정부·정부기관이 자발적으로 높은 젠더 감수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공공기관 홍보물 대상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를 진행하고 성 역할 고정관념·외모지상주의 조장 등 표현을 찾아 공개했다. 그러나 해당 기관에는 ‘개선 권고’를 하는 데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기관 관계자는 “최근 여러 기관이 SNS에 문화·생활 이슈, 친근감 있는 정책 설명글을 올려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고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성평등 수준을 맞추지는 못했다. 공무원 대상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고, 반성하고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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